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병' 팔아 모은 30만원…더 어려운 이웃에게 기부한 할머니

"인생길 마지막에 좋은 일 하는 게 소원"

“내 나이 85세. 마지막 인생을 살면서도 좋은 일 한 번도 못 해보고 오남매 키우고 살았어요. 작은 돈이지만 불우한 어린이에게 써주세요.”

지난 5일 경북 안동시 옥동행정복지센터. 이 지역에 사는 이필희(85) 할머니가 흰 봉투를 쥐고 행정복지센터에 나타났다. 봉투 안에는 5만원권 여섯장, 총 30만원이 담겨있었다.

빈 병을 팔아 모은 돈을 어린이에게 써 달라고 기부한 이필희씨가 쓴 편지. 안동시 제공

이 할머니는 미소를 지으며 “빈 병을 모아 팔아 한푼 두푼 모았다”고 했다. 기부 이유를 묻자 “인생길 마지막에 좋은 일 하는 게 소원이다”고 답했다.

이 할머니는 편지도 남겼다. 삐뚤빼뚤 글씨에 서툰 맞춤법이었지만 할머니의 진심이 묻어났다. 그는 “힘들게 살며 없는 사람에게 밥 한술 못 줘보고 입던 옷도 못 줘 봤다”며 “이제는 내 아이들이 부자는 아니더라도 배 안 고프게 밥 먹고 따뜻한 방에 잠자고 할 수 있다”고 기부 배경을 설명했다.

이 할머니는 “생각해 보니 빈 병을 모아 팔면 돈이 될 것 같아 1월부터 운동 삼아 쓰레기장을 다니면서 빈 병을 모았다”면서 “10원도 안 쓰고 12월까지 모은 게 15만원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 아이들 준 용돈을 안 쓰고 15만원 보태 30만원을 만들었는데 작은 돈이다”면서 “어디에 보내면 되는지 몰라 동장님에게 보내니 잘 써달라”고 당부했다.

이 할머니가 기탁한 성금은 경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어려운 이웃과 소외계층에 쓰일 예정이다.

안동시 관계자는 “힘들게 돈을 마련해 전달해 준 할머니의 마음이 어떤 나눔보다 크고 소중하다”며 “기부한 성금은 어려운 아동을 비롯한 힘든 이웃에게 소중히 사용하겠다”고 말했다.

안동=배소영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