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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서 일고 있는 횡재세 논의
이윤추구가 목적인 경제활동 대한
기본적 이해가 부족한 포퓰리즘
‘약탈적 세금’이 해법 될 수 없어

한 끼 해 먹는 일도 큰일이기는 하다. 한 주먹 쌀을 씻어 밥을 안치고 국을 끓인다. 육수가 있다면 쉬운 일이겠으나 그렇지 아니하다면 멸치를 우리거나 고기 한 점은 있어야 국물 맛이 난다. 콩나물이든 무 한 쪽이든 손질하여 넣고 나면 마늘과 간장으로 간을 한다. 그러고는 반찬, 김치가 있으면 좋으련만 오늘날은 제때 김치 담가 먹기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다 보니 얼갈이라도 한 포기 사야 겉절이가 가능하다. 그리고 고기든 생선이든, 그것도 힘들면 계란이라도 한 알 부쳐야 젓가락 갈 곳이 있다.

식료품값이 너무 올랐다. 기껏 이 정도의 밥상이라도 차려내려면 2만원 이상 깨질 수도 있다. 그러다 보니 1만원 한 장 들고 나가 한 끼 해결하려는데, 라면이나 짜장면 아니고서는 1만원으로 한식 한 상 받기는 어렵게 되었다.

이수정 경기대 교수·범죄심리학

최근 정부가 서민 물가와 직결되는 가공식품의 담당 공무원을 지정하는 ‘전담 관리제’를 도입하기로 했다고 알려진다. 이는 소비자물가가 1년 전보다 3.8% 오르며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진 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굳이 수치를 들이대지 않더라도 주말마다 배추 한 포기 값만 확인해 보면 물가의 오르내림은 금방 체감할 수 있다. 과거 신선식품에 대하여서는 품목별 물가 담당자를 둔 적이 있으나 이번에는 한 발 더 나아가 물가 가중치가 높고 서민 체감도가 높은 빵, 과자, 커피, 라면, 아이스크림 등 가공식품과 설탕 등 주요 수입 품목에 대해서도 담당자를 지정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른바 ‘빵 과장’ ‘라면 사무관’ ‘커피 주무관’ 등을 두겠다는 것. 다행한 일이기는 하다. 하지만 인력으로 안 되는 공급 불균형의 문제를 담당 공무원들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인지는 잘 모르겠다. 더 큰 문제는 추위를 앞두고 오르고 있는 전기료인데, 지난해에 비해 두 배 가까이 올랐다. 이는 전 정부의 포퓰리즘 정책으로 가격을 현실화하지 않아서 누적된 비용의 문제와 전쟁 등 세계적인 유가 불안정성이 맞물린 결과인데, 겨울을 앞두고 걱정이 크다.

민생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하여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정유사와 은행을 상대로 횡재세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10일 당 최고위원회에서 유가 상승과 고금리 때문에 정유사와 은행들이 사상 최고의 이익을 거두고 있으니 민생 고통을 분담할 목적의 횡재세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하였다. 얼핏 듣기로는 민생의 어려움에 절절하게 공감한 야당 대표가 훌륭한 해결안을 제안한 듯도 하다.

하지만 곰곰이 회상해 보면 부자들의 재산을 거두어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겠다고 만들어낸 지난 정권의 종합부동산세와 임대차3법을 생각나게 한다. 수요와 공급을 무시하고 재화의 흐름을 억지로 바꾸려 했던 이런 포퓰리즘적 정책의 결말이 어떻게 되었는가? 결국 월세는 급등하고 수많은 전세 사기로 소시민만 피해를 떠안게 되는 터무니없는 결과를 산출하였다. 이기적 동물인 인간은 과거와 급속히 바뀐 약탈적 세금에 대응하기 위하여 더 약한 자들을 약탈하게 되는 것이다. 법으로 적절한 이익 수준을 인위적으로 설정해 두고 이 수준을 넘으면 세금을 강제하는 횡재세는 특정 산업군에 과도한 이익이 발생하면 세금으로 이를 환수하여 어려운 계층에게 나누어 주겠다는 것이 목적이다. 왠지 실패한 종부세의 논리가 떠오르는 건 왜일까?

그러나 ‘가진 자의 것을 빼앗아 없는 자들에게 나누어 준다’가 언제나 답인 것은 아니다. 정유회사를 예로 들어 보자. 실시간으로 널을 뛰는 유가를 내려앉히기 위하여 정부와 민간은 최근 사우디아라비아 등 석유 수입국과의 거래를 다양화하였다. 그 결과 국내 석유 수급 비상시에 해당 원유를 우선 구매할 권리도 보장받게 됐다. 그로 인한 결과인지는 모르겠으나 치솟기만 하던 휘발유값이 지난 며칠간 약간의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다행한 일이다. 국제 거래의 다각화가 의미 있는 성과를 낸 듯 보인다.

시야를 넓히는 일이 필요하다. 대한민국은 세계와 동떨어져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세상은 서로 연동되어 자연스러운 수요와 공급 곡선을 그리며 돌아간다. 경제학도도 아닌 필자의 상상력만으로도 이해가 된다. 한류는 한국 사람들이 만든 것임과 동시에 세계라는 시장이 우리의 생산품을 사 주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로 인해 광화문 길거리에서는 내국인보다 외국인 보기가 더 쉬워졌다. 만일 막대한 이익을 거둔 SM엔터테인먼트나 JYP엔터테인먼트에 횡재세를 부과하였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양극화로 따지자면 연예계보다 더 드라마틱한 곳은 없을 것이다. 상상하기도 싫다.

정치를 하는 분들은 인간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도를 가지는 것이 꼭 필요하다. 근본적으로 이기적인 인간은 자신의 이익이 최대화되도록 움직인다. 어떨 때는 밤을 새우며 국제전화에 매달리기도 하고 어떨 때는 장기간의 비행을 감수하고 이익을 얻기 위해 먼 나라까지 날아간다. 한계 없는 노력, 그것이 경제를 이루는 것이다. 실링을 정해 두고 그 이상을 빼앗아 가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면 아무도 제 살 깎아 먹는 노력은 하지 않을 것이다. 심리학자 매슬로의 욕구단계 이론을 한번 살펴보기 바란다.


이수정 경기대 교수·범죄심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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