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기념관·판문점 등에서 안보 행보
尹 대통령 "보편 가치 공유하는 우방"
레오 바라드카 아일랜드 총리가 3일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에 있는 6·25전쟁 아일랜드 전사자 추모비를 참배한 사실이 전해져 눈길을 끈다. 그는 같은 날 비무장지대(DMZ) 판문점도 방문해 유엔군사령부의 활동에 관한 브리핑을 받았다. 바라드카 총리는 전날부터 이날까지 이틀간 실무 방문(Working Visit) 형식으로 방한했다.

아일랜드는 6·25전쟁 참전 22개국에 속하진 않으나 수많은 아일랜드 출신 병사들이 영국군 등의 일원으로 참전했다.
바라드카 총리는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과 사진을 통해 전쟁기념관 내 아일랜드 전사자 추모비 참배 사실을 알렸다. 6·25전쟁 발발 당시 아일랜드는 유엔 회원국이 아니었다. 하지만 영국령 북아일랜드와의 밀접한 관계 때문에 수많은 아일랜드인들이 영국 육군의 왕립얼스터 소총부대(Royal Ulster Rifles) 그리고 아이리시후사르 부대(Irish Hussars) 소속으로 한국에서 싸웠다.
영국군은 물론 미군과 캐나다군, 뉴질랜드군 등에도 아일랜드 출신 병사들이 있었다고 한다. 6·25전쟁에 참전한 아일랜드인은 1000여명에 이르고 그 가운데 170여명이 전사했다. 이를 기리기 위해 2013년 4월 전쟁기념관에 아일랜드 전사자 추모비가 세워졌다.
바라드카 총리는 SNS 글에서 “6·25전쟁 당시 전사한 아일랜드 군인들과 희생된 민간인들을 추모하고 헌화했다”며 “오늘날 아일랜드 군인들은 레바논에서 한국군과 나란히 평화유지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레바논에는 우리 동명부대가 파병돼 유엔레바논평화유지군(UNIFIL) 소속으로 임무를 수행하는 중인데, 아일랜드군 역시 UNIFIL의 일부다. 양국 군대는 평소 민간인을 상대로 한 친선활동 등을 함께하며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바라드카 총리는 DMZ 내 판문점도 찾아 서부전선 최전방의 경계 태세를 확인하고 유엔사 공동경비구역(JSA) 경비대대 소속 장병들도 격려했다. 폴 러캐머라 유엔군사령관이 직접 바라드카 총리를 영접했다. JSA 경비대대장은 1953년 7월27일 정전협정 체결 후에도 끊이지 않고 계속되는 북한의 군사도발 실태를 바라드카 총리에게 자세히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1983년 한국과 아일랜드의 수교 이후 아일랜드 총리가 방한한 것은 이번이 40년 만에 처음이다. 6·25전쟁 당시 피로 맺어진 두 나라 관계가 향후 한층 더 가까워질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바라드카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아일랜드는 6·25전쟁 파병국이자 자유, 인권, 법치의 보편 가치를 공유하는 우방국”이라며 “이번 방문을 계기로 양국 교역과 투자가 획기적으로 늘어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바라드카 총리는 “한국은 아일랜드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핵심 협력 파트너”라며 “교역, 투자에서 양국 협력 잠재력이 크다”고 화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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