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오픈 공격도 OK”… 도로공사 ‘배구천재’ 배유나, 언더사이즈 미들 블로커의 표본

관련이슈 디지털기획

입력 : 2023-12-18 08:00:00 수정 : 2023-12-18 01:18:15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여자 프로배구 도로공사의 미들 블로커 배유나(34)의 별명은 ‘배구 천재’다. 고교 시절부터 아포짓 스파이커와 아웃사이드 히터, 미들 블로커까지 포지션을 가리지 않고 어디에서든 실력을 발휘했기 때문이다. 고교 2학년 때부터 고교 최고의 선수로 이름을 알리며 국가대표팀에 선발될 정도였다. 2007~2008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는 당연히 그의 몫이었다.

 

프로 초창기만 해도 팀 사정에 따라 이리저리 포지션을 옮겨다녔다. 워낙 다재다능해 사령탑들에겐 빈자리마다 최선의 선택이 배유나였다. 그러나 그 ‘다재다능함의 독’은 배유나의 성장을 정체시켰다. 180cm의 신장은 미들 블로커로는 다소 작은 신장이었고, 윙 스파이커로 다시 뛰기엔 미들 블로커로 뛴 시간이 길어서 포지션 전향은 무리였다.

 

어느덧 프로 17년차가 된 지금, 배유나가 미들 블로커로 전향한 게 어쩌면 ‘신의 한수’가 될지도 모른다. 타고난 센스와 스피드를 앞세운 속공과 외발 공격, 코트 가운데에서 빠르게 때려내는 개인 시간차로 드래프트 동기생으로 ‘정통 미들 블로커’에 가까운 현대건설의 양효진(34)과는 또 다른 유형의 미들 블로커로 거듭 났다.

 

17일 김천체육관에서 열린 2023~2024 V리그 3라운드 흥국생명과의 경기에서는 배유나의 전술적 가치가 그야말로 반짝반짝 빛났다.

 

이날 도로공사의 외국인 선수 반야 부키리치의 컨디션은 그리 좋지 못했다. 팀 공격의 37.7%를 책임졌지만, 성공률이 27.5%에 그쳤다. 외국인 선수의 제1 임무가 리시브가 흔들렸거나 상대 공격을 수비로 걷어올린 ‘하이볼’ 처리인데, 이날 부키리치의 오픈 공격 성공률은 15.6%(5/32)에 그쳤다.

 

이런 상황에서 해결사로 나선 게 배유나다. 세터 이윤정은 부키리치의 해결능력이 떨어지자 배유나가 전위에 위치한 상황에선 배유나를 오픈 상황에서 적극 활용했다. 상대 블로커들도 이윤정이 배유나를 하이볼 상황에서 적극 활용하는 것을 알았음에도 배유나의 스피드와 센스가 워낙 뛰어났다. 원 블로킹만 따라붙으면 코트에 직접 때렸고, 투 블로킹 이상이 붙으면 상대 블로킹을 보고 쳐냈다.

 

이날 배유나의 총 공격 시도는 40번. 점유율은 21.9%로 팀 내 2위였다. 특히 오픈 공격으로 기록된 공격이 무려 29번이었을 정도로 배유나는 잘 셋팅된 공보다 어려운 공을 부키리치 대신 처리해야 했다. 이날 배유나의 오픈 공격 성공률은 51.7%(15/29)에 달했다.

 

블로킹 4개와 서브득점 1개를 포함해 25득점을 올린 배유나의 맹활약에 힘입어 도로공사는 ‘난적’ 흥국생명을 세트 스코어 3-2(25-23 21-25 25-22 19-25 15-11)로 꺾고 6연패 수렁에서 벗어났다. 승점 2를 챙긴 도로공사는 승점 14(4승12패)로 5위 IBK기업은행(승점 23, 8승8패)와의 격차를 줄였다. 아직 갈 길은 멀지만, 이날 연패 탈출을 통해 중위권 도약을 위한 발판은 마련한 셈이다.

 

경기가 끝나고 방송 인터뷰에 임한 배유나는 “부키리치가 경기 도중 어깨 통증을 느낀다고 해서 세터 (이)윤정이에게 ‘나한테 볼 많이 올려줘’라고 중간 중간 요청했다. 오늘 연습 때 몸이 좋아서 공을 더 올려달라고 한 것도 있다”라면서 “최근 경기가 될 듯 말 듯 해서 힘이 많이 빠졌는데, 오늘 경기는 집중력을 잘 유지한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우리 팀이 수비나 리시브는 좋다. 공격적인 면이 좀 떨어지는데, 공격력 유지를 위해 최선을 다 하겠다”고 덧붙였다.

 

지난 시즌을 마치고 네 번째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배유나는 총액 5억5000만원(연봉 4억4000만원·옵션 1억1000만원)에 도로공사와 3년 재계약을 맺었다. 5억5000만원은 V리그에서 연봉 5위에 해당하는 금액이며, 미들 블로커로는 양효진(6억)에 이어 랭킹 2위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배유나의 올 시즌 활약은 그 연봉이 전혀 아깝지 않은 활약이다. 언더사이즈드 미들 블로커들의 롤모델이자 희망인 배유나의 앞으로의 활약도 기대된다.


남정훈 기자 che@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김혜윤 '사랑스러운 볼하트'
  • 김혜윤 '사랑스러운 볼하트'
  • 채수빈 '매력적인 미소'
  • 조보아 '아름다운 미소'
  • 아이브 장원영 '빛나는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