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엔 佛 이동 ‘엑스포 외교전’
APEC 순방 ‘韓·美·日 결속’ 과시
中과 회담 끝내 무산 한계 노출
지난 18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이펙) 일정을 마치고 귀국한 윤석열 대통령이 20일 영국 국빈 방문을 위해 출국한다.
윤 대통령은 에이펙 순방 과정에서 한·미·일 협력을 수소, 양자기술 등으로 확대하기로 합의하며 3국 결속을 과시했지만, 3국 중 유일하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식 회담을 열지 못하며 불안정한 한·중 관계를 노출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찰스 3세 영국 국왕의 첫 국빈 초청에 따라 20∼23일(이하 현지시간) 영국에 머문 뒤 23∼24일 국제박람회기구(BIE) 본부가 있는 프랑스 파리로 이동해 2030세계박람회 부산 유치를 위한 막판 총력전을 펼칠 예정이다.
영국 왕실은 통상 1년에 두 번 국빈을 맞이하며 최고 수준의 예우를 준비한다. 윤 대통령 부부 숙소로 윌리엄 왕세자 부부가 찾아와 환영식장으로 안내하고 41발의 예포와 함께 왕실 근위대를 사열한다. 찰스 3세 국왕과 함께 마차를 타고 버킹엄궁으로 이동하는 장면은 환영식의 하이라이트가 될 전망이다.
윤 대통령은 영국 의회에서 양국 관계의 비전에 대한 영어 연설에 나선다. 이도운 대변인은 19일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이 외국 의회에서 외국어로 연설하는 것은 지난 4월 국빈 방미 때에 이어 두 번째”라며 “현지 언어로 연설하는 것은 정치인뿐 아니라 그 나라 국민의 마음에 다가가는 시도”라고 말했다. 이어 “합의 또는 협정이라 부를 수 있는 ‘한·영 어코드’를 발표하는데 이는 수교 이후 양국 관계를 새롭게 정립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에이펙 순방 과정에서 지난 17일(현지시간)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함께 미국 스탠퍼드 대학에서 첨단기술 분야 협력을 주제로 한 좌담회와 한·일 스타트업 간담회를 잇달아 갖고 ‘브로맨스’(남성 간의 친밀하고 깊은 우정)를 강조했다. 기시다 총리는 “윤 대통령과 정상회담이 올해 벌써 7차례로 문자 그대로 신기록”이라고 말했고, 윤 대통령은 “국제사회에서 저와 가장 가까운 기시다 총리님과 혁신의 산실인 스탠퍼드 교정을 함께 방문해 매우 기쁘다”고 화답했다.
하지만 에이펙 순방의 최대 관심사였던 한·중 정상회담은 열리지 않았다. 대중국 봉쇄의 ‘키’를 쥔 미국과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문제를 논의해야 하는 일본에 비해 한국과는 회담 의제가 약한 측면이 있지만, 한·미·일 공조의 약한 고리인 한국 길들이기 성격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윤 대통령이 최근 리창 중국 총리를 만났고 한덕수 국무총리가 시 주석을 만나서 대화했기 때문에 양국 간 긴박한 현안들은 어느 정도 해소가 된 상태”라며 “한·중 정상은 (이번 에이펙 기간) 짧게 조우해 다음 만남을 기약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역대 최대 규모의 순방 예산을 쓰고 있다는 야권 지적에는 “그간 순방을 통해서 54억달러라는 막대한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며 “거기에 순방 비용이 조금 든다고 해서 이런 투자 유치 활동을 멈추게 된다면 오히려 국가적 손해라고 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윤 대통령의 방미를 계기로 제너럴모터스(GM), 듀폰, IMC, 에코랩 등 4개 미국 기업이 국내 자동차, 반도체 등 분야에 약 1조5000억원(11억6000만달러)의 투자를 신고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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