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지어 교통 안내문구, 버스 태그 알림음까지 ‘그의 목소리’
과도한 홍보에 지쳤다는 부산 시민들 하소연·우스갯소리
‘엑스포 유치 광고를 왜 부산에 도배?’ 지적도 나와

‘2030세계박람회’ 유치에 실패한 부산에선 “이정재 강점기 해방의 날”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오고 있어 화제다.
29일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드디어 이정재 강점기에서 해방된 부산>이란 제목의 글이 퍼졌다.
해당 글의 내용은 다름 아닌, 엑스포 유치를 위해 부산 시내 곳곳에 붙여진 홍보 포스터를 지적하는 내용이었다.
앞서 부산시는 ‘배우 이정재’를 홍보 모델로 한 ‘부산엑스포 유치 기원 홍보 포스터’를 지하철역사, 시내버스, 고층빌딩, 버스정류장, 그외 전광판 등 곳곳에 배포했다.
해당 포스터엔 두 손을 맞잡은 이정재 사진과 함께 “지금 대한민국이 준비합니다. 2030부산세계박람회 유치를 다 함께 응원해주세요”라는 문구가 담겼다.
글 작성자는 이정재 얼굴이 큼지막하게 들어간 포스터 이미지 십수장과 함께 “드디어 부산광역시의 길고 길었던 ‘이정재 통치기’가 끝났다”고 했다.
이는 정부가 부산 시내 어딜 가든 이정재 얼굴이 담긴 홍보물을 지나칠 정도로 많이 부착했고, 시민들이 그동안 피로감에 시달려왔음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오히려 엑스포 유치가 무산된 게 다행이라는, 일종의 ‘밈(meme)’으로 온라인상에 퍼지고 있다.
그런데 포스터뿐 아니라 버스·지하철·택시 등 교통수단과 통화연결음 등에 이정재의 홍보 내레이션이 흘러나와 ‘이정재 통치기’란 말이 나올 만하다는 반응이다.
부산 곳곳 어디를 가든 “안녕하세요. 2030 부산엑스포 유치 홍보대사 배우 이정재입니다. 부산은 영화 일로 제가 자주 찾는 도시이고 제가 사랑하는 정말 경이로운 도시이죠. 이 도시의 매력을 2030년 저와 함께 찾아보지 않으시겠어요? 부산에서 만나요”라는 이정재 내레이션이 흘러나왔다.
한 누리꾼은 버스 승차 후 교통카드를 태그하는 짧은 순간에도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를 응원합니다”라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며 한숨을 쉬었다.

이에 해당 게시글엔 “이정재 통치기란 말에 빵 터짐”, “진짜 이정재로부터 해방”, “포스터랑 멘트랑 빨리 수거해 가시라”, “지긋지긋했는제 정말 잘 된 듯” 등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지난 28일 오후(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외곽 팔레 데 콩그레에서 제173차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가 열린 가운데, ‘2030세계박람회(엑스포)’ 개최지 1차 투표 결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가 총 165표 중 119표(72.1%)를 얻어 개최권을 획득했다. 부산은 29표(17.6%)로 2위에 그쳐 탈락했다.
개표 후 박형준 부산시장은 “엑스포 유치를 국가사업으로 정해 놓고도 사우디보다 1년이나 늦게 유치전에 나선 점은 뼈아픈 대목이 아닐 수 없다”며 송구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은 29일 “저희가 느꼈던 입장에 대한 예측이 많이 빗나간 것 같다. 이 모든 것은 전부 저의 부족”이라며 “국민 여러분께 실망시킨 점에 대해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고개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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