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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상봉터미널…마지막 버스 보내고 ‘추억 속으로’ [밀착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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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11-30 18:55:00 수정 : 2023-12-01 00:27:32
글·사진=윤준호 기자 sherp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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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봉터미널’ 38년 만에 폐업

하루 이용객 26명… 월수입 83만원
김밥 팔던 매점 간판만 덩그러니
철거 후엔 49층 주상복합 들어서

30일 서울 중랑구 상봉터미널.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건물 외벽면에 폐업 안내 펼침막이 겨울바람을 맞으며 나부꼈다. ‘30일부터 터미널 운영이 종료’되며 ‘12월1일부터는 터미널 전면 임시정류장’을 이용해야 한다는 안내가 펼침막에 적혀 있었다.

 

1985년 개장해 한때 하루 평균 2만명 넘는 이용객이 찾았던 상봉터미널이 38년 역사를 뒤로하고 문을 닫는다. 이날 오전 찾은 상봉터미널 대합실엔 건물 관리인 1명을 빼고는 아무도 없었다. 그는 “노선도 1개밖에 남지 않아 휴게실에서 기사 한 명이 출발 전 잠깐 머물다 금방 떠난다”고 말했다.

30일 오전 찾은 서울 중랑구 상봉터미널 건물 모습이다. 폐업을 알리는 펼침막이 걸려 있다. 윤준호 기자

1990년 동서울터미널이 개장한 뒤 이용객이 줄어 상봉터미널은 오랜 시간 경영난에 시달렸다. 지난달 한 달 총수입은 83만원, 하루 평균 이용객은 26명에 불과했다. 상봉터미널은 2층짜리 건물 지하 1층에만 남아 있고, 건물 1층은 운전학원, 2층은 경륜·경정장으로 쓰이고 있었다. 터미널 앞 팔각정은 노후화로 붕괴 위험이 있어 출입이 금지됐다.

 

터미널 입구에선 60·70대 남성들이 ‘미사리 경정’이라고 쓰인 이날 경기 예상지를 사서 바쁘게 2층 경정장 안으로 들어갔다. 원래 버스 승하차장과 주차장이었던 1층에선 노란색 운전연습차량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승차홈이었던 곳은 이제 바닥에 버스 주차선만 남았다. 1층 대합실이었던 곳에는 팔리길 기다리고 있는 중고차 예닐곱대도 있었다.

 

지하 1층 터미널 안에는 얼음물과 오징어와 같은 ‘터미널 간식거리’를 팔았던 광명상회, 라면과 김밥 어묵을 팔았던 털보식당 등 4개의 매점이 간판만 남긴 채 셔터를 내린 상태였다. 관리인은 “매점이 문을 닫은 지 언제인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제는 파는 곳을 찾기 어려운 ‘필름’과 ‘냉커피’도 매점 간판에 판매 물품으로 적혀 있었다. 이따금 화장실을 이용하려는 사람들이 한두 명씩 지하 1층 대합실을 찾았다. 고요한 대합실에는 화장실 환풍기 소리만 ‘윙윙’ 울렸다.

30일 오전 찾은 서울 중랑구 상봉터미널 대합실 모습이다. 빈 의자들이 있고 승차홈 앞에는 수기로 쓴 노선 운행 시간표가 있다. 윤준호 기자

승차홈 3개가 남아 있지만 노선은 원주·문막으로 가는 버스뿐이다. 대합실에는 수기로 쓴 운행시간표가 있었다. 원주·문막행 버스는 하루 6번만 운행한다. 이날 상봉터미널에서 이 버스의 마지막 운행 출발시각은 오후 8시였다.

 

매표소 영업이 중단되고 지금까지 그나마 있던 무인발매기도 터미널 폐업 이후인 1일부터는 이용이 불가하다. 앞으로는 스마트폰에서 시외·고속버스 예매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서만 표를 살 수 있다. 다만 승차 버스에서 직접 카드나 현금으로 결제해 탑승할 수도 있다.

 

강원·경기북부 지역 시외버스와 중부 이남 지역을 잇는 고속버스 기·종점 역할을 했던 상봉터미널이 철거된 부지에는 지상 49층 규모 주상복합 건물이 들어설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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