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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렌트’의 ‘세계 최고령·최장수 엔젤’ 김호영 “엔젤은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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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12-09 13:59:52 수정 : 2023-12-09 15: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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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출 등으로 ‘렌트’에 참여하고 싶어”

2002년 어느날 친구를 따라 뮤지컬 ‘렌트’ 배우 오디션(선발 심사)에 참가한 연극학도는 주요 배역인 ‘엔젤’로 엉겁결에 데뷔한다. 하지만 어떤 배우들보다도 “엔젤 그 자체”란 평가를 받으며 21년이 지난 올해 ‘렌트’ 무대에도 오르고 있다. 배우뿐 아니라 방송 진행자 등 다양한 활동을 하는 김호영(40)이 바로 그다.

김호영이 ‘렌트’ 공연 중인 서울 삼성동 코엑스 아티움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신시컴퍼니 제공

현재 ‘세계 최장수·최고령 엔젤’로 알려진 김호영이 2000년 국내 초연 이후 아홉 번째인 이번 시즌을 끝으로 ‘엔젤’ 역을 내려놓는다. ‘렌트’ 공연장인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아티움에서 지난 5일 만난 김호영은 “피부 나이나 관절 건강으로 보면 ‘엔젤’을 더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면서도 “연기를 하다 문득 ‘내가 너무 노련해졌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는 이유를 댔다. 순수하고 풋풋한 엔젤과 ‘노련미’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울러 어린 후배들에게 엔젤 역을 넘겨주고 싶은 마음도 있었단다. ‘렌트’를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막내였던 그는 지금 최고참 선배다. 2004년과 2007년, 2020년을 포함해 다섯 시즌을 ‘렌트’와 함께 한 김호영은 ‘엔젤’로만 300차례 넘게 무대에 올랐다. “하고 싶다고 무언가를 계속 붙잡고 있는 것보다 자리를 내주는 것도 선배로서 미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는 배우 인생에서 ‘렌트’에 출연하고 엔젤 역을 맡은 걸 ‘행운’이라고 했다. 좋은 작품으로 데뷔해 배우로 인정받고, 엔젤을 연기하면서 과분한 사랑을 받았다는 것이다. 특히, ‘렌트’의 주제를 함축하는 대표 넘버(노래) ‘오직 오늘뿐(No day but today)’처럼 이 작품을 통해 ‘오늘 하루를 열심히 살자’는 삶의 철학도 생겼다고 했다. 공교롭게 대학 신입생 때 친구들이 지어준 별명 ‘호이(Hoy)’도 스페인어로 ‘오늘’이란 뜻이라고.  

김호영(왼쪽)이 뮤지컬 ‘렌트’에서 엔젤 역을 맡아 열연하고 있는 모습. 신시컴퍼니 제공

‘렌트’는 가난하지만 예술을 위해 프랑스 파리 변두리에 모인 젊은 예술가들의 사랑과 아픔을 그린푸치니(1858∼1924)의 오페라 ‘라보엠’을 미국의 극작가 겸 작곡가 조나단 라슨(1960∼1996)이 현대화한 작품이다. 뉴욕 이스트 빌리지에 모여 사는 가난한 예술가들의 꿈과 열정, 사랑과 우정을 그린 ‘송스루(Song Through·대사보다 노래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뮤지컬’이다. 1996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된 후 토니상 작품상과 퓰리처상 등 유수의 상을 휩쓸고, 전 세계 50개국에서 공연되는 등 작품성과 대중성을 인정받았다. 1년을 분 단위로 환산해 52만5600분으로 표현하며 매 순간 사랑하자고 말하는 노래 ‘시즌스 오브 러브(Seasons of love)’가 유명하다. 

 

극 중 엔젤은 여성 복장과 화장을 한 거리의 예술가로 컴퓨터 천재이자 대학 강사인 콜린과 사랑에 빠진다. 언제나 생기발랄한 에너지가 넘치고 따뜻한 심성을 지닌 그는 친구들에게 사랑의 가치를 일깨워주고 희망을 전파한다. 병으로 일찍 죽지만 ‘렌트’의 주제를 잘 보여주는 인물이다.

김호영이 2002년 뮤지컬 ‘렌트’ 데뷔 무대에서 공연하는 모습. 신시컴퍼니 제공

김호영은 막내로 처음 ‘렌트’ 무대에 오를 때 좋은 선배들을 만나 많이 배우고 사랑받으면서 ‘좋은 선배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배웠다고 했다. 그가 이번 공연에서 번갈아 엔젤 역을 맡는 가수 겸 배우 조권에게 엔젤 연기 비법을 전수해주고, 무대 안팎의 분위기를 돋우는 데 앞장서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김호영은 엔젤로선 은퇴하지만 ‘렌트’와의 인연은 계속 이어가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과거 브로드웨이 무대에서 엔젤로 활약했던 앤디 세뇨르가 ‘렌트’의 협력 연출을 맡고 있는 것처럼 자신도 그러길 꿈꾼다고 했다. “창작 뮤지컬을 단독으로 해보라고 하면 자신 없지만, 협력 연출로 배우, 음악, 홍보까지 지원하는 건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기회가 된다면 액팅(연기) 코치, 드라마투르기(작품 완성도 제고를 돕는 역할), 연출가 등 스태프로서 ‘렌트’와 계속 연을 이어가고 싶습니다.” 공연은 내년 2월25일까지. 


이강은 선임기자 k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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