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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호우에 강남역 맨홀 빠져 숨진 남매… 法 “서초구가 유족에 16억 배상하라”

입력 : 2023-12-27 19:00:00 수정 : 2023-12-27 16:5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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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구 “기록적 폭우, 천재지변이라 맨홀 뚜껑 열린 것”
재판부 “과거에도 열린 적 있어. 항상 닫혀 있도록 관리 했어야”
기사내용과 관련 없음. 게티이미지뱅크

 

지난해 8월 발생한 중부 지방 집중호우로 인해 서울 강남역 인근 맨홀에 빠져 사망한 남매의 유족 측에 구청이 16억여원을 배상하라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3부(허준서 부장판사)는 사망한 남매 A·B씨의 유족이 서초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피고는 원고들에게 총 16억4700여만원과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A씨와 B씨는 작년 8월8일 폭우가 쏟아지던 서초구 강남역 일대에서 도로를 건너던 중 뚜껑이 열려 있던 맨홀에 빠져 숨졌다.

 

이들은 차를 타고 가던 중 폭우로 시동이 꺼지자 내려서 대피했다가, 비가 잦아든 후 이동하면서 변을 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서초구 측은 “맨홀 뚜껑이 열렸던 것은 ‘기록적 폭우’라는 천재지변 때문으로 사고를 예측하거나 회피할 수 없었다”라며 배상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맨홀 설치·관리의 하자로 인해 사고가 발생한 만큼 해당 도로의 관리청인 서초구는 피해자 유족에게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사고 장소 일대는 낮은 지대와 항아리 지형 등으로 집중호우 때마다 침수된 지대라고 판단했다. 하수도에서 빗물이 역류해 맨홀 뚜껑이 열릴 가능성을 구청이 충분히 인지할 수 있었다고 본 것이다.

 

이에 재판부는 서초구가 원칙적으로 맨홀 뚜껑이 항상 닫혀 있도록 관리해 차량 등의 통행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을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특히 재판부는 과거에 비가 더 적게 내렸을 때도 맨홀 뚜껑이 열렸던 점 등을 고려하면 이번 사고가 천재지변 때문이라고 단정할 수도 없다고 판단했다.

 

다만 재판부는 “망인들은 사고 당시 폭우의 심각성을 충분히 알고 있었고, 도로에 빗물이 가득 차 있었던 만큼 상태를 주의 깊게 확인하고 건넜어야 했다”라며 고인 측 과실을 20%로 판단해 배상액을 책정했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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