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가스공사가 국내 조선사와 함께 개발한 한국형 액화천연가스(LNG)선 탱크의 결함으로 4년간 2000억원 가까운 손실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 동안 국내 조선사들이 해외 엔지니어링 업체에 매년 로열티를 주며 만들어야 했던 LNG선 화물창을 개발했지만, 정작 품질 논란으로 제대로 사용하지 못한 탓이다.
2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양금희 의원이 가스공사에서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형 화물창(KC-1) 탑재 LNG선의 운항 중단으로 인한 가스공사의 지난 2018∼2022년 손실 추정치는 1억4633만달러(약 1973억원)로 집계됐다.

이는 한국형 화물창에 문제가 생겨 이를 탑재한 LNG선 2척의 운항 자체가 중단된 것이다.
한국형 화물창이 처음 적용된 LNG선은 SK세레니티호와 SK스피카호로, 이들 선박의 운항 중단으로 가스공사는 선박 개조, LNG 손실, 대체선 투입 등에 지난 4년간 비용을 지출해야 했다. SK세레니티호와 SK스피카호는 각각 2018년 7월과 8월 화물창 결함으로 운항이 중단됐다. 이들 LNG선의 운항중지 일수는 1867일(SK세레니티호), 1839일(SK스피카호)에 달했다.
이 때문에 SK세레니티호와 SK스피카호는 모두 2021년 1월 1일부로 전문인배상책임보험 계약 갱신도 거절당했다. 이후 설계상 추가 결함이 발생하면 가스공사 등이 직접 피해를 보상해야 하는 실정이다.
이와 관련, 가스공사 측은 “보험 가입 만료 이후 추가적인 결함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설계상 결함이 발생하면 화물창 설계사인 KLT(KC LNG TECH)사의 손실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가스공사는 KLT의 주주다.
한국형 LNG선 화물창 개발은 2004∼201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가스공사 및 국내 조선 3사는 개발비 197억원을 투입해 LNG 운반선의 핵심으로 꼽히는 저장탱크 기술을 개발했다. 국내 조선업계가 전 세계 LNG 선박의 80∼90%를 수주하고 있지만, 정작 LNG선의 핵심인 저장탱크 기술은 해외 엔지니어링 업체에 거액의 로열티를 지급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양 의원에 따르면 프랑스 엔지니어링 업체 GTT의 선박 화물창에 국내 조선사들은 배 한 척당 100억원의 로열티를 지급해왔다. 누적 로열티만 3조원 이상으로 알려졌다.

이 상황에서 국내 기술로 한국형 LNG선 화물창을 개발했다. 그러나 국내 기술을 처음 적용해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SK세레니티호와 SK스피카호는 각각 2018년 2월과 3월 SK해운에 인도된 후 연이어 결함을 노출했고, 모두 5개월 만에 운항을 중단했다.
SK세레니티호의 경우 허용되는 최저 온도보다 선체의 온도가 낮아지는 ‘콜드스팟’ 현상으로, SK스피카호는 화물창 단열공간 내 이슬점 측정 온도 기준이 불충분하다는 이유로 LNG 선적이 중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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