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영광군 안마도는 주민수보다 야생 사슴 수가 더 많은 섬이다. 수백 마리 사슴들 때문에 농작물과 산림에 심각한 피해를 본 주민들은 국민권익위원회에 집단 민원을 제기했다.
2일 영광군 등에 따르면 영광군 낙월면 안마도는 뭍에서 39km 떨어져 있는 섬으로 영광군 홍농읍 계마항에서 배를 타고 2시간을 가야 한다. 면적은 2.9㎢이며 현재 30가구 주민 150여 명이 살고 있다.

이 섬에는 주민보다 더 많은 야생 사슴이 살고 있다.
안마도에 사슴이 급격히 늘어난 건 1985년 한 축산업자가 사슴 10여 마리를 기르다 방치하고 떠났기 때문이다. 이후 40년 가까이 개체 수가 급속히 늘어났다. 영광군은 안마도에 있는 사슴을 500마리 정도로 보고 있다.
주민들은 섬 곳곳에 사슴 침입 방지용 그물망을 설치했다. 농작물를 보호하기 위해 최대 3m 높이의 망을 설치한 것이다. 안마도 사슴들의 먹성은 보통이 아니다. 벼와 마늘 등 가리지 않고 먹어 치운다. 일부 주민은 농사를 포기했다. 사슴들은 산에서 나무와 풀까지 싹쓸이하고 뿔 갈이 때는 조상의 묘소까지 파헤친다. 한 주민은 “먹이가 부족한 겨울에는 사슴들이 마을까지 내려온다”며 “발정기가 되면 뿔로 주민들을 공격하지 않을지 무섭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은 “고구마를 심어서 한 4~5년 동안 수확을 하나도 못했다”며 “더욱이 묘소도 다 파헤치고 산도 다 갈아버려 민둥산이 됐다”고 했다.
주민들은 최근 사슴들 포획해달라고 정부에 요구했다. 고충 해결에 나선 국민권익위는 환경부와 농림축산식품부, 영광군 등 관계기관들과 해법 찾기에 나섰다. 이번 논의에선 “안마도 사슴을 유해야생동물로 지정하는 등 국가가 나서야 한다”는 의견과 “축산업자가 자율적으로 해결하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사슴은 무게가 최대 100kg(뿔 5kg)까지 나가고 움직임도 빠르기 때문에 전문 수렵인이 총기를 이용해 잡아야 한다. 정부가 사슴을 유해야생동물로 지정하면 총기를 사용한 포획이 가능하게 된다. 이럴 경우 사람의 잘못으로 시작된 문제를 가지고 사슴을 죽이는 게 맞냐는 의견도 있다.
권익위의 설문조사를 보면 안마도처럼 고립된 지역에서 야생화된 가축으로 피해가 생기면 유해야생동물로 지정하자는 데 73%가 동의했다. 61%가 총기 등으로 포획하자고 했고 가축 버린 사람에 대한 처벌 강화에는 83%가 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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