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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만 좇는 허무의 시대… 스토리 중독사회에 경종 울리다

입력 : 2023-10-06 23:00:00 수정 : 2023-10-06 20: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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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사의 위기/한병철/최지수 옮김/다산초당/1만6800원

 

재독 철학자 한병철은 2010년 저서 ‘피로사회’를 통해 성과주의에 매몰된 현대사회를 비판했다. 그리고 10여년이 지나 이번에는 빠르게 나타났다 사라지는 이슈만 좇느라 자기의 생각으로부터 멀어져 버린 스토리 중독 사회가 된 현시대를 고발하고 나섰다. 바로 최근 번역 출간된 ‘서사의 위기’를 통해서다.

저자가 새 책에서 관심을 둔 키워드는 스토리와 서사다. “오늘날은 스토리텔링이 넘침에도 이야기하는 분위기가 사라지고 있다”는 저자는 현대인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예속되고 과잉된 정보에 휩쓸리며 생긴 “서사의 위기”로 인해 공허해진 삶을 영위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한병철/최지수 옮김/다산초당/1만6800원

현대인은 스토리에 중독돼 있다. 스토리는 끊임없이 등장하고 순식간에 사라지는 뉴스와 정보다. 이는 삶의 방향이나 의미를 제시하지 못한다. 인간은 한 순간에서 다음 순간으로 이동하며 사는 존재가 아니다. 탄생과 죽음 사이의 삶 전체를 연결하며 자기만의 맥락으로 나아갈 때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서사라고 저자는 규정한다.

하지만 넘쳐나는 정보는 서사의 위기를 악화한다. 정보사회의 역설은 사람들이 정보 안에 갇힌다는 것이다. 정보 사냥꾼이 된 현대인은 삶의 주체가 아닌, 상품의 소비자로 전락하기 쉽다. 요즘 기업들은 가치 없는 사물에 스토리텔링을 더한 마케팅으로 구매를 부추긴다. 저자는 이를 ‘스토리셀링’이라고 칭하면서 “스토리텔링의 세상에서는 모든 것이 소비로 환원”되고 “다른 이야기, 다른 삶의 형식, 다른 지각과 현실에는 눈멀게 한다”고 지적한다. 여기에 더해 현대인은 자기 삶마저 SNS에 게시하는 등 스토리셀링을 하며 끊임없이 ‘좋아요’를 갈구한다. “셀카는 텅 빈 자기의 복제”일 뿐인데 말이다.

그렇다면 서사의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저자는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드는 삶, 즉 서사의 회복을 강조한다.

안타깝게도 현대인에게는 이야기를 경청할 시간과 인내심이 없다. 그래도 명심해야 한다. “삶은 이야기다. 서사적 동물인 인간은 삶의 형식들을 서사적으로 실현시킨다는 점에서 동물과 구별된다. 이야기에는 새 시작의 힘이 있다. 세상을 변화시키는 모든 행위는 이야기를 전제한다”(136∼137쪽)는 것을.


송용준 기자 eidy015@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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