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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일호의미술여행] 미디어 아트의 현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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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09-22 22:44:45 수정 : 2023-09-23 08: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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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분야나 그렇듯 한계를 넘어서려는 새로운 시도에 의해 발전이 이루어진다. 미술도 마찬가지다. 미술작품은 일정한 형태가 정지된 상태로 공간을 차지한다는 점에서 공간예술로 불린다. 이런 공간예술의 한계를 넘어서려는 작업 중 하나가 작품에 시간성을 끌어들이는 것이다. 시간의 흐름에 따른 작품의 전개과정을 보여 주자는 것인데, 대표적인 양식이 비디오 아트이다. 비디오 아트는 TV가 대중매체로서 일상생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고, 사람들이 TV 이미지에 익숙해졌다는 점을 배경으로 탄생했다. TV 영상이라는 새로운 매체를 사용해서 시간의 흐름에 따른 내용을 보여 주려 했다.

그 시작은 1963년 서독 부퍼탈의 갤러리 파르나스에서 백남준이 보여 준 TV 조각이다. 여기서 그는 이야기를 전달하기 위해 영상을 사용하는 TV 방식과 달리 전자 이미지로서 TV 영상을 그림의 색채와 형태처럼 사용했다. 종전의 고정된 매체들과는 다르게 순간적으로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과정을 반복하고. TV에 자석을 붙여 영상의 흔들림이나 불규칙한 전개과정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일관성 있게 이야기를 전달하는 TV의 방식을 파괴함으로써 사람들이 지나치게 TV에 의존하고 있는 당시의 현실도 비판하려 했다.

백남준, ‘TV부처’(1974)

그의 작품 ‘TV부처’에는 영상의 흐름뿐만 아니라 메시지까지 담겼다. 백남준이 부처상 앞에 카메라와 TV를 두고, 카메라를 통해서 찍은 부처의 모습이 다시 TV 화면에 나타나게 구성했다. 그 모습을 부처가 바라보게 해서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는 부처상을 아이러니하게 나타냈다. 부처가 동양적인 것과 정신적인 것을 상징하고, 과학문명의 산물인 TV가 서구적인 것과 물질적인 것을 상징한다는 점에서 동서양 문화의 대비라는 생각도 불러일으키려 했다.

백남준이 씨를 뿌린 비디오 아트는 발전을 거듭해서 컴퓨터까지 동원된 미디어 아트라는 새로운 미술세계를 열었다. 그 현주소를 볼 수 있는 전시회가 지금 서울 시립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새로운 미술 현장에서 첨단의 미술작품들과 함께해 보면 어떨까.


박일호 이화여대 교수·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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