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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고 감추고 소재는 최고급”…은밀한 럭셔리 ‘올드머니룩’ 사랑받는 이유

입력 : 2023-10-04 12:00:00 수정 : 2023-10-04 10:2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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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간 유행한 복고풍 패션인 Y2K(2000년대 세기말 감성) 트렌드가 저물고 ‘올드머니(Old Money)’룩이 대세로 자리 잡았다. 이른바 '은밀한 럭셔리'로 불리며 봄부터 시작된 패션계 메가트렌드 올드머니룩은 가을이 시작되면서 나지막하지만 더 강하고 뜨겁게 타오르고 있다.

 

소피아 리치 인스타그램 @sofiarichiegrainge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올드머니룩은 고상하면서 기품 있는 이미지로 브랜드 로고를 줄여 일상생활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우아한 분위기를 주는 패션 트렌드다. 

 

과거 화려한 색감과 강조된 로고를 사용했던 것과 반대로 로고를 감추고 간결한 디자인과 질 좋은 소재로 승부한다는 점이 올드머니룩의 가장 큰 특징이다. 

 

조용한 럭셔리는 최근 미국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는 HBO 드라마 ‘석세션’의 영향이 컸다. 

 

석세션은 미디어 재벌가의 암투를 그린 작품으로, 등장인물 대부분이 재벌이다. 이들은 주로 무채색이나 뉴트럴 톤의 니트와 슈트, 로고 없는 볼캡과 스니커즈 등의 차림새를 즐긴다. 겉보기엔 평범해 보이지만 알고 보면 비싼 패션 아이템을 장착해 고급스러움을 강조한다.

 

미국 인기 드라마 석세션(Succession) 포스터

실제로 올드머니룩은 강세다. 번개장터의 8월 ‘올드머니’ 검색량은 전달과 비교했을 때 381% 증가했다. 자연스럽고 전통적인 스타일링의 대표 주자 '캐시미어'의 8월 검색량은 전년 동기 대비 20%, ‘데님’은 24% 늘었다.

 

차분하면서도 클래식한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트위드’도 인기다. 이 키워드는 8월 마지막 주 번개장터 주간검색어 랭킹에서 여성의류 카테고리를 통틀어 클릭 증가량 1위에 올랐다.

 

에이블리코퍼레이션의 스타일 커머스 플랫폼 에이블리는 올드머니룩 인기에 8월 해외 프리미엄 브랜드 거래액이 역대 최대치를 달성했다. 에이블리 해외 프리미엄 브랜드 카테고리는 지난해 5월 출시됐다. 8월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8.5배(750%) 증가했다. 주문 수도 5.5배(450%) 늘었다.

 

아우터 품목에서는 고급 원단으로 불리는 ‘울 소재 가디건’에 대한 관심이 급증했다. 8월 해외 프리미엄 브랜드 내 가디건 품목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21배 이상(2060%) 늘었다. 같은 기간 정제된 디자인의 ‘셔츠’도 조용한 럭셔리 아이템으로 부상했다. 해외 프리미엄 브랜드 내 셔츠 품목 거래액은 68배 이상(6730%) 증가하는 성과를 보였다.

 

‘화려하고 커다란 로고가 튀는 옷보다는 차분하지만 고급스러운 옷이 좋다’라는 올드머니룩의 부상이 전달하는 건 어떤 메시지일까. 중요한 것은‘ 많이 입기’가 아니라 ‘오래 입기’다. 

 

번개장터에서도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디자인이 쏟아져 나오는 패스트패션 브랜드의 아이템보다 시간이 흐를수록 새로운 멋이 덧입혀지는 헤리티지 브랜드 제품이 꾸준히 인기라는 사실과도 연관이 있다.

 

번개장터 밖에서도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는 인기 헤리티지 브랜드라면 ‘폴로’를 빼 놓을 수 없다. 기본 셔츠나 니트·카디건처럼 ‘기본템’으로 유명한 브랜드다. 로고가 과하지 않고 깔끔한 것이 특징이다. 올드머니룩을 이질감 없이 완성해준다. 특히 세월의 흔적이 아름답게 묻어나 오래된 대로 멋진 빈티지를 고르는 것이 트렌드세터의 팁으로 자리 잡았다고 할 수 있다.

 

카일리 제너(왼쪽), 켄달 제너. 대니 미셸 인스타그램 @danixmichelle

올드머니룩 트렌드의 배경에는 경기 불황과 이에 따른 소비 패턴 변화가 영향을 줬다는 분석도 나온다. 코로나19 이후 ‘보복 소비’가 한풀 꺾이고 경기 침체가 다시 도래하면서 부의 과시를 자제하는 소비 의식이 자리 잡았다. 화려하고 튀는 옷보다는 단순하고 절제된 오래도록 입을 수 있는 옷을 선호하게 됐다는 해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조용한 럭셔리로 불리는 올드머니룩이 새로운 패션 트렌드로 급부상하고 있다. 화려하고 튀는 옷보다는 단순하고 절제된 오래도록 입을 수 있는 옷을 선호하는 추세”라며 “차분하고 클래식한 스타일이 다시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박윤희 기자 py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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