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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호황 ‘끝’… 해상운송 침체에 ‘2M 동맹’마저 결별 수순 [심층기획-글로벌 해운업계 지각변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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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12-24 15:00:00 수정 : 2023-12-24 13:3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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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때 육상 운송 막혀 운임료 껑충
코로나 끝나자 BDI지수 떨어져 ‘불황’
해운운송만 집중 ‘MSC’ 업계 1위 등극
육상·항공 확장 머스크 ‘왕좌’ 자리 내줘

최근 홍해 항로 중단 등에 상승세 보여
“펀더멘털 개선 아닌 일시적 현상” 지적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이후 물류 대란이 벌어지면서 운임단가 폭등으로 호황을 맞이한 글로벌 해운업계가 침체의 터널을 지나고 있다. 글로벌 해운 1위 기업이었던 덴마크의 머스크(Maersk)사가 2위였던 스위스의 MSC에 ‘왕좌’ 자리를 내주는 등 글로벌 해운업계의 지각변동도 벌어지고 있다. ‘2M’ 해운동맹이었던 MSC와 머스크가 2025년 결별을 기정사실화하면서 해운업계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글로벌 해운업 동향… 머스크 ‘지고’, MSC ‘뜨고’

21일 한국해양진흥공사와 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달 전 세계 해운업계 1위는 MSC로 선박 규모만 553만TEU(1TEU=1ft 컨테이너 적재 기준)로 집계됐다. 한때 ‘부동의 1위’로 여겨진 머스크는 412만TEU로 1위를 내줬다. 한국의 국적 해운사인 HMM은 78만TEU로 세계 8위다.

영업이익 차이도 크게 벌어졌다. MSC그룹의 지난해 순이익은 384억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머스크 순이익인 293억달러를 100억달러 이상 앞지른 수치다. MSC의 영업실적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비상장회사인 MSC는 창립 이후 영업실적을 공개하지 않는 방침을 고수하다가 최근 이탈리아 고속철도기업인 이탈로(Italo) 지분 50% 인수 입찰에 참여하면서 실적을 비공식적으로 공개했다.

올해 MSC와 머스크의 실적은 더욱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MSC는 다시 영업실적을 비공개로 전환해 구체적인 수치를 알 수 없지만, 머스크의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동기대비 94% 감소했다. 최악의 경우 영업손실 전환을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다. 게다가 머스크는 올해 3분기 경영실패를 인정하며 최대 1만명의 인원을 감축하는 등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이처럼 글로벌 해운업계 1·2위 기업이 명운을 달리한 것은 코로나19 이후 해운업황이 크게 달라졌기 때문이다. 세계 주요 해상운임 지수 중 하나인 발틱운임지수(BDI)를 보면 코로나19가 시작됐던 2020년 6월27일 1001포인트에서 코로나19 유행이 한창이었던 2021년 9월24일 4644포인트로 4배 이상 급등했다. BDI는 원자재를 싣고 주요 해상운송경로를 지나는 선박의 화물운임 등을 산정한 지수로, 일반적으로 BDI가 상승하면 해상운임료가 올라가는 구조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육상 운송이 막히면서 물류 수요가 해운 쪽으로 몰려 해상운임료가 상승한 것이다.

 

이 기간에 MSC와 머스크를 포함해 국내 HMM도 호황을 누렸다. HMM의 영업이익은 2020년 9808억원에서 2021년 7조3775억원으로 7배 이상 뛰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사실상 끝나고 육상운송이 재개되면서 일시적으로 몰렸던 해상운송 수요도 줄어들고 있다. BDI지수는 2022년 10월 중순 1873포인트를 기록하며 전년보다 절반 이상 꺾였고, 올해 8월 중순엔 1404포인트를 기록하는 등 코로나19 발생 이전 수치로 돌아가고 있다.

해운업계의 불황이 찾아오면서 MSC를 제외한 대부분의 해운기업이 실적 악화를 피할 수 없게 됐다. HMM의 경우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은 758억원으로 지난해 동기(2조6010억원)대비 97% 감소했다. 반면 MSC는 영업이익이나 선박규모 모든 측면에서 머스크를 따돌리고 확실한 1위에 등극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육상·해상·항공물류를 통합·확장한 머스크와 달리 선박 수를 늘리면서 해운운송에 집중한 결과다. 일례로 MSC의 선박 규모는 2020년 기준 362만TEU였지만, 불과 4년도 되지 않아 기존 선박의 53%를 늘려 553만TEU가 됐다.

◆2024년 해운업, 상승세 전환 가능할까

내년 해운업 전망도 그리 밝은 편은 아니다. BDI지수는 지난달 24일 2102포인트에서 이달 초 3192포인트로 한 주 사이 1090포인트 급등했다. 이는 한 주 사이 1127포인트가 상승했던 2009년 6월3일 이후 약 14년 만이다. 하지만 이 같은 상승세는 해운업 개선에 따른 근본적인 오름세가 아니라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데 무게가 실린다.

BDI지수가 일시적으로 상승한 배경으로는 중국 정부의 경기부양책 발표, 중국의 낮은 철광석 항만 재고량, 연말 대서양 항로 프리미엄 현상 등이 꼽히고 있다. 앞서 중국 정부는 지난달 부동산 시장 침체를 극복하고 성장률을 높이기 위해 경기부양책을 발표했는데, 이에 중국의 철강 수요 회복 기대감이 커지면서 화물 수요가 함께 증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후변화에 따른 남반구 가뭄 등 건조 기후로 호주·브라질의 철광석 출하량 증가, 물 부족 현상에 의한 파나마운하 통항 제한 강화로 대서양 선박공급 차질 심화 등도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아울러 최근 소말리아 해적의 출몰로 머스크가 홍해 항로를 잠정 중단하고, 독일 하파그로이드와 한국의 HMM 등 글로벌 해운사 12곳도 수에즈운하를 통하지 않고 아프리카 희망봉을 돌아가는 우회로를 택하면서 일시적인 BDI 상승을 부추겼다.

하지만 이 같은 다양한 변수에 의한 해상운송 수요 증가는 장기적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한국해양진흥공사 관계자는 “최근 나타난 시장 급등은 펀더멘털 개선이라기보다는 미래 시황 개선에 대한 기대감, 단기적 수급 불균형 요인 집중에 따른 것으로 판단된다”며 “최근 발표된 중국 경기부양책의 실제 효과는 내년 중국 춘절 연휴 이후인 3월쯤에나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돼 이달 하순쯤엔 철광석 수입 특수도 진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범수 기자 swa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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