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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 행크스 얼굴 훔쳐… ‘AI 가짜광고’ 美 발칵 [뉴스 투데이]

입력 : 2023-10-03 22:00:00 수정 : 2023-10-03 23: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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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성형 AI 부작용 논란 확산

“동의 없이 조작사진 쓴 광고 떠다녀”
행크스, ‘속지 말라’ SNS 글 올려
방송인 킹도 “다이어트 홍보 악용”

메타측 “이미지 무단도용한 사기
계정 삭제 등 대대적 단속 강화”

할리우드 ‘디지털 초상권’ 요구 커져
예술 논란 넘어 ‘법적 갈등’ 현실화

“조심해라. 나를 인공지능(AI) 버전으로 만들어 치과 보험을 홍보하는 영상이 돌아다니고 있다. 나는 이것과 아무 관련이 없다.”

 

유명 할리우드 배우 톰 행크스(67)가 2일(현지시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AI가 만든 자신의 이미지가 동의 없이 광고에 쓰이고 있다며 팬들에게 주의를 당부했다. 영국 가디언은 행크스가 경고문과 함께 AI로 조작된 본인의 사진을 올렸는데, 이마 주름 하나 없이 20여년은 젊어 보이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AI가 만들어낸 젊은 행크스” 유명 할리우드 배우 톰 행크스가 AI로 조작된 자신의 이미지가 동의 없이 치과 보험 광고에 사용되고 있다며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2일(현지시간) 경고문을 올렸다.(오른쪽 작은 사진) 행크스가 지난달 21일 자신의 SNS에 게시한 사진(왼쪽 사진)과 비교했을 때 확연히 젊은 모습이 눈길을 끈다. 톰 행크스 인스타그램 캡처

다만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행크스가 이 광고와 관련해 법적 조처를 하거나 삭제를 요구할 계획이 있는지 그의 대리인에게 물었지만 답변받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이날 미국 CBS 모닝쇼 진행자 게일 킹도 자신이 AI 조작 영상의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그가 조작이라고 주장하며 SNS에 올린 영상에는 체중 감량 비밀에 대해 알고 싶으면 링크를 클릭하라고 호소하는 킹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킹은 “나는 이 제품에 대해 들어본 적도, 사용해 본 적도 없다”며 “AI 영상에 속지 말라”고 경고했다.

 

방송계 거물들이 직접 나서 경고할 만큼 AI 조작 영상이 SNS에서 무분별하게 유포되자 관련 업계도 단속에 나섰다. NYT에 따르면 인스타그램 모회사 메타의 대변인은 “공인의 이미지를 이용한 광고로 사기 치는 행위는 우리의 이용 정책에 위반된다”며 “이러한 종류의 광고에 대처하기 위해 상당한 자원을 투입해 정책을 위반한 계정·페이지·광고를 삭제하는 단속을 크게 강화했다”고 밝혔다.

 

AI가 SNS를 넘어 스크린까지 장악할 수 있다는 우려는 이미 미국 엔터 업계에 광범위하게 퍼진 상태다. 급기야 지난 7월부터는 할리우드 배우들이 파업에 나섰다. 63년 만에 미 할리우드 작가조합(WGA)과 동반 파업에 돌입한 배우·방송인노동조합(SAG-AFTRA)은 제작사들이 공정한 보상 없이 AI 기술로 연기자들의 일자리를 없애려 한다고 주장했다. 가상 배우들의 연기 장면을 만드는 데 활용하는 CGI(컴퓨터 생성 이미지) 기술이 AI를 통해 발전하면 현장 배우의 설 자리는 더 이상 없다는 것이다.

 

또 배우들은 AI가 생성하는 이미지에 자신들의 외모나 목소리가 무단으로 도용될 가능성이 있다며 ‘디지털 초상권’을 보장해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파업 발표 당시 배우조합은 제작사 측의 AI 제안서에 연기자들이 하루 일당만 받고 촬영하면 그 이미지를 회사가 소유한 상태로 배우들의 동의나 보상 없이 영원히 사용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고 폭로했다.

 

배우 키라 나이틀리도 지난달 배우의 얼굴에 저작권을 부여해 제작사들의 무분별한 AI 사용에 대응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AI는 재앙이 될 수 있는 잠재력이 있으며 정부가 개입해 이를 규제하길 바란다”며 강력한 제재를 촉구했다.

 

이번에 피해 사례를 밝힌 행크스도 AI가 영화계에 ‘예술적 문제’와 ‘법적 문제’를 동시에 제기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지난 5월 영국 코미디언 애덤 백스턴의 팟캐스트에 출연한 행크스는 2004년 개봉했던 ‘폴라 익스프레스’에서 비슷한 기술을 경험한 바 있다면서 “우리는 이런 일이 일어날 것을 이미 예견했다”고 밝혔다.

 

폴라 익스프레스는 톰 행크스의 외모와 움직임을 컴퓨터 그래픽 기술로 재창조한 가상 캐릭터가 연기를 펼치는 애니메이션으로 행크스는 당시 최첨단 기술이 접목된 이 영화에서 무려 1인5역을 소화한 바 있다. 이후 불과 20여년 만에 AI로 창조된 배우들이 일반화된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그는 “이제 누구나 AI, 딥페이크(AI로 합성한 조작 콘텐츠) 기술로 나이에 상관없이 자기 모습을 재현할 수 있다”며 “내가 내일 버스에 치여 크게 다치더라도 내 연기는 계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AI가 만든 작품은 어느 정도 실제와 같은 품질을 갖게 될 것”이라면서도 “이는 분명 예술적인 도전이지만 법적인 문제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이 자리에서 행크스는 영화계에서 배우의 유사성을 지적재산권으로 보호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고 부연했다. 그는 “영화계 내 모든 조합과 영화 제작사, 법무법인 등이 배우의 얼굴과 목소리, 그 외 모든 예술 분야 종사자의 지적 재산을 둘러싼 법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이예림 기자 yea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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