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간 피해 ‘꿀벌응애’ 집중 방제 효과
월동 전 꿀벌, 봄벌 보다 79.3% 늘어나
2023년 아까시꿀 생산량 평년대비 51% 증가
겨울 큰 일교차로 일벌 수명 줄어들어
기상변화 대응 비가림·가온판 등 활용
봉군 세력 건강 유지 사육기술 전수도
‘월동 꿀벌, 폐사를 막아라.’

꿀벌의 안전한 겨울나기를 위해 정부와 관계기관이 발 벗고 나섰다. 최근 수년간 반복적으로 발생한 꿀벌 피해의 주요 요인 중 하나인 꿀벌응애의 발생밀도를 조사해 양봉농가 피해 정도를 예측한다는 계획이다.
‘꿀벌이 없어지면 인류도 4년 안에 멸종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꿀벌은 생태계의 바로미터로 여겨진다. 농촌진흥청은 꿀벌 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해 농림축산식품부와 지방자치단체, 양봉협회 등과 월동 전후 꿀벌 피해를 줄이기 위해 다양한 지원 사업을 펴고 있다.

◆개체수 늘고… 벌꿀 생산도 회복 중
30일 농진청 등에 따르면 지난해(2022년 9~11월)에는 꿀벌 월동시기 전 내성 응애가 확산하면서 집단폐사 피해가 발생했지만, 월동 후 적극적인 꿀벌 증식과 방제 노력으로 올해 벌꿀 생산량은 평년 대비 다소 증가했다. 올해 아까시꿀 생산량은 벌통당 26.8㎏으로, 평년(2017년) 대비 51% 이상 늘었다.
올해 초 농식품부의 월동꿀벌 피해 현황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9월부터 11월까지 약 40만~50만 봉군이 피해를 입었으며, 그 결과 꿀벌 사육 봉군 수는 1년 전보다 8.2% 감소한 247만봉군으로 줄었다. 또 양봉업계에서는 전체 봉군의 60%가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농식품부와 농진청은 꿀벌 피해를 회복하기 위해 봉군 증식과 함께 꿀벌응애 집중 방제 기간을 정하는 등 방제에 만전을 기했다. 이 같은 노력으로 꿀벌 피해는 서서히 회복 중이다. 꿀 생산과 함께 꿀벌 마릿수도 증가했다. 월동 전(8~10월) 양봉농가 사육 현황을 조사한 결과, 평균 봄벌 사육 시기 대비 꿀벌 증가율이 79.3%로 나타나 피해 발생 이전 수준을 회복한 것으로 나타났다.
농진청은 올해 딸기 등 동계작물의 화분매개용 꿀벌 수급은 꿀벌 전문 농가 육성과 생산자-사용자 간 중계시스템을 구축해 원활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양봉농가에서 봄부터 가을까지 사육한 봉군 수가 증가해 올해 화분매개용 꿀벌 수급은 원활하게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전체 필요량(42만6000봉군·벌무리)의 약 18%(8만여봉군)가 동계작물인 시설 딸기의 수정용으로 이용되고 있다. 월동 기간 중 화분매개용 꿀벌이 부족할 경우 뒤영벌을 이용한 대체기술을 보급해 농작물 생산 피해가 없도록 대응할 방침이다. 아울러 화분매개용 꿀벌의 응애 방제 기술지원도 강화하고 있다.
◆집단 폐사 없다… 월동 준비 만반
농진청이 월동 전 꿀벌의 증식 현황을 조사한 결과 올해에는 대부분의 양봉농가에서 사육하는 꿀벌이 월동에 필요한 최소한의 벌집수 이상(일벌 8000마리 이상)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11월 들어 기상 상황이 불안정해짐에 따라 월동 꿀벌 관리에 어려움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겨울철 큰 일교차는 꿀벌의 스트레스를 유발하고, 안정적인 월동을 위해 뭉쳐있어야 하는 꿀벌무리 뭉치를 풀어지게 한다. 이는 일벌의 외부 활동을 유도해 월동 중 일벌의 수명이 줄어드는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농진청 양봉생태과 한상미 과장은 “비가림이 있는 양봉농가에서는 이러한 기상변화에 대응해 최대한 빛이 벌통에 비치지 않게 차광하고, 외부온도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도록 월동 꿀벌이 있는 장소를 어둡게 관리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비가림이 없는 농가(노지 사육)의 경우에는 과도한 외부 보온을 하지 않아야 한다. 꿀벌이 드나드는 출입문으로 빛이 유입되지 않도록 차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노지 월동에 적절한 장소는 바람이 적고 그늘진 곳이며, 겨울철 기상변화 영향을 적게 받을 수 있는 장소로 이동하는 것도 안정적이라는 설명이다. 또한, 최근 널리 사용되고 있는 스마트 장비 중 하나인 가온판을 이용한 월동도 가능하다. 농진청 연구 결과에 따르면, 월동 벌통 내부에 설치한 가온판의 온도를 12도로 설정한 경우, 안정적으로 월동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가온판이 벌통 내부의 일교차를 줄여 일벌무리가 풀어지는 것을 방지함으로써 안정적인 월동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한편, 월동 기간에는 기온변화로 인한 불안 요인 발생 여부를 수시로 확인하고, 피해가 예상되면 월동이 끝난 다음 조기 사육 등을 할 것인지 결정해 월동 중 꿀벌 피해를 최소화하도록 한다.
조재호 농진청장은 지난 23일 전북 장수군 장계면에 있는 양봉농가를 방문, 월동 사양관리 등의 현장 상황을 점검했다. 조 청장은 “내년 봄 성공적인 꿀벌 증식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일선 양봉농가의 적극적인 사양관리가 중요하다”며 “겨울철 봉군 세력이 건강하게 유지될 수 있도록 청에서도 사육 기술 확산에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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