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호스피스 돌봄을 받기로 하면서 남은 생이 얼마 남지 않은 것처럼 알려졌던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99세 생일을 맞았다.
미국 역사상 가장 장수한 대통령이다.

AP통신 등 외신은 연명 치료를 중단하고 자택에서 호스피스 케어만을 받고 있는 카터 전 대통령이 생일을 맞아 부인 로절린 여사를 비롯한 가족들과 조용한 축하의 시간을 보냈다고 보도했다.
미국 최고령 전직 대통령인 카터 전 대통령은 피부암의 일종인 흑색종이 간과 뇌까지 전이됨에 따라 지난 2월부터 연명 치료를 중단하고 호스피스 돌봄을 받고 있다.
미국의학협회(AMA)에 따르면 호스피스 돌봄은 일반적으로 수명이 6개월 이하인 환자의 통증과 고통을 완화하기 위한 것이다.
최근 그의 손자이자 카터센터 이사회 의장인 제이슨 카터는 뉴욕타임스에 “우리는 호스피스 과정이 시작될 때 (사망까지) 5일 정도 걸릴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당시 결정을 회상했다.
그는 카터 전 대통령의 상태와 관련, “마지막에 가까워지고 있지만 잘 지내고 있다”고 근황을 전하기도 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카터 전 대통령은 이번 생일 전날 자택이 위치한 조지아주 애틀랜타 플레인스에서 열린 축하 행사에 깜짝 참석하기도 했다.
생의 마지막에 접어든 카터 전 대통령이 부인 로절린 여사와 검은색 자동차에 나란히 앉아 등장했을 때 축하 인파 사이에서는 박수와 환호가 끊이지 않았고 생일 축하 노래로 정점을 찍었다고 WP는 전했다.

로절린 여사도 치매로 투병 중이다.
이들은 지난 23일 플레인스 연례 땅콩 축제 행사에 깜짝 등장하기도 했다. 카터 전 대통령은 땅콩 농장을 운영한 아버지 뒤를 이어 땅콩 농부였던 영향으로 땅콩을 각별히 좋아한다. 가장 좋아하는 음식으로 땅콩버터 아이스크림을 꼽을 정도다.
WP는 “지난 2월 의료진이 카터 전 대통령의 남은 생은 일주일 정도라고 진단했지만, 그는 여전히 TV 뉴스를 챙겨보고 가까운 친지들과 현안에 대해 토론까지 한다”며 “그는 내년 대선 동향을 체크하고, 자신이 응원하는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의 야구 경기를 관람하는 중”이라고 전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인의 축하 메시지가 이날 쇄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영상 메시지를 통해 대통령으로서 카터 전 대통령이 이룩한 바의 “절반만 따라잡아도 좋겠다”고 말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도 영상 메시지로 “해피 버스데이, 지미”라고 축하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99세는 한 번뿐이다. 길고 좋은 여정이었다”면서 “당신의 봉사와 우정, 아메리칸 드림의 전형으로 오래 남아준 것에 대해 감사하다”고 말했다.
앨 고어 전 부통령은 엑스(X·옛 트위터)에 “지미, 공공 봉사에 대한 당신의 헌신은 영감을 줬다”며 “99년간 우리나라를 위해 해온 모든 것에 감사드린다”고 적었다.
카터센터에서는 카터 전 대통령의 생일에 맞춰 45개국 출신으로 새로 미국 시민권을 취득한 99명이 미국에 충성을 맹세하는 귀화 선서를 해 의미를 더했다. 카터센터로 날아든 생일 축하 메시지는 1만7000건을 넘었다.

◆지미 카터는 누구?
1924년 10월1일 플레인스에서 태어난 카터 전 대통령은 해군 대위로 복무한 뒤 땅콩 농장을 경영했다. 이후 정계에 입문, 민주당 소속으로 조지아주 상원의원과 조지아주 주지사를 지냈다. 1976년 대선에서 제럴드 포드 전 대통령을 꺾고 대통령에 당선됐다.
카터 전 대통령은 대통령 재임 기간 역대 가장 무능한 대통령이라는 비판을 들어야 했다. 취임 이듬해인 1978년 시작된 2차 석유파동에 따른 최악의 미국 경제 상황 탓이 컸다.
재선에 실패한 카터 전 대통령은 대통령직 퇴임 이후 1982년 조지아주 애틀랜타에 비영리재단 카터센터를 설립하고 전 세계의 평화와 인권 증진을 목표로 활발한 활동을 벌였다. 1994년 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IAEA) 탈퇴를 선언한 1차 북핵 위기 때 미국 전직 대통으로는 처음으로 북한을 방문해 김일성 주석과 담판한 것이 대표적인 활동이다. 이는 북·미대화 재개의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