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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속 리스크 털었지만, ‘가결파’ 남아있다…비명계의 운명은

입력 : 2023-09-28 08:00:00 수정 : 2023-09-28 10:5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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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총 열고 對與 전열 정비

생환 李 “정치, 상대 죽이는 전쟁 아냐
강서 보궐선거는 내년 총선 전초전”
병원 복귀 후 ‘정권 심판론’ 첫 메시지

친명 지도부는 “가결파 외상값 계산”
비명계 “방탄 정당 프레임 극복” 반발
‘강성 지지층과 결별’ 李 결단 촉구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벼랑 끝에서 살아 돌아왔다. 법원이 27일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다. 그간 사법리스크로 흔들렸던 이 대표 체제가 확고하게 자리 잡는 계기가 됐다는 평이 나온다. 이 대표는 영장 기각 이후 서울구치소 앞에서 정부·여당을 향해 “이제 상대를 죽여 없애는 전쟁이 아니라, 국민과 국가를 위해 누가 더 많은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는지 경쟁하는 진정한 의미의 정치로 되돌아가길 바란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 26일 서울중앙지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 중랑구 녹색병원에서 출발하며 최고위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이 대표는 영장 기각 후 치료를 위해 녹색병원으로 돌아간 뒤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10월11일)를 겨냥해 ‘정권심판론’을 띄우는 메시지를 내놨다. 이 대표는 이날 진교훈 강서구청장 후보와의 통화에서 “강서 보궐선거는 ‘정권 심판’ 선거인 내년 총선의 전초전”이라며 “저들의 무도한 폭력적 지배, 민생 실패, 국정 실패를 심판하는 선거라 강서구민만이 아니라 전국적 선거와 다름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식으로 정치하면 반드시 국민의 심판을 받는다는 걸 보여 줘야 한다”며 “우리 당도 있는 방법을 다 찾을 테니 최선을 다해 달라”고 했다.

 

민주당 의원들도 이날 오전 의원총회를 연 뒤 입장문을 내고 “윤석열 대통령은 이 대표 표적 수사와 무리한 구속 시도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며 “이번 수사를 사실상 지휘한 한동훈 장관을 즉각 파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앞으로도 정권의 폭정에 정면으로 맞서겠다. 이 대표 중심으로 당의 역량을 총결집하겠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이재명 대표의 구속영장 기각과 관련해 박수를 치고 있다. 뉴스1

당대표 구속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면하면서 이날 의총 또한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전날 선출된 홍익표 원내대표는 모두발언에서 “제가 취임과 동시에 큰 선물을 받은 기분”이라고 했고, 의원들 사이에서는 호응하는 박수 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이 대표 체포동의안이 가결된 21일 심야 의총 때만 해도 의원 간에 고성이 오가고 일부가 ‘탈당’을 언급하는 등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된 바 있다.

민주당이 고비를 넘기면서 정부·여당에 대한 공세는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당장 홍 원내대표는 이날 김진표 국회의장 주재로 진행된 여야 원내대표 회동에서도 인사말에서 “역대 어느 정부에서도 국회와 야당을 이렇게 무시한 경우는 없었다”며 “국회에 대한 존중 그리고 야당을 대화 파트너로서 인정하는 태도와 자세 변화가 우선돼야 한다”고 경고했다.

지난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410회국회(정기회) 제8차 본회의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체포동의안이 찬성 149, 반대 136, 기권6으로 가결되었다. 뉴시스

이런 가운데 이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로 촉발된 민주당 내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꺼지지 않고 남아 있다는 평이 나온다. 당장 당 지도부는 이날도 ‘가결파’를 향해 으름장을 놓았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최고위원회의에서 “가결파 의원들도 참회하고 속죄해야 한다”며 “피멍 들게 한 자해 행위에 대해 통렬한 반성과 사과를 요구한다. 반드시 외상값을 계산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당 지도부는 가결파 중 일부가 이 대표 체제 흔들기를 시도한 게 해당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표가 표결 당일 오전 ‘통합적 당 운영’ 약속을 내놓은 바 있는데, 그 배경에 부결 투표를 조건으로 한 비명(비이재명)계 일부의 요구가 있었단 게 드러난 상태다.

비명계는 이날 이 대표 영장 기각에 대체로 환영하면서도 “가결 투표는 해당 행위”라는 지도부 입장에 대해선 반발했다. 이원욱 의원은 이날 SBS라디오에서 “이번에 가결한 의원들 덕분에 당이 방탄 프레임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가 강성 지지층과 결별하는 등 당 혁신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혁신의) 핵심은 ‘개딸’(개혁의딸) 등 강성 팬덤과 어떻게 결별할 것이냐”라며 “(이 대표는) ‘재명이네 마을’(이 대표 지지자 온라인 커뮤니티) 이장직을 사퇴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응천 의원도 MBC라디오에서 “뺄셈의 정치보다는 통합의 정치로 가야 한다”며 “(영장 기각을) 재창당 각오로 한 당내 통합의 계기로 삼아야지, 누구를 색출한다, 누구를 찍어서 골라낸다, 이거는 아주 여당이 좋아할 일”이라고 했다.

비명계 일각에서는 이 대표 사법리스크가 이번 영장 기각으로 완전히 해소된 건 아니라는 시각도 나왔다. 내년 총선 전 이 대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 선고가 나올 가능성이 높은 만큼 ‘법원 리스크’가 남아 있다는 것이다. 이상민 의원은 YTN라디오에서 ‘소수 의견’을 전제로 이 같은 뜻을 밝히며 “다시 한번 당이 전열을 재정비하고 당에 부정적인 이미지를 걷어내는 데 이 대표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승환·김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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