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했던 일이지만, 진짜로 일어나고 말았다. 아시안게임 역사상 최약체로 꼽힌 한국 야구 대표팀이 대만 투수진에 철저하게 눌리며 영봉패를 당하고 말았다.
류중일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대표팀은 2일 중국 저장성 샤오싱 야구 소프트볼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야구 B조 조별리그 2차전 대만과의 경기에서 0-4로 완패했다.

지난 1일 홍콩과의 첫 경기에서 10-0으로 승리하며 출발을 산뜻하게 시작했지만, 이번 대회 최대 승부처로 꼽혔던 두 번째 경기 대만전에 완패를 당하며 금메달로 가는 길이 어두워졌다. 그간 아시안게임에서는 한 수 아래로 여겨졌던 대만이었지만, 이날은 투타에서 모두 대만이 압도하는 모습이었다.
한국 타자들은 대만 좌완 선발 린위민의 스트라이크존을 폭넓게 활용한 투구에 고전했다.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산하 마이너리그 팀에 소속된 린위민은 올해 더블A에서 5승 2패 평균자책점 4.28을 기록한 선수다. 린위민은 한국 중심 타선도 요리할 만큼 빼어난 기량을 선보였다. 노시환(한화)과 강백호(KT 위즈)는 3회초 린위민을 상대로 모두 스탠딩 삼진을 당했다. 이들은 직구와 슬라이더의 배합에 당했고, 상대 투수의 디셉션에도 애를 먹었다.

한국 타자들은 소극적인 타격에 볼카운트가 불리해지면서 제대로 된 스윙을 하지 못했다. 한국은 5회까지 잔루를 6개나 기록했다. 6회 공격에서는 첫 삼자범퇴로 물러나기도 했다. 린위민은 6이닝 동안 4피안타 1볼넷 6탈삼진 무실점 역투를 펼쳐 대만의 승리를 이끌었다.
이날 노시환(3타수 1안타 1볼넷)과 강백호(4타수 무안타), 문보경(4타수 무안타 2탈삼진)으로 이어지는 한국 '클린업 트리오'는 단 1안타에 그쳤다. KBO리그 최다안타 부문 1위를 달리고 있는 리드오프 김혜성(키움)도 4타수 무안타로 부진했다. 윤동희(롯데)가 4타수 3안타, 최지훈(SSG)이 4타수 2안타로 활약했지만 팀의 패배로 빛이 바랬다.
한국 투수진도 그리 좋지 못했다. 한화 문동주가 선발 등판했지만, 1회 시작부터 선두타자 정쭝저에 좌중간을 가르는 2루타를 맞았다. 2번 린즈웨이를 1루 땅볼로, 3번 린리를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위기를 벗어나는 듯 했으나 리안커에게 적시 3루타를 맞고 선취점을 내줬다. 리안커의 3루타는 결승타가 됐다.
0-1로 끌려 가던 4회 문동주는 또 다시 한 점을 내줬다. 2사 1,3루의 위기에서 션하오웨이를 상대하다 포수 김형준과 사인이 맞지 않으면서 폭투가 나왔고 그 사이 3루 주자가 홈으로 들어왔다.
류중일 감독은 문동주에게 4회까지만 맡기고, 5회 박세웅(롯데)을 투입했다. 와일드카드 자격으로 출전한 박세웅에게 경험에서 나오는 관록투를 기대했지만, 박세웅은 몸에 맞는 공과 볼넷을 내주면서 2사 만루의 위기를 자초했다. 실점 위기에서 박세웅이 내려가고 마운드에 오른 최지민(KIA)이 린안코를 1루 땅볼로 잡아내며 가까스로 실점을 막았다.

최지민은 6회에도 등판했지만, 연속 안타를 맞아 무사 1,2루의 위기를 자초했다. 이후 대만의 희생번트를 포수 김형준이 3루에 던져 한숨 돌렸고, 이어진 3루 땅볼로 2사 2,3루가 되자 류중일 감독은 KBO리그 홀드 1위 박영현(KT)을 올렸다. 박영현은 공 3개로 린쟈정을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불을 껐다. 박영현은 7회도 삼자범퇴로 끝내며 이날 투수진에서 유일하게 제 몫을 해냈다.
8회 마운드에 오른 LG 마무리 고우석이 제구 난조로 두 점을 내주면서 경기는 급격히 대만에 기울었다. 고우석은 1사 뒤 2루타와 몸에 맞는 공을 허용해 1사 1,2루에 몰렸다. 션하오웨이를 땅볼로 잡았지만 그 사이 주자가 한 루씩 진루하면서 2사 2, 3루가 됐고, 린즈하오에게 2타점 적시타를 맞았다. 0-4가 되는 순간 사실상 이날 경기는 끝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이번 대회는 4개국씩 2개조로 나눠 풀리그를 치르고, 각 조 상위 2개팀이 슈퍼라운드에 진출하는 방식이다. 슈퍼라운드를 치르고 금메달 결정전(1-2위)과 동메달 결정전(3-4위)을 갖는다. 문제는 슈퍼라운드에서도 조별리그 전적을 그래도 가져가는 방식이다. A조는 일본과 중국이 각각 조 1, 2위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 수 아래인 중국은 꺾는다 해도 이날 보여준 경기력을 감안하면 일본을 잡기도 쉽지 않아보인다. 일본에 패하면 사실상 결승 진출은 어려워진다고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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