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29일 의총서 선거제 개편 논의
‘병립형 회귀’ 여론 일자 결단 촉구
李대표는 “상황 엄혹해” 현실론

더불어민주당 이탄희(사진) 의원이 28일 본인 지역구인 경기 용인정 불출마 뜻을 밝혔다. 당 지도부를 향해 현행 연동형 비례대표제 유지와 위성정당 방지법 처리를 촉구하면서다. 당내에서 현실론을 등에 업은 ‘병립형 비례대표제’ 회귀 기류가 확산하는 낌새가 보이자 ‘기득권 내려놓기’로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이 의원은 이날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에서 “저는 그동안 우리 당이 기득권을 내려놓고, 연동형 비례제를 사수해야 한다고, 위성정당을 만들지 않겠다는 국민과의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며 “저부터 기득권을 내려놓겠다. 다음 총선에서 저의 용인정 지역구에 불출마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당의 결단을 위해서라면 그곳이 어디든 당이 가라는 곳으로 가겠다. 당이 고전하는 험지 어디든 가겠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기자회견 후 용인정 지역위원장 사퇴서를 당에 제출했다.
민주당이 29일 의원총회에서 선거제 개편을 논의할 예정인 가운데 이 의원은 의총에서 당이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두려움을 이겨내고 원칙을 지킬 때 우리는 비로소 국민의 선택을 받았다”며 “국민통합·정치교체를 약속했던 이재명 당대표와 지도부가 의원총회에서 올바른 결단을 이끌어 주시길 다시 한 번 간곡히 호소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그간 병립형 선거제 회귀를 거대 양당의 ‘골목상권 침탈’로 규정해 왔다. 여기서 골목상권은 현행 기준 비례대표 의석 47석을 가리킨다. 이 의원은 연동형 비례제를 유지하는 동시에 위성정당을 만들지 않아 비례 의석을 3당, 4당 등에 열어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연동형 비례제 유지를 주장하는 건 이 의원만이 아니다. 민주당 김상희 의원 등 75명은 이날 위성정당 방지법을 발의했다. 이 법안은 총선 참여 정당은 반드시 지역구·비례대표를 동시에 추천하도록 하는 걸 골자로 한다.
그간 민주당은 선거제 개편 논의에 있어 공식적으로는 연동형 비례제 유지 입장을 견지해 왔다. 다만 국민의힘이 병립형 회귀 입장이 확고한 데다 실제 선거를 치를 경우 민주당 의석 수가 상당수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의원들 사이 기류가 점차 변화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던 터다.
민주연구원 부원장을 지낸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장은 최근 현행 선거제를 유지하고 민주당이 위성정당을 만들지 않을 경우 민주당 비례대표 의석 수는 0석, 국민의힘은 26석을 얻게 된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이런 전망을 등에 업고 민주당 안팎에선 이 의원 주장이 선거법 개정으로 실현될 경우 결과적으로 ‘국민의힘 과반 촉진법’이 될 것이란 목소리도 터져나오는 터다.
이재명 대표 또한 이날 유튜브 라이브 도중 선거제 관련 현실론에 입각한 언급을 했다. 이 대표는 “선거라고 하는 게 여러분도 너무 잘 아시지만 승부 아닙니까. 이상적인 주장을 멋있게 (하고), 지면 무슨 수가 있겠어요”라며 “우리가 처한 상황이 너무 엄혹하다는 생각을 안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이 의원의 지역구 불출마 선언이 당내에 얼만큼 반향을 일으킬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인다. 당장 원내대표를 지낸 박광온 의원이 이날 입장문을 통해 연동형 비례제 유지 뜻을 밝히며 “이 의원의 목소리가 민주당과 한국 정치에 큰 울림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지지 의사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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