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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런던에 울려 퍼진 6·25 참전용사의 아리랑

입력 : 2023-11-12 23:00:00 수정 : 2023-11-12 23:3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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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스 3세 왕 등 참석 현충일 행사서
6·25 정전협정 체결 70주년 맞아
93세 콜린 새커리 한국어로 열창
“단합·힘·추모… 잊지 말아달라”

찰스 3세 국왕이 참석한 영국 현충일 행사에서 6·25전쟁 영국군 참전용사가 한국어로 ‘아리랑’을 열창하며 전사자를 기렸다.

 

19세 때인 1950년 9월 갓 결혼한 부인을 남겨두고 한국행 수송선에 올라 제45야전포병연대 소속으로 327고지 전투 등에 참가했던 콜린 새커리(사진)는 11일(현지시간) 런던 로열 앨버트홀에서 열린 ‘페스티벌 오브 리멤브런스’ 행사 무대에 올라 아리랑을 불렀다. 그는 93세 고령에도 힘 있는 목소리와 비교적 정확한 발음으로 아리랑을 열창해 5000여 관객에게 감동을 줬다.

새커리는 노래 부르기 전 “아리랑은 단합, 힘, 추모를 상징한다. 우리는 한국전 참전용사다. 우리를 잊지 말아달라”고 말했다.

 

2019년 영국 오디션 프로그램 ‘브리튼스 갓 탤런트’에 출연해 최고령 우승자로 뽑혔던 그는 지난 7월 부산에서 열린 ‘정전협정 70주년 및 유엔군 참전의 날 기념식’ 무대에도 올라 아리랑을 편곡한 ‘어메이징 아리랑’을 불렀다.

 

영국은 1차 세계대전 휴전일인 이날을 현충일로 삼고 그 무렵 토요일에 재향군인회 주최로 로열 앨버트홀에서 전사자 추모 행사를 해 왔다. 찰스 3세 부부와 윌리엄 왕세자 부부를 포함한 왕실 인사, 리시 수낵 총리 부부 등 주요 정치인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이날 행사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가장 오래 이어진 군사작전인 ‘대서양 전투’와 올해 정전 70주년을 맞은 6·25전쟁을 주제로 열렸다.

 

영국 육군 낙하산부대 소속 소위로 설마리 전투 등에 참전했던 브라이언 패릿 전 준장은 무대에 나와 “오늘 밤 우리는 아주 먼 나라에서 목숨을 잃은 동지와 친구들을 기억한다”고 말했다.

 

마찬가지로 6·25에 참전한 마이크 모그리지는 “70년이 지난 지금 끊임없이 변하는 세계에서 한국이 얼마나 멀리 왔는지 보며 엄청난 자부심을 느낀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때 행사장 바닥에는 대형 태극기와 무궁화 영상이 비쳤다.

 

또 다른 참전용사인 트레버 존과 켄 켈드는 영상으로 출연해 군에 징집돼 한반도에서 죽음의 문턱을 오갔던 기억을 떠올렸다. 존은 같은 학교에 다녔던 친한 친구가 19세 나이에 폭탄에 맞아 숨지고, 그 뒤에 있던 본인만 살아남은 이야기를 전했다.

영국 현충일을 맞아 6·25 정전협정 70주년 행사가 함께 열린 11일(현지시간) 런던 로열 앨버트홀 바닥에 거대한 태극기와 무궁화 영상이 띄워지고 있다. BBC방송 캡처

이들의 영상이 나오는 동안에도 배경음악으로 아리랑이 흘러나왔다. 당시 처참했던 한국의 모습과 전투 장면 영상도 소개됐다. 이날 추모행사를 중계한 BBC방송 진행자는 영국군 약 8만명이 한국전에 참전해 그 중 1100명이 전사했다면서 “영국이 20세기에 겪은 가장 중요한 전쟁 중 하나이지만 세계대전에 가려져 영국에서는 ‘잊힌 전쟁’이라고도 불린다”고 소개했다.

 

이날 추모 행사에서 6·25가 가장 먼저 다뤄진 것은 올해가 한·영 수교 140주년인 데다가 오는 20∼23일 윤석열 대통령의 국빈 방문을 앞두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올 5월 대관식 후 첫 국빈으로 윤 대통령을 맞는 찰스 3세는 지난 8일 런던 근교 뉴몰든 한인타운을 찾아 한국 문화에 대한 이해를 키우기도 했다.


이예림 기자 yea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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