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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희생자 74년 만의 귀향…대전형무소 복역 중 행방불명인 유해 제주로 봉환

입력 : 2023-10-06 20:03:17 수정 : 2023-10-06 20: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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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4·3 희생자가 74년만에 고향으로 돌아와 영면했다.

 

6일 제주도에 따르면 전날 고인의 고향인 제주시 조천읍 북촌포구 일원에서 ‘대전 골령골 발굴유해 신원확인 4·3 희생자 봉환식’을 거행했다.

지난 5일 제주시 조천읍 북촌포구에서 대전 골령골 유해발굴을 통해 신원이 확인된 행방불명 4·3 희생자 김한홍씨의 유해 봉환식이 열리고 있다. 제주도 제공

대전 골령골에서 발굴된 유해가 74년 전 행방불명된 김한홍씨로 확인됨에 따라 세종추모의집에 안치된 고인의 유해를 항공편으로 제주로 봉환했다.

 

4·3 당시 26세였던 고인은 토벌대와 무장대를 피해 마을에서 떨어진 밭에서 숨어 지내다 1949년 1월 말 군에 자수하면 자유롭게 해주겠다는 소문에 자수하고 주정공장수용소에 수용된 후 아무런 소식을 알 수 없게 됐다고 유족들은 전했다. 수형인 명부에는 희생자가 1949년 7월 4일 징역 7년형을 선고받고 대전형무소에서 복역한 사실이 등재돼 있었다.

지난 5일 제주공항에서 대전 골령골 유해발굴을 통해 신원이 확인된 행방불명 4·3 희생자 김한홍씨의 유해가 운구되고 있다. 제주도 제공

이날 봉환식에는 오영훈 지사와 고인의 유족인 백여옥(며느리)·김준수(손자)·김효정(손녀)씨를 비롯해 김창범 4·3유족회장, 고희범 4·3평화재단 이사장, 송재호 국회의원, 현길호 도의회 의원, 유족과 지역주민 등 200여 명이 참석했다.

 

오 지사는 봉환사에서 “부모님을 모시고 살던 평범한 북촌청년은 74년 간 집으로 돌아오지 못했고, 그 가족들은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모른 채 수십 년을 피맺힌 한으로 살아왔다”면서 “실종 13년이 지난 후에 어쩔 수 없이 사망 신고를 해야 했고, 돌아가신 날을 몰라 생신날을 제삿날로 모셔야 했던 원통함은 감히 짐작조차 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어 “고인이 된 아들은 아버지의 억울한 누명을 풀고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4·3 수형인 명부를 근거로 군사재판 재심을 신청했고, 유해라도 찾으면 신원을 확인할 수 있을까 하는 기대에 2018년에는 DNA도 채취했다”면서 “비록 아버지의 유해를 보지 못했지만, 그 뜻을 손자가 이어받아 통한의 한을 풀어냈다”며 부자의 넋을 기렸다.

 

오 지사는 “4·3 수형인 명부를 통해 확인된 행방불명 수형인은 1,700여 명 중 이제 한 분의 신원을 확인했다”며 “제주도정은 대전 골령골을 비롯해 광주와 전주, 김천 등 4·3 수형인의 기록이 남아 있는 지역에 대한 유해 발굴과 신원 확인에 온 힘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한국전쟁 발발 직후인 1950년 6월 28일부터 7월 17일 사이에 대전형무소에 수감돼 있던 재소자와 대전·충남 지역에서 좌익으로 몰린 민간인들이 군과 경찰에 의해 집단 학살된 대전 골령골 기록사진. 제주4·3평화재단 제공

고인의 유해는 4·3평화공원 봉안관 유해함에 봉안될 예정이다.

 

제주도와 제주4·3평화재단은 ‘도외지역 발굴유해 4·3희생자 유전자 감식 시범사업’을 통해 처음으로 도외지역에서 4·3희생자의 신원을 확인했다.

 

도와 재단은 도외지역에 대한 4·3희생자 유전자 감식사업을 추가로 진행하고, 진실화해위원회와 협업해 대전 산내사건 희생자들의 신원을 확인하는 공동사업도 추진할 방침이다.


제주=임성준 기자 jun258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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