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표엔 성취도별 과목 평균점 표기
정시서 내신 반영 대학 늘어날 가능성
교육부가 10일 공개한 ‘2028학년도 대학입시제도 개편 시안’에서 고교 내신 개선 방안은 상대평가 등급을 현행 9등급서 5등급으로 개편하고, 고교 전 학년 성취도에 상대평가와 절대평가를 병기하는 게 핵심이다. 학생들의 내신 경쟁을 완화하고, ‘내신 부풀리기’ 등의 폐해를 막아 공정성을 높이겠다는 의도다.

2021년 문재인정부는 2025년부터 전면 시행되는 고교학점제를 도입하기로 하면서 고1의 경우 9등급 상대평가로, 고2·3은 5등급 절대평가를 적용하기로 했다. 그러나 일선 학교에서 고2·3 학생들에게 입시에 유리한 A등급을 남발하는 ‘내신 부풀리기’ 문제점이 꾸준히 제기됐다. 지난해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현재 일부 학교에서 시행 중인 내신 절대평가를 모니터링한 결과, A등급의 비율이 일반고 기준 22%로 정상분포 추정치(10%)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과학고의 경우 A등급 비율이 59%, 외국어고와 자사고는 각각 48%, 33%였다.
이러다 보니 고 2·3학년 내신의 변별력이 사실상 사라지고, 9등급으로 상대평가를 하는 1학년 공통과목의 내신이 대입에서 더 중요해지는 이상 현상이 일어날 것이란 우려가 커졌다. 설상가상으로 고1 내신 성적이 잘 나오지 않으면 자퇴 후 검정고시를 보거나, 계속 학교를 다니더라도 고 2·3학년 학교 수업 참여 동기가 떨어질 것이란 현장의 목소리도 나왔다.

2028학년도 대입부터는 대학에 제공되는 내신 성적표에 고교 전 학년의 절대평가 5개 성취도(A∼E), 상대평가 5개 석차등급(1∼5)이 함께 기재된다. 기존 9등급제의 상대평가 1등급은 상위 4%, 2등급은 상위 11%였던 것이, 5등급제에서는 1등급은 상위 10%, 2등급은 상위 34%로 내려간다. 성취도별 분포비율과 과목평균, 수강자 수 등도 담길 예정이다. 대학은 이러한 지표로 자율적으로 평가해 학생을 선발할 수 있다. 이렇게 된다면 현재 서울대와 같이 정시에서 내신을 반영하는 대학들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김승겸 반포고 교장은 “수능 과목이 줄어들고, 공통과목 위주로만 시험이 치러지면 우수한 학생들을 뽑으려는 대학 입장에서는 이걸로는 뭔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 것 같다”며 “입시에서 내신을 반영하려는 대학이 확대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내신 부담이 줄면서 특목고, 자사고 등의 선호도가 증가하고, 내신을 따기 좋은 특정 과목으로 쏠림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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