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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격에 사망한 판사… "이혼 판결 불복에서 비롯한 범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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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10-21 14:09:44 수정 : 2023-10-21 14: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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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메릴랜드 州법원 판사, 집 부근서 피격 후 숨져
경찰 "아내와 이혼소송 중인 남편이 유력 용의자"
아내에게만 자녀 양육권 인정한 판결에 강한 불만

미국 메릴랜드주(州)에서 50대 초반의 법관이 사건 처리에 불만을 품은 소송 관계자가 저지른 것으로 추정되는 총격에 숨졌다. 지역사회가 충격에 빠진 가운데 판사의 신변 안전을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법조계를 중심으로 제기된다.

 

20일(현지시간) NBC 뉴스에 따르면 메릴랜드 주법원에 근무하는 앤드루 윌킨슨(52) 판사가 19일 오후 헤이거스타운의 자택 부근에서 피를 흘리며 쓰러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발견 당시 윌킨슨 판사는 총상을 입은 듯했다”며 “지역 응급의료센터로 이송됐으나 끝내 사망했다”고 밝혔다. 1971년 미국령 괌에서 태어난 윌킨슨 판사는 1997년 에모리대학교 로스쿨을 졸업하고 20년 넘게 변호사로 활동하다가 2020년 주법원 판사로 임명됐다.

19일(현지시간) 판결 내용에 불만을 품은 소송 관계자가 저지른 것으로 추정되는 총격에 목숨을 잃은 미국 메릴랜드 주법원 앤드루 윌킨슨 판사의 자택 주변에 취재진이 모여 있다. AP연합뉴스

경찰은 같은 메릴랜드주 프레데릭에 거주하는 페드로 아고테(49)를 유력 용의자로 지목하고 검거에 나섰다. 아고테는 범행 후 총기와 실탄으로 무장한 채 승용차를 몰고 도주한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아고테는 합법적으로 권총을 구입해 소지하고 있다”며 시민들의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경찰에 따르면 아고테의 아내는 2022년 6월 남편을 상대로 이혼소송을 제기했다. 윌킨슨 판사가 이 사건을 맡아 심리를 해왔다. 범행 당일인 19일 오전 열린 공판에서 윌킨슨 판사는 이혼과 더불어 네 자녀의 양육권을 아고테의 아내에게 부여한다고 명령했다. 또 아고테로 하여금 아내와 자녀들이 사는 거주지에 들어갈 수 없도록 접근을 금지하는 한편 매달 1120달러(약 152만원)의 양육비를 지급하도록 했다.

 

아고테의 아내는 이혼 사유로 가정폭력, 특히 딸에 대한 신체적 학대를 이유로 들었다. 그는 법원에 낸 탄원서에서 “남편은 최소 2정의 총기를 소지하고 있다”며 “계속 같이 살면 나와 아이들한테 흉기를 들이댈 것”이라고 말했다. 윌킨슨 판사는 이런 아내의 주장을 거의 대부분 받아들였다.

 

경찰은 아고테가 윌킨슨 판사의 결정 내용에 불만을 품고 그를 표적으로 삼아 치밀한 계획 끝에 보복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아고테 본인 그리고 아내의 변호사들은 “이 사건에 대해 입장을 밝혀 달라”는 취재진의 요청에 함구로 일관했다.

미국 메릴랜드 주법원에 근무했던 앤드루 윌킨슨(1971∼2023) 판사. 19일(현지시간) 판결 내용에 불만을 품은 소송 관계자가 저지른 것으로 추정되는 총격에 목숨을 잃었다. 메릴랜드 주법원 홈페이지

지역사회는 충격에 빠졌다. 웨스 무어 메릴랜드 주지사(민주)는 “윌킨슨 판사는 그동안 쌓아온 경력을 토대로 정의 수호에 힘써왔다”며 “고인의 유족에게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 비열한 범죄의 가해자는 반드시 정의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보복 범죄 위협에 노출된 판사들의 보호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크다. 당장 경찰은 같은 법원의 다른 판사들도 공격을 받을 수 있다는 판단 아래 법관들의 자택 부근에 경찰 인력을 배치했다. 메릴랜드 주법원은 성명에서 “판사와 법원 직원, 방문객 등의 안전을 위해 적극적인 법 집행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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