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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남성들에게 군대의 기억은 각별하다. 남자 셋 이상이 모이면 군 시절 얘기는 단골 메뉴다. 군대에서 축구한 이야기는 여성들에겐 ‘금기어’나 마찬가지다. 군에 입대하는 이들이 가장 먼저 거쳐 가야 하는 곳은 논산의 육군훈련소나 사단 신병교육대(신교대)다. 연무대로도 불리는 육군훈련소는 1955년 제주의 제1훈련소 해체 이후 1960년대 사단 신교대들이 생기기 전까지 유일한 신병 양성 기관이었다.

의정부 306보충대와 춘천 102보충대도 군필 남성들에게 추억이 서린 곳이다. 입대 후 신교대로 보내지기 전이나 논산 훈련소에서 훈련을 마치고 자대 배치를 받기 전 3박4일간 머무르던 부대들이다. 하지만 입영 자원이 충분하던 시절에나 가능한 일이었다. 2014년 국방개혁 차원에서 곧바로 신교대로 보내 빠른 부대 적응을 돕도록 하면서 보충대는 해체됐다. 하지만 신교대 역시 인구절벽의 집중포화를 비켜 가지 못했다. 지난 26일 1사단 신교대의 마지막 입소식이 열렸다. 내년부터 서부 전선 전방사단인 1사단을 비롯해 9, 25사단의 신병교육대 임무가 순차적으로 해제된다. 2025년에는 육군 28사단 신교대 해체가 예고돼 있다.

병력자원 확보와 복무 환경 개선을 위한 군 당국의 노력이 눈물겹다. 일과 후 자유로운 휴대전화 사용은 오래전 일이다. 일반전초(GOP)와 해·강안 조립식 생활관은 영구 시설물로, 신교대 침상형 생활관은 침대형으로 바뀌었다. 모포가 사라지고, 일반 이불로 대체됐다. 평시 군 급식은 뷔페식으로 바뀐다. 취사병도 사라질 모양이다. 갈수록 짧아지는 복무 기간에다 제대 후엔 두둑한 목돈(병장 기준 월급 165만원)까지 챙겨 나온다. 최근에는 병역 판정 신체검사 등 검사 규칙을 일부 고쳐 이른바 고도 비만자의 현역 입대도 가능해졌다.

이번엔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 초급간부들의 불만이 크다. 그러자 국방부는 2027년 하사·소위 연봉을 올해 대비 14∼15%, 전방경계부대는 28∼30% 올리기로 했다. 4년 뒤 GP 근무 소위 연봉이 5000만원에 근접한다. 꼰대라 불릴까 봐 ‘군대 좋아졌다’고 말하기도 조심스럽다. 다만 가족·친지들이 눈물로 환송하던 신교대와 만감이 교차하던 군 생활의 추억이 조만간 사라질 것 같다.


김기동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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