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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9년 만에 의대 정원 바꾼다…의사 반발·총선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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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12-31 09:00:00 수정 : 2023-12-30 23:5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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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엔 2006년 이후 19년째 3058명으로 묶여있는 의대 정원이 바뀔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이르면 1월 의대 정원 확대 규모를 발표한다.

 

변수는 의사단체 반발과 내년 4월 진행될 총선이 꼽힌다. 증원 규모에 따라 2020년 당시 의사들의 집단 진료 거부 사태가 되풀이된다면 의료 현장 혼란이 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셈법이 복잡해져서다. 의대 증원 규모와 필수의료 정책 발표가 예정된 내년 상반기는 우리 의료체계가 바뀌는 변곡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 시내의 한 의과대학. 연합뉴스

30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전날 신년사를 통해 “2024년을 생명과 지역을 살리는 의료개혁의 원년으로 삼겠다”며 “의료인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공정한 보상체계를 마련하는 등 국민이 신뢰하고 의료인이 자긍심을 가질 수 있는 필수·지역의료 체계 확립을 위한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의대 정원 확대를 마무리 짓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개원의가 중심이 된 대한의사협회(의협)를 필두로 한 의사단체는 ‘투쟁’을 강조했다. 이필수 의협 회장은 같은 날 신년사에서 “2024년 연초는 정부의 무분별한 의대 정원 확대를 반드시 막아내 대한민국 의료 붕괴를 저지하는 데 앞장서야만 하는 시기”라고 했다. 이 회장은 “정원 확대를 추진하는 정부 의지가 상당히 강하다”며 “무분별한 증원을 막으려면 안타깝게도 투쟁 강도를 높여나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 회장은 “의대 정원 증원 문제에 대한 의협의 정책 기조는 정부가 증원 계획을 철회하지 않는 이상 계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27일 올해 마지막으로 열린 의료현안협의체에서도 복지부와 의협은 의대 정원 관련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의협은 의료현안협의체에서 정부가 의사들과 의대 정원 확대 규모를 ‘합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부는 당사자인 의사들과 협의하되 환자 등 소비자와 전문가, 병원을 비롯한 다른 의료 공급자와 같이 논의할 문제라고 본다.

 

2025학년도 입시에 새 의대 정원을 적용하려면 늦어도 내년 4월까지는 증원안을 교육부에 전달해야 한다. 내년 1∼3월 증원 수를 확정하고 이후 학교별 정원이 배분될 전망이다. 복지부는 앞서 의학교육점검반을 꾸려 40개 의대가 낸 의대 정원 수요조사 서류를 검토하고 있다. 현장점검팀은 현장 조사 뒤 수요 역량 등을 살펴 결과보고서를 제출한다.

 

정부는 애초 의학교육점검반이 이달 중순까지 각 의대 수요 역량을 검토하고 빠르면 이달 말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었다. 일정이 미뤄진 데는 내년 1월4∼5일로 예정된 의사 국가시험 필기시험 일정도 일부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2020년 공공의대 설립과 지역의사제 도입을 비롯한 의대 정원 확대 정책에 의대생들은 집단 국시 거부로 맞받았는데 국시 거부 사태가 반복되지 않기 위한 방안이란 분석이다.

 

2020년 당시 의대생들의 국시 거부는 대학병원에서 많은 노동력으로 부족한 인력을 메우는 레지던트들의 집단행동과 함께 정부가 의료정책을 폐기하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줬다. 의대생들이 국시를 치지 않으면 그해 인턴(수련의) 모집이 어려워진다. 인턴은 의사 면허를 받고 수련병원에서 일정 기간 각 과목 실기를 수련한다. 이후 전문과목 1개를 선택해 전공으로 수련하는 이들이 레지던트다. 인턴 모집이 안 되면 이듬해 레지던트 공백이 발생한다. 의료계 혼란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런 탓에 정부는 의대생과 전공의(인턴·레지던트) 집단행동 여부에도 신경 쓰고 있다. 다만 2020년처럼 의사들이 하나로 집단행동을 할 동력이 크진 않다. 의대 정원 확대에 찬성하는 여론이 압도적이어서다. 최근 보건의료노조가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서던포스트에 의뢰해 실시한 대국민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89.3%가 의대 정원 확대에 찬성했다. 85.6%는 이와 관련한 의사단체의 집단 진료거부에 반대했다.

 

의대 정원 확대를 막기 위한 ‘범의료계대책특별위원회(범대위)’ 투쟁위원장직을 최대집 전 의협 회장이 맡았다가 내부 반발로 얼마 뒤 사임하는 등 의협 내 갈등도 큰 상황이다. 의협이 지난 17일 의대 증원을 막기 위해 개최한 ‘총궐기대회’에는 회원 14만명 중 1000명가량만 참석했다. 내년 3월로 예정된 차기 의협 선거는 이런 내부 갈등을 더 키울 가능성이 있다.

 

정부도 의사들을 설득할 정책에 힘을 쏟고 있다. 의사들이 문제로 지적해온 필수의료 분야 보상 확대와 의료사고에 대한 법적 부담 완화를 포함한 필수의료 정책도 낼 예정이다. 지난 1월부터 23차례에 걸친 의료현안협의체 회의도 정부가 의협과 충분히 협의했다는 명분으로 쓰일 수 있다.

 

문제는 총선이다. 지금까지 의정 간 협의와 상관없이 정치적 이익에 따라 정책이 뒤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야당은 최근 공공의대 신설과 지역의사제 도입 법안을 협의 없이 밀어붙였다. 여당도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방안이 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계산한 뒤 행동에 나설 여지가 있다.

 

여러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의대 정원 확대 규모는 내년 초에 윤곽이 드러난다. 정경실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지난 27일 의료현안협의체에서 “그간 정부는 의료계와 진정성 있는 논의를 지속하는 동시에 지역 간담회와 의료 수요자 단체와의 대화 등을 통해 여러 의견을 폭넓게 들었다”며 “이제는 이 논의 결과들을 모아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할 단계에 와 있다”고 말했다.

 

양동호 의협 협상단장은 “의협은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데이터를 갖고 정부와 밤을 새워 끝장 토론을 해서라도 의정 협의체 안에서 충분히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며 “의료계를 무시하지 말고 진정성 있게 의정 협상에 임해달라”고 했다.


이정한 기자 h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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