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아이슬란드 글렌 굴드’ 올라프손 “골드베르크 변주곡은 바흐의 천재성 담긴 곡”… 25년 동안 꿈꾼 골드베르크 변주곡 녹음 완성

관련이슈 디지털기획

입력 : 2023-12-14 13:20:39 수정 : 2023-12-14 13:20:38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열네 살 때 글렌 굴드의 골드베르크 변주곡 음반 듣고 충격받아”
“골드베르크 변주곡은 태양계 같기도”
“바흐는 나 자신과 음악, 세상을 이해하게 해주는 매우 중요한 선생님”

“골드베르크 변주곡은 단순하면서도 바흐의 천재성을 담고 있는 곡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곡을 녹음한 건 제가 25년 동안 간직해온 꿈의 결실이에요.”

올해 4월 바흐(1685∼1750)의 골드베르크 변주곡 전곡을 녹음하고 10월 도이치 그라모폰(DG)을 통해 ‘바흐: 골드베르크 변주곡’ 음반을 내놓은 아이슬란드 피아니스트 비킹구르 올라프손(39)의 말이다. 그는 2019년 BBC 뮤직매거진 어워즈 최우수 악기상 및 전체 앨범상을 받고 그라모폰 매거진 ‘올해의 아티스트’로 뽑힐 만큼 세계적인 피아니스트다. 이번 음반은 2018년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에 이어 올라프손이 발표한 두 번째 바흐 앨범이다.

기자간담회하는 비킹구르 올라프손 (서울=연합뉴스) 강민지 기자 = 피아니스트 비킹구르 올라프손이 14일 오전 서울 강남구 거암아트홀에서 '바흐: 골드베르크 변주곡' 앨범 발매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2023.12.14 mjkang@yna.co.kr/2023-12-14 11:53:45/ <저작권자 ⓒ 1980-2023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맨 앞뒤 아리아 2곡을 포함해 모두 32곡으로 구성된 ‘골드베르크 변주곡’은 바흐가 1741년 작곡한 것으로 위대한 건반 음악이자 가장 유명한 변주곡으로 손꼽힌다. 올라프손은 올해 전 세계를 돌며 골드베르크 변주곡 연주회를 갖는 등 올 한 해를 온전히 이 곡에 바쳤다. 

 

그는 5년 만의 내한 공연 무대에서도 골드베르크 변주곡만 들려준다. 서울 예술의전당(15일)과 통영국제음악당(16일) 연주회를 앞두고 14일 서울 강남구 거암아트홀에서 만난 올라프손은 “이 작품을 연주할 때마다 바흐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바흐가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작곡할 당시 사람들은 바흐 음악에 관심이 없었고, 오히려 바흐 아들들이 훨씬 유명했습니다. 이런 위대한 음악을 창조했음에도 인정해주거나 들어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상황에서 바흐의 심정은 어땠을까를 많이 생각해요. 저는 이번 투어를 통해 수십만 명의 관객들을 만나고 있는데 말이죠.”

 

올라프손이 바흐 음악과 사랑에 빠진 건 열네 살 때다. 캐나다의 전설적 피아니스트로 최고의 바흐 음악 연주자였던 글렌 굴드(1932∼1982)가 1955년 녹음한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듣는 순간 충격에 빠졌다고 한다. “저의 모든 감각이 폭발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어요. 기교적이거나 매우 시적인 부분도 있고, 형이상학적·영적인 부분 등 모든 것을 담고 있다는 놀라운 깨달음을 얻은 것 같아요. 그때부터 저한테 가장 중요한 작품이 됐습니다.”

피아니스트 비킹구르 올라프손 (서울=연합뉴스) 강민지 기자 = 피아니스트 비킹구르 올라프손이 14일 오전 서울 강남구 거암아트홀에서 '바흐: 골드베르크 변주곡' 앨범 발매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2023.12.14 mjkang@yna.co.kr/2023-12-14 11:53:54/ <저작권자 ⓒ 1980-2023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이후 25년 동안 바흐와 그의 음악세계를 탐구하고 ‘아이슬란드의 글렌 굴드’라고도 불리며 마침내 골드베르크 변주곡 전곡 녹음의 꿈을 이룬 올라프손은 ‘어떤 변주곡을 제일 좋아하느냐’는 질문에 “‘자식 중에 어떤 자식이 더 좋냐’라고 묻는 것과 같다”며 웃었다. 그는 “변주곡마다 너무 특별해서 연주할 때마다 좋아하는 변주곡이 좀 달라진다”면서도 “일단 변주곡 13번은 매우 아름답고 부드러워서 꿈꾸는 듯한 곡으로, 바흐의 자유로운 면모를 느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바흐 작품으로 상당히 긴 편인 25번은 고통스러운 감정이 담긴 아주 비극적인 곡인데 좋아한다”며 “매우 단순한 아리아 다음에 나오는 1번도 매우 밝고 비르투오소적(기교적)이라 좋아한다”고 덧붙였다.

 

올라프손은 “골드베르크 변주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각각의 변주곡이 가진 다양성과 독특함이라고 생각한다”면서 “하나하나 매우 특별한 곡이라 어떻게 연결시키는 건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며 이 곡을 태양계에 비유하기도 했다. “(앞뒤) 아리아를 중심에 두고 개성과 독특함을 가진 30개의 행성이 각각의 논리로 아리아 둘레에 공존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피아니스트 비킹구르 올라프손이 14일 서울 강남구 거암아트홀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바흐는 연주자에게 많은 것을 요구하는 작곡가이고, 골드베르크 변주곡도 연주하는 게 지극히 어려운 곡이라고도 했다. “올림픽에 나간 체조 선수에게 요구되는 고난도 기교처럼 바흐 골드베르크를 연주하려면 엄청난 기교가 필요합니다. 또 바흐가 시대를 초월해 전달하고자 한 이야기를 잘 표현해야 하기 때문에 상당히 어려운 곡이에요.”

 

그는 ‘바흐 스페셜리스트(전문가)’라고 불리는 것에는 고개를 저으면서도 바흐는 자신에게 스승처럼 매우 중요한 작곡가라고 했다. “바흐는 제 자신과 음악, 세상을 이해하는 데 아주 중요한 선생님이었어요. 그래서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연주할 때는 바흐와 공동 창작자가 된 것 같습니다. 마치 그가 시간 여행을 와서 나와 함께 이 곡을 연주한다는 느낌이 들기도 하거든요.”


이강은 선임기자 kelee@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채수빈 '매력적인 미소'
  • 채수빈 '매력적인 미소'
  • 조보아 '아름다운 미소'
  • 아이브 장원영 '빛나는 미모'
  • 트리플에스 지우 '매력적인 눈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