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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명가’의 몰락… 선수 엑소더스 불 지피나 [김동환의 김기자와 만납시다]

입력 : 2023-12-09 15:03:35 수정 : 2023-12-09 15:0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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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격 강등 수원삼성 미래는

2014년 운영주체 제일기획 변경 후
지원 대폭 줄어… 침체 시작 계기로
경쟁력 잃은 팀, 대규모 이적 가능성
광고료 적은 2부行 재정에도 악영향
1년 만에 1부 복귀 제주 선례 삼아야
“어떻게든 충격을 잊어보려는데 쉽지 않다.”


프로축구 수원 삼성 블루윙즈 구단의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 게시물에 최근 이 같은 댓글이 달렸다. 지난 2일 열린 ‘하나 원큐 K리그1 2023’ 최종 라운드 강원 FC를 맞아 0-0 무승부에 그쳐 내년 시즌 강등이 확정된 데 팬들이 토로한 아쉬움이다. 명가인 수원 구단 역사상 초유의 강등이 엄청난 상실감을 안긴 만큼 이러한 반응도 이해 못 할 일은 아니라는 게 중론이다. 안방인 수원월드컵경기장 주변에 버려진 응원 깃발은 팬들의 낙담한 심정을 고스란히 대변했다.

프로축구 수원 삼성 블루윙즈가 ‘하나 원큐 K리그1 2023’ 최종 라운드 강원 FC를 맞아 0-0 무승부로 강등이 확정된 지난 2일 경기 수원월드컵경기장 주변에 수원 구단을 응원하던 깃발이 버려져 있다.

◆충격의 강등…‘대규모 이적’ 가능성

서정원·안정환·고종수 등 1990~2000년대 스타들을 배출한 데다 국내 최고 기업의 지원 아래 수차례 우승컵을 들어 올린 찬란한 수원의 역사는 이번의 허무한 몰락과 대조된다. ‘각본 없는 드라마’라 불리면서 경기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게 축구의 매력이지만 강등은 선수나 팬에게 ‘생애 최악의 순간’이기 마련이다.

앞으로 구단 운영에도 선수들의 대규모 이적 등에 따른 문제가 예상된다. ‘2부 리그 이력’을 반길 선수는 많지 않다. 떠나는 선수에 상응하는 능력의 인재를 영입하지 못하면 내년 경기력 하락은 불 보듯 뻔하다. 승격을 원하는 팀들로 매 경기가 사실상 ‘전쟁’이어서 성적을 내지 못하면 ‘지옥’으로 불리는 2부 리그에 기약 없이 발이 묶일 수도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축구계에는 ‘2부 리그 우승보다 1부 리그 중위권에 남는 게 더 쉽다’는 말도 있다.

◆수원 몰락의 시작은 언제였나

야구 삼성 라이온즈와 농구 서울 삼성 썬더스 등과 함께 프로 구단 운영 주체가 제일기획으로 통합된 2014년 이후 투자는 점차 줄었고, 축구계 안팎에서는 이때를 수원 몰락의 시작점으로 본다.

승강제가 처음 시행된 2013년 총연봉 90억6742만원 지출로 K리그 ‘인건비 1위’였던 수원은 이듬해 전북현대모터스(118억원)에 선두를 내주고 2위(98억6400만원)로 내려앉았다. 2015년 87억원대로 감소한 인건비는 이후 70억~80억원대를 오가다 지난해 88억7583만9000원으로 1부리그 12개 구단 중 8번째에 그쳤다. 올해 K리그 우승팀 울산 현대가 2013년 63억원에서 지난해 176억원으로 같은 기간 3배 가까이 선수 인건비를 늘린 것과 대조된다.

연봉이 한해 농사를 결정하는 절대 기준은 아니지만 얇은 지갑은 ‘고연봉’의 뛰어난 선수 영입을 어렵게 했고, 저조한 순위의 악순환으로 이어졌다. 2014~15년 연속 정규 리그 2위였지만 2019년 8위, 지난해 10위에 이어 올해는 꼴찌로 강등을 면치 못했다. 그동안의 투자가 합리적이었는지 고민이 필요한 대목이다.

◆타격 불가피

축구 종주국인 잉글랜드에서도 중계권료 감소 등을 이유로 프리미어 리그(1부 리그)에서 챔피언십(2부 리그)으로의 강등을 구단이 겪는 가장 중 재앙 중 하나로 꼽힌다. 2022∼23리그 막바지이던 지난 5월 현지 언론은 ‘강등되는 구단은 챔피언십 첫해부터 수백억원의 재정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보도했었다.

구단마다 중계권료가 배분되지 않는 국내 프로축구는 사정이 조금 다르긴 하다. 다만 연말 한국프로축구연맹에서 리그 타이틀 스폰서나 전광판 광고 등에 따른 광고료를 나눠 받는데, 이마저도 1·2부 리그의 금액 차가 있어 강등에 따른 재정 타격은 불가피하다. 각 3억~4억원을 광고료로 받는 1부 리그(12개 구단)와 달리 2부 리그(11개 구단)는 더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1년 만에 1부 복귀한 제주 선례 따라야

강등 1년 만에 1부 리그로 복귀한 제주 유나이티드는 수원이 나아갈 길로 보인다.

SK는 2019년 말 강등 확정 후 SK에너지 브랜드마케팅 실장과 B2B 사업본부장 등을 거친 한중길 대표이사 선임을 통해 모기업 SK 그룹의 지원 아래 강력한 쇄신 의지를 드러냈었다. 울산을 비롯한 다수 구단에서 경험이 풍부한 ‘실무형 인재’ 김현희 단장을 영입하고, ‘승격 전문가’ 남기일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이른 1부 복귀를 목표로 전폭적인 지원을 받은 제주는 곧바로 2020년 2부 리그 우승으로 승격을 확정했다.

당시 제주 상황을 잘 알던 한 축구계 관계자는 세계일보에 “빠른 승격을 위해 최태원 회장이 지원을 아끼지 않은 것으로 안다”며 “구단 수뇌부의 진정성 있는 쇄신 의지에 승격이 달려 있다”고 말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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