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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광우의시네마트랩] 고독한 군중서 초연결시대 고립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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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11-10 22:59:56 수정 : 2023-11-10 22:5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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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현대 대중사회의 특성은 ‘고독한 군중’이라는 말로 표현된다. 이런 군중에 대한 개인의 공포감을 잘 표현한 감독은 프리츠 랑이다. 프리츠 랑은 1930년대에 나치가 권력을 잡던 시기에 독일에서 할리우드로 망명했다. 망명 이전에는 ‘메트로폴리스’(1927)와 ‘M’(1931)이라는 걸작 영화를 선보였다. ‘메트로폴리스’에서는 인간의 모습을 한 로봇 마리아의 선동으로 노동자 계급은 폭동을 일으키고, ‘M’에서는 익명의 사회에서 아동을 유괴해서 죽인 범인을 쫓는 경찰과 범죄조직의 모습을 보여준다. 1차 세계대전의 패전 이후 나치당의 집권까지 독일사회가 겪은 혁명과 사회 혼란은 통제할 수 없는 폭력적인 대중에 둘러싸인 개인이 느끼는 공포감이라는 모습으로 프리츠 랑의 영화에 등장했다. 개인의 공포와 불안감은 이후 프리츠 랑이 할리우드에서 찍은 누아르 영화에서도 자주 발견된다. ‘퓨리’(1936)에서는 감옥에 투옥된 용의자를 재판정에 보내지 않고 린치하려는 분노한 군중과 그런 군중으로 인해 공포에 떠는 용의자의 모습을 강조했고, ‘블루 가드니아’(1953)에서는 살인 사건에 연루된 여자주인공이 신문의 선정적인 보도 때문에 공포감에 사로잡히는 모습을 강조했다. 이런 개인이 느끼는 불안감은 무기력감과 냉소적인 비관주의와 함께 고전 누아르 영화의 주요한 감정 요소가 됐다.

한국 현대사의 흐름을 배경으로 공포영화를 찍는 정범식 감독은 신작 ‘뉴 노멀’을 각각 독립적인 연결된 여섯 개의 에피소드로 구성했다. 각 에피소드의 제목을 유명한 영화의 제목을 차용해서 정했는데 첫 에피소드의 제목은 프리츠 랑의 ‘M’이다. 프리츠 랑이 비이성적인 군중 대 힘없는 개인이라는 대립축을 설정해서 고립된 개인의 위태로움을 표현했는데 정범식 감독의 ‘뉴 노멀’은 모바일로 초연결된 현대 사회에서 오히려 연결됨으로써 쉽게 위험에 빠질 수 있는 상황을 다룬다. 보통 공포영화는 힘없는 사람을 연달아 죽이는 연쇄살인마가 등장하고 그를 마지막에 퇴치하거나 주인공이 위험에서 벗어나는 결말에 이르게 된다. 그런데 ‘뉴 노멀’은 여섯 개의 에피소드에서 등장인물이 어떻게 위험에 빠지게 되느냐는 과정으로 구성되었다. 영화에서는 살인이라는 행위로 표현되었지만, 현실에서는 살인 이외에도 우리는 초연결성의 편리성을 누리는 만큼이나 그로 인해 야기된 다양한 문제에 노출되어 있다.


노광우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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