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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온라인 괴롭힘’ 만연한 게임업계… 고용부 신고는 ‘0건’ 왜?

입력 : 2023-12-12 18:05:04 수정 : 2023-12-13 09:4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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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업계 종사자들이 느끼는 온라인 괴롭힘 수준이 상당하지만 정작 고용노동부에 들어간 관련 신고는 수 년째 전무한 것으로 드러났다. 프로젝트 중심으로 이동이 잦고 평판을 중시하는 업계 특성상 괴롭힘을 당해도 신고하기 힘들어 법과 현실 간 괴리가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정의당 장혜영 의원실이 고용노동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사업주가 고객의 폭언 등으로부터 직원을 보호해야 한다는 산업안전보건법 제41조 위반과 관련해 게임업계 종사자가 관할 노동청에 신고한 내역은 2021년부터 지난 5일까지 ‘0건’이었다. 콜센터 노동자 등 감정노동자 중심으로 2018년 제정된 이 조항은 3년 뒤 일반 노동자까지 모두 보호 대상에 포함하도록 개정됐다.

 

게임업계 종사자에 대한 온라인 괴롭힘은 최근 국내 대표 게임사인 넥슨의 인기 게임 메이플스토리 캐릭터를 소개하는 한 영상 관련한 ‘남성혐오 집게손’ 논란 이후 재조명되고 있다. 일부 유저가 제기한 해당 의혹에 게임사들은 사실관계를 확인하거나 공격 대상이 된 직원을 보호하기보다 ‘손가락 지우기’에 초점을 맞춘 행보를 보이면서다.

메이플스토리 ‘엔젤릭버스터’ 리마스터 게임 홍보 영상 속 논란이 된 장면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감정노동 노출 위험이 높은 병원, 호텔, 대형마트 판매원, 가사관리사 등을 직종별로 분류해 관리한다”며 “2021년 법 개정 후 41조 2항에 따라 업무와 관련해 고객 등 제3자로부터 폭언 등을 당한 경우는 모두 신고 대상에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시민단체 조사나 현장의 목소리에 따르면 게임업계 사람들이 겪는 온라인 괴롭힘은 ‘관련 신고가 없다’는 공식 기록과는 상반된다. 청년유니온이 지난 9월8일부터 10월3일까지 게임업계로부터 각종 온라인 괴롭힘(사이버불링)과 사상검증, 성희롱, 성차별 사례를 제보받은 결과 62명으로부터 67건의 사례가 수집됐다. 응답자 75.8%는 ‘게임업계 내 이용자에 의한 사이버불링이 매우 심각하다’고 인식했다. 이들은 고객응대 업무를 맡지 않았음에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개인 계정으로 스토킹을 당하거나 인격모독적 메시지 또는 해고 위협성 협박글을 받은 적이 있어 위협을 느낀다’고 답했다.

 

게임업계 분위기를 아는 이들은 이 같은 결과에 놀랍지 않다는 반응이다. 현재 한 게임회사에서 근무하는 A씨는 “게임업계는 프로젝트 단위로 일하고 맡았던 프로젝트가 망하면 퇴사도 흔한, 회사가 노동자를 보호해준다는 인식이 굉장히 약한 곳”이라며 “프로젝트별 인력이 그때그때 꾸려져 사내 분란 없이 조용히 있어야 낫다고 생각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온라인 괴롭힘이 발생해도 이런 문제를 회사 밖으로 알리기 어려운 구조란 것이다.

 

A씨는 “이번 사태 이후 모든 손동작뿐 아니라 머리카락 끝이 갈라진 모양, 게임 내 갈라진 지형 모양까지 모두 재검토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는데 한 게임, 회사만이 아니라 전체적으로 이런 작업을 한다는 것이 굉장한 사회적 낭비 같다”고 말했다.

2016년부터 게임업계 ‘사상검증’ 문제를 지적해온 김유리 전국여성노동조합 조직국장은 “법이 있다한들 회사가 먼저 사과하고 직원을 해고하는데 노동자는 ‘법이 나를 보호해 준다’고 생각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사상 검증’ 문제가 반복될수록 게임업계에서 여성 기술자 및 소비자가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김 국장은 “일부 악성 유저의 문제 제기로 인한 모든 수정 비용은 노동자에게 전가되는데 이럴수록 ‘괜한 오해를 사지 않겠다’는 마음에 자기검열이 심화할 수 있다”며 “이러다 우수인력이 유출되면 국내 게임산업 손실“이라고 짚었다. 이민주 페미니스트연구웹진 ‘Fwd’ 연구자는 “게임에 고액을 지불하는 남성 유저가 게임회사 매출에 크게 기여한다고 알려졌지만 여성 유저의 고액 지출도 많다”며 “일부 악성 남성 유저의 요구에 회사가 움직이면 여성 소비자는 시장에서 인정받지 못한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게임회사부터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민성 한국게임소비자협회장은 “미국에서도 2014년 여성과 유색인종의 게임 참여율이 늘자 백인 남성을 중심으로 게임업계를 공격하는 유사한 일이 발생했지만 당시 게임회사들은 ‘이런 행동에 반대한다’고 정면으로 맞섰다”며 “이제는 다양한 소비자가 기본인 상태”라고 말했다.

 

이 연구자는 “게임회사는 악성 유저의 반발 시 매출이 떨어져서 기업이 망할 것을 가장 먼저 걱정한다”며 “회사가 종사자 보호를 최우선으로 하도록 법이 개정된다면 매출 최우선주의로 기업이 행동하는 일이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장 의원은 “근거 없는 페미니즘 사상 검증 요구에 게임업계가 순응한다면 창작 노동자 권리는 침해되고 문화콘텐츠 산업 전체 분위기도 위축될 수밖에 없다”며 “업계에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박유빈 기자 yb@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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