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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을 LoL 세계로 만든 ‘코스튬 매직’ [김동환의 김기자와 만납시다]

입력 : 2023-11-25 13:04:22 수정 : 2023-11-25 13: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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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드컵 ‘팬 페스트’ 현장 코스튬 플레이어

현실 속 나 잊고 롤 게임 캐릭터로 변신
본명 대신 SNS 계정 주소로 본인 소개
게임 팬덤 새 문화… 축제 분위기 붐업
나흘간 13만명 거리응원 흥행 일등공신

“게임을 좋아하는 분들에게 즐거움을 드릴 수 있고, 저도 그들과 사진 찍으며 색다른 경험을 해요.”

‘2023 리그 오브 레전드(League of Legends·LoL·롤) 월드 챔피언십’ 결승전을 하루 앞둔 지난 18일 서울 중구 세종문화회관 인근에서 만난 A씨는 코스튬 플레이(costume play) 경력 3년여 회사원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면서 이처럼 밝혔다.

게임 캐릭터 ‘샤코’ 복장인 그는 “롤의 세계에 있는 듯하다”며 웃었다.

캐릭터를 알아보고 다가온 시민들의 기념촬영 요청에 다양한 포즈로 흔쾌히 응한 A씨는 들뜬 기분을 감추지 못했다.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사전행사 ‘월즈 팬 페스트(Worlds Fan Fest) 2023’ 무대에는 A씨 같은 코스튬 플레이 참가자들이 올라 게임팬들의 시선을 끌었다.

중국 텐센트 산하 미국 소재 게임 개발사 라이엇 게임즈가 내놓은 온라인 대전 게임 ‘롤’은 역할수행게임(RPG)과 실시간 전략게임(RTS) 등이 결합한 ‘멀티플레이어 온라인 배틀 아레나’(Multiplayer Online Battle Arena·MOBA) 장르로, 5명이 팀을 이뤄 상대 기지를 파괴해 승패를 가른다.

‘2023 리그 오브 레전드(League of Legends·LoL·롤) 월드 챔피언십’ 결승전을 하루 앞둔 지난 18일 서울 중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사전행사 ‘월즈 팬 페스트(Worlds Fan Fest) 2023’ 무대에 오른 게임 캐릭터 ‘아리’ 코스튬 플레이 참가자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임성범 기자

◆코스튬 플레이, 이제는 게임 문화로

‘코스튬’(costume·의상)과 ‘플레이’(play·놀이) 합성어인 코스튬 플레이는 죽은 영웅의 모습으로 분장하는 중세 영국의 추모식에서 유래했다.

20세기 초반 미국에서는 당시 유행하던 DC코믹스나 마블 코믹스 등 인기 캐릭터의 의상을 만들어 입는 이벤트로 재활용됐고, 일본으로 넘어간 뒤에는 만화·게임·영화·연예인 등 다양한 장르 캐릭터로 분장하는 지금의 모습으로 정착했다. 본디 우리가 흔히 쓰는 ‘코스프레’는 영어에 없는 표현으로 세계 애니메이션 문화를 선도한 일본 발음의 ‘역수출’인 셈이다. 우리나라에서는 1990년대 중반부터 이 같은 문화가 본격 시작됐다.

2019년 발표된 관광경영학회 ‘축제 참가자의 경험적 가치가 감정반응 및 축제 이미지에 미치는 영향’ 논문은 “축제 방문객의 자발적인 가장행위로 축제 분위기를 강화한다”며 “축제와의 선순환 관계를 구성한다”고 코스튬 플레이의 순기능을 분석했다. “내가 아닌 캐릭터로 일상을 탈출해보는 코스튬 플레이의 유희적 요소 등이 축제의 전체 이미지 형성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보인다”고도 논문은 덧붙였다.

◆SNS 계정으로 나를 소개하다

광화문광장에서 만난 다른 세 참가자는 “게임 캐릭터 이름으로 우리를 부르고 반겨주는 반응에 정말 기분이 좋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어디에서 왔고, 나이는 몇 살인가’라는 질문에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중 하나인 ‘엑스(X·옛 트위터)’ 계정 주소로만 자신을 소개할 뿐 그 외 언급은 하지 않았다.

20대로 보이는 세 사람은 모두 코스튬 플레이 경력이 1년이 넘었다고 한다. 추운데 복장이 얇아 보여 ‘괜찮으냐’고 물었더니 축제 즐기는 데 날씨는 아무런 상관 없다는 듯 “견딜 수 있다”며 웃어 보이기까지 했다. 이번 세계적인 행사를 맞아 이들은 “2~3개월 전부터 계획을 짜고 의상 디자인을 했다”고 꽤나 공들였다는 점을 강조했다.

◆단순 모방이 아닌… ‘캐릭터=나’

이재홍 한국게임정책학회장은 단순히 따라 하는 행위에서 벗어나 ‘팬덤’이 더해진 새로운 문화로 게임 코스튬 플레이가 자리 잡았다고 짚었다. 과거 유명 캐릭터의 복장 모방에 그쳤다면, 자기가 좋아하는 캐릭터 코스튬 플레이로 ‘나와의 일치’를 시도하는 시대가 됐다는 게 이 회장의 설명이다.

코스튬 플레이 자체를 즐기는 이들과의 동질감 형성은 그들만이 경험하는 즐거움인데, 적게는 수천에서 많게는 십만 단위 회원 수를 자랑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의상을 사고팔거나 행사 정보를 교환하는 이들이 눈에 띈다.

이 회장은 코스튬 플레이 참가자가 SNS 계정으로 자신을 소개한 데 대해 “그들이 가상 세계에 열광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몇 살인지 그리고 어디에 사는지 등을 밝히지 않아도 충분히 즐길 수 있다는 거다.

코스튬 플레이 문화의 확산을 전망한 이 회장은 광화문광장에서 팬 페스트 개최를 결정한 서울시 정책에도 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라이엇 게임즈는 팬 페스트 기간 첫날인 지난 16일 광화문광장에 7000명, 둘째 날과 셋째 날에는 각각 2만명과 5만4000명이 몰렸고, 결승전이 열린 19일에는 모두 4만8000명이 거리응원에 참여해 나흘간 13만명가량이 현장에 다녀갔다고 지난 20일 발표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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