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세계박람회(EXPO·엑스포) 개최지 부산 유치가 불발됐다. 28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국제박람회기구(BIE) 제173차 총회 1차 투표에서 부산이 총 165표 중 29표를 얻는 데 그쳤고 경쟁 상대인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는 119표를 얻었다. ‘오일머니’를 앞세운 사우디에 한국이 무릎을 꿇은 것이다. 2차 투표에 들어가면 3위를 한 이탈리아 로마표까지 흡수해 충분히 역전이 가능하다고 본 한국이 큰 표차로 참패한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어제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통해 “모든 게 제 부족함의 결과”라고 했다.
성적표만 놓고 보면 충격이다. 우리 정부는 리야드에 비해 1년 늦은 지난해 7월에서야 민관이 함께한 2030유치위원회를 출범시켰다. 500여일 동안 지구 495바퀴를 돌며 BIE 181개 회원국 관계자들을 만나 득표 활동을 벌였다. 윤 대통령과 한덕수 국무총리, 김진표 국회의장 등이 앞장서서 ‘한강의 기적’을 일궈낸 경험 등을 전 세계와 나누겠다며 표를 달라고 호소했다. 그런데도 선발 주자인 데다 막판 물량 공세를 펼친 사우디의 벽을 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사우디가 2030년까지 리야드에 4조4300억원을 투자하고, 엑스포 개최를 위해 저개발국에 10조원 이상을 개발차관과 원조기금으로 주기로 한 게 이슬람권과 아프리카·아시아 등지에서 몰표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륙별 안배에 대한 규정은 없지만 2025년 일본 간사이 엑스포 개최도 우리에겐 불리한 요소로 작용했을 수도 있다.
국민의 염원이 실현되지 못해 아쉽지만 성과가 작지 않다. 무엇보다 2002 월드컵, 2018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에 이어 모처럼 국민이 하나가 됐다. 정쟁을 일삼던 정치권은 정파를 초월해 한목소리를 냈다. 삼성, SK, 현대자동차, LG 등 한국 간판 기업들의 총수와 고위 경영진도 전 세계를 누볐다. 이런 과정에서 경제·외교 지평이 넓혀진 것은 국가적인 큰 자산으로 남게 될 것이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부산은 전 세계로부터 역량과 경쟁력, 풍부한 잠재력과 가능성을 인정받았다”며 2035년 유치 재도전을 시사했다. 실패의 원인을 정확히 분석하고 교훈을 얻는 것이 중요하다. 투표 직전까지 “얼마든지 대역전이 가능하다”는 낙관적 전망이 왜 나왔는지부터 따져 봐야 할 것이다. 총성 없는 국제외교전에선 한 치 오차도 허용되지 않는다. 다음 기회라도 꿈을 이루려면 지금부터 철저한 준비와 전략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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