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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아들이 몸져누웠다. 가난한 아빠는 병원비 걱정이 앞섰다. 순간 아빠는 고개를 꺾었다. 아들의 안위보다는 돈 걱정을 먼저 하다니 그렇게 가난은 생활뿐만 아니라 마음도 지배하려 들었다. 다행히 병은 아니었다. 아내에게 전해 들은 이야기는 다소 어이가 없었다. 아들이 반 친구 생일 초대를 받아 갔는데 거기서 생전 처음 먹은 피자 맛을 잊을 수 없어서 앓아누웠다는 것이다. 아빠는 바로 아들 친구의 집으로 달려갔다. 다행히 아들 친구의 어머니는 친절하게 그날 주문한 피자 이름을 종이에 적어 주었다. 그런데 무려 여섯 개의 피자 이름이 적혀 있었다. 다 주문하려면 10만 원이 넘는 금액이다. 아빠는 어린 아들의 손을 잡고 피자집으로 갔다. 자초지종을 들은 피자집 사장이 아들에게 물었다. “얘야 맛이 어땠니?” ”너무 맛있어서 눈물이 날 뻔했어요.” 사장은 난감했다. 새우 맛도 아니고 파인애플 맛도 아닌 감동의 맛이라니. 순간 사장은 이 복잡한 일에서 빨리 빠져나오고 싶었다. 아빠가 여섯 개 다 주문하길 바라면서 아빠를 쳐다보았다. 그때 아빠의 낡고 색 바랜 구두가 사장의 눈에 들어왔다. 얼핏 돌아가신 아버지의 구두와 닮아 있었다. 사장은 이렇게 상황을 종료시켰다. “마침 우리 가게에서 원 플러스 원 행사를 하는데 일단 아이들이 좋아하는 피자 두 판을 골라 볼게요.” 사장은 자신이 고른 피자 두 개 중 하나는 아이가 간절히 원하는 것이길 바라면서 피자를 구웠다. 이게 아니면 또 무슨 핑계로 나머지를 공짜로 줄 수 있을까 궁리하면서. 정말 다행스럽게 그중 하나가 아이가 원하는 피자였다. 허겁지겁 맛있게 먹는 아이를 보며 아빠도 사장도 눈물을 삼켰다.

딸은 엄마가 못마땅했다. 자신에게 쓰는 돈은 한 푼도 아까워했다. 엄마는 유행 지난 딸의 옷을 입고 다니고, 딸이 화장품 구입 후 받아 온 샘플을 바닥 탁탁 치며 끝까지 알뜰하게 사용하고, 한 번 하면 쉽게 풀리지 않는 일명 꼬불꼬불 라면 파마머리만 했다. 애초부터 멋은 상관없었다. 식구 모두 엄마의 궁상을 못마땅하게 생각했다. 어느 날 딸은 우연히 엄마와 이모의 대화를 들었다. 왜 그렇게 사느냐는 이모의 타박에 엄마가 말했다 “내가 젊은 날 이쁜 걸 하나도 못 해 봤어. 내 딸은 그렇게 살게 하고 싶지 않아.” 그 뒤 딸은 화장품을 살 때도 꼭 같은 걸 두 개 샀고 블라우스도 두 개 샀다. “원 플러스 원 행사를 자주 하네. 이건 엄마 써.” 엄마는 공짜라는 말에 안도하며 편하게 사용했다. 다음에는 단골 미용실 원장에게 미리 말해 놓고 파마 원 플러스 원을 내세워 엄마 얼굴에 맞게 제대로 된 파마를 해드려야지 생각했다.

아파트 경비아저씨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302호 청년이 퇴근길에 뭘 자꾸 디민다. “원 플러스 원이라 두 개가 됐어요. 아저씨 하나 드세요.” 그렇지 않아도 찬 도시락을 먹어서 따뜻한 커피 한 잔이 간절했는데 어느 날은 두툼한 털장갑을, 어느 날은 작은 보온병을, 모두 원 플러스 원으로 덤으로 생긴 물건이라며 놓고 간다. 청년은 두 개의 물건값을 지불하고 물건을 산다. 경비아저씨가 끝까지 눈치 못 채기를 바라며…. 세상은 이런 사람들로 움직이는 것이다.


조연경 드라마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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