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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과목 모두 없애 유불리 원천 차단… 변별력 확보는 어떻게 [2028 대입 개편 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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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10-11 06:00:00 수정 : 2023-10-11 04:5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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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과목 폐지 영향은

표준점수 높은 국어 언매·수학 미적분
진로·적성 관계없이 ‘쏠림’ 현상 심각
상대적 유리한 이과생 교차지원 막아

서울 주요대학들 우수학생 선발 위해
논술 등 대학별고사 비중 확대 가능성
선택과목으로 심층수학 활용 전망도
논·서술형 문항 수능 반영은 포함안돼

절대·상대평가 혼용 왜

성적표엔 성취도별 과목 평균점 표기
정시서 내신 반영 대학 늘어날 가능성

10일 교육부의 ‘2028학년도 대입 개편 시안’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선택과목을 모두 없애겠다는 것이다. 국어와 수학, 사회·과학탐구 영역 선택과목에 따른 유불리를 원천 차단해 수능 공정성을 담보하겠다는 게 교육부 설명이다. 학생들이 진로·적성과 관계없이 높은 수능 점수를 받을 수 있는 과목으로 쏠리는 현 문제점을 해결하는 ‘묘책’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수능 공통과목 체제로의 전환이 학생 진로·적성에 따라 과목을 선택한다는 고교학점제 취지와 맞지 않을뿐더러 서울 주요 대학이 우수학생 선발을 위해 심층면접, 논술고사와 같은 대학별고사 선발 비중을 늘릴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2028학년도 대학입시제도 개편 시안을 발표하고 있다. 남제현 선임기자

교육부 등에 따르면 1999학년도 수리탐구Ⅱ 영역(현 사회·과학탐구)에 선택과목이 도입되고 표준점수가 사용되면서 ‘과목 간 유불리’ 논란은 계속 있었다. 표준점수는 수험생의 원점수가 평균 성적과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보여주는 점수로, 평균이 떨어지면 원점수 최고점자 표준점수는 올라간다. 이 때문에 모든 문제를 다 맞아도 다른 선택과목 만점자보다 낮은 표준점수를 받을 수 있다.

수능 사회·과학탐구에 이어 2022학년도부터 국어와 수학영역까지 선택과목 체제가 되면서 수험생들 혼란은 커졌다. 국어의 경우 ‘언어와 매체’, 수학은 ‘미적분’이 다른 선택과목보다 표준점수 최고점이 3점 안팎으로 높다. 이 때문에 2022학년도 국어영역 응시자 가운데 29.4%에 불과했던 언어와매체 선택 비율은 2024학년도 수능에선 38.9%까지 치솟은 상태다. 수학 미적분 응시자 비율 역시 같은 기간 38.2%에서 49.2%까지 상승했다.

선택과목에 따른 유불리는 2022학년도 통합수능 시행 이후 이과생의 ‘문과 침공’ 논란을 야기했다. 미적분 등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표준점수를 받은 이과생들이 인문사회계열에 대거 교차지원해 합격하는 상황이 빈번해진 것이다. 교육부가 최근 학부모 125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대입 개편 관련 설문조사에서도 ‘통합형 과목체계가 필요하다’는 응답이 73.0%에 달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이번 개편안은 현행 통합수능의 선택과목 간 점수차나 이과생들의 교차지원 등 여러 복잡한 변수를 제거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이번 개편안은 상위권 대학들의 수험생 변별력 논란을 낳을 것으로 예상된다. 강태훈 성신여대(교육학과) 교수는 “등급 수 자체가 축소돼도 1, 2등급 같은 경계에선 학생들이 치열하게 경쟁할 것”이라며 “대학 측에서도 어떻게 변별력을 마련할지 고민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일각에서 서울 주요 대학들이 심층면접이나 논술전형 등 대학별고사 비중을 늘리고, 교육부가 선택과목으로 제안한 심층수학(미적분Ⅱ·기하)을 적극 활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한편 이번 시안에서 논·서술형 문항의 수능 반영은 포함되지 않았다. 교육부는 시안 마련 과정에서 논·서술형 문항 도입을 적극 검토했지만, 시기상조라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고교생들이 학교 수업 과정에서 논·서술형 문제를 충분히 다뤄보지 못한 상황에서 수능에 논·서술형 문항을 출제할 경우 학생은 물론 교사들도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최근 교육부 정책토론회에서 “논·서술형 등 새로운 문제 유형 등장이 사교육을 부추기는 쪽으로 부작용이 커지면 곤란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고 설명했다. 국가교육위원회가 ‘2031 대입 개편 시안’을 검토하는 2025년쯤 논·서술형 수능 문항 도입 여부가 공론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신경쟁 완화·성적 부풀리기 폐해 보완

 

교육부가 10일 공개한 ‘2028학년도 대학입시제도 개편 시안’에서 고교 내신 개선 방안은 상대평가 등급을 현행 9등급서 5등급으로 개편하고, 고교 전 학년 성취도에 상대평가와 절대평가를 병기하는 게 핵심이다. 학생들의 내신 경쟁을 완화하고, ‘내신 부풀리기’ 등의 폐해를 막아 공정성을 높이겠다는 의도다.

 

2021년 문재인정부는 2025년부터 전면 시행되는 고교학점제를 도입하기로 하면서 고1의 경우 9등급 상대평가로, 고2·3은 5등급 절대평가를 적용하기로 했다. 그러나 일선 학교에서 고2·3 학생들에게 입시에 유리한 A등급을 남발하는 ‘내신 부풀리기’ 문제점이 꾸준히 제기됐다. 지난해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현재 일부 학교에서 시행 중인 내신 절대평가를 모니터링한 결과, A등급의 비율이 일반고 기준 22%로 정상분포 추정치(10%)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과학고의 경우 A등급 비율이 59%, 외국어고와 자사고는 각각 48%, 33%였다.

사진=뉴시스

이러다 보니 고 2·3학년 내신의 변별력이 사실상 사라지고, 9등급으로 상대평가를 하는 1학년 공통과목의 내신이 대입에서 더 중요해지는 이상 현상이 일어날 것이란 우려가 커졌다. 설상가상으로 고1 내신 성적이 잘 나오지 않으면 자퇴 후 검정고시를 보거나, 계속 학교를 다니더라도 고 2·3학년 학교 수업 참여 동기가 떨어질 것이란 현장의 목소리도 나왔다.

 

2028학년도 대입부터는 대학에 제공되는 내신 성적표에 고교 전 학년의 절대평가 5개 성취도(A∼E), 상대평가 5개 석차등급(1∼5)이 함께 기재된다. 기존 9등급제의 상대평가 1등급은 상위 4%, 2등급은 상위 11%였던 것이, 5등급제에서는 1등급은 상위 10%, 2등급은 상위 34%로 내려간다. 성취도별 분포비율과 과목평균, 수강자 수 등도 담길 예정이다. 대학은 이러한 지표로 자율적으로 평가해 학생을 선발할 수 있다. 이렇게 된다면 현재 서울대와 같이 정시에서 내신을 반영하는 대학들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김승겸 반포고 교장은 “수능 과목이 줄어들고, 공통과목 위주로만 시험이 치러지면 우수한 학생들을 뽑으려는 대학 입장에서는 이걸로는 뭔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 것 같다”며 “입시에서 내신을 반영하려는 대학이 확대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내신 부담이 줄면서 특목고, 자사고 등의 선호도가 증가하고, 내신을 따기 좋은 특정 과목으로 쏠림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송민섭·이민경·이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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