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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정부, 금융·기업 ‘상생’ 압박… 총선 표심 겨냥 ‘경제정치’

“윤석열 대선 후보는 시장경제로 전환해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고 한국 경제의 부흥을 가져올 것이다.”

20대 대통령 선거 직전인 지난해 2월 말. ‘시장경제를 지향하는’ 교수 33명이 모여 윤석열 당시 대선 후보를 지지 선언하며 밝힌 내용이다. 당시 비공개 서명자까지 포함하면 지지 교수는 1000여명에 달했다.

안용성 경제부 차장

며칠 뒤에는 전·현직 금융인 222명이 모여 비슷한 취지로 윤 후보에 대한 지지 선언을 이어 갔다. 이들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존중하는 후보가 대통령이 돼야 한다”고 외쳤다. 이재명 후보를 지지하던 금융인들이 ‘포용 금융’을 앞세웠다면, 윤 후보 지지자의 키워드는 단연 ‘시장경제’였다.

윤석열정부가 출범한 지 1년 반이 지난 지금, 시장은 이들의 바람대로 돌아가고 있을까.

안타깝게도 윤석열정부 들어 시장경제에 역행하는 정책이 쏟아지고 있다. 이른바 ‘신(新)관치’ 논란이다. 대통령이 특정 업계나 기업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내면, 관련 부처가 기다렸다는 듯이 압박에 들어가는 형태가 계속되고 있다.

아이러니한 것은 관치 논란의 한가운데에 ‘금융’이 자리 잡고 있다는 점이다. ‘시장경제를 존중하는 후보’라고 기대했던 이들은 윤석열정부가 은행을 담합의 온상으로 규정하고, 소상공인에게 종노릇을 시킨다고 말할 것을 예상하지 못했을 터다.

대통령 발언이 나오자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를 소집해 상생금융을 압박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업계 스스로 국민의 기대 수준에 부합하는 지원 방안을 마련해 주실 것을 부탁드린다”고 했다. 금융권에서는 2조원대 ‘기대 수준’이 마련되고 있다. 관치 금융의 부활이다.

금융뿐만 아니다. 공정거래위원회도 기업 조사에 열을 올리고 있다. 공정위는 윤석열 대통령의 ‘통신 카르텔’ 발언 후 이동통신사의 보조금 담합을 조사 중이다. 지난 2월 첫 현장조사 이후 벌써 9개월이 지났지만, 결론이 언제 나올지는 오리무중이다. 공정위는 또 대통령에 의해 ‘부도덕한 기업’으로 낙인찍힌 카카오에 대해서도 전면적인 조사를 진행 중이다.

그사이 방송통신위원회는 “이통사의 단말기 판매장려금 가이드라인이 담합 행위가 아니다”라며 공정위의 제재 움직임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대통령의 좌표 찍기에 부처 간 엇박자까지 이어지며 기업은 혼란스럽기만 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재계에서는 “법인세 인하의 대가로 값비싼 청구서를 받아든 꼴”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물가를 관리하는 행태도 마찬가지다. 지난 28일 오뚜기는 12월부터 카레와 케첩 등 주요 제품 24개 가격을 10%가량 올린다고 했다가 반나절 만에 계획을 철회했다. “민생 안정에 동참하기 위해”라고 설명했지만, 정부의 압박 때문이라는 걸 모르는 사람이 없다.

정부 눈치에 가격 인상 방침을 철회한 사례는 또 있다. 지난 3월 CJ제일제당은 가공식품과 장류 가격을 올리지 않기로 결정했고, 풀무원도 2월 ‘풀무원샘물’ 출고가를 5% 올릴 예정이었다가 계획을 취소했다.

윤석열정부의 이 같은 ‘신관치’는 전형적인 포퓰리즘이다. 지지율을 높이기 위해, 총선을 앞두고 경제정책이 아닌 경제정치를 펴는 꼴이다. 효과도 크지 않다. 당장 기업은 제품 용량을 줄이고, 품질을 낮춰 비용을 아끼는 ‘꼼수’로 대응하고 있다. 과도한 시장 개입은 후유증을 불러올 뿐이다. 시장은 통제할 수도 없고, 통제해서도 안 된다.


안용성 경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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