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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 유산 된 가야고분군…키워드로 보는 가야 [뉴스+]

, 이슈팀

입력 : 2023-09-18 21:03:03 수정 : 2023-09-18 21: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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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 적어 잘 알려지지 않았던 가야 문화
‘연맹국’ 체계 유지 증거…“역사적 가치 크다”
고분군 연구로 우수한 철기·무역 등 밝혀져

‘가야 고분군’이 한국의 16번째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됐다. 가야고분군은 1∼6세기 중엽에 걸쳐 영호남 지역에 존재했던 고분군 7곳을 묶은 연속유산이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17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린 회의에서 “주변국과 자율적이고, 수평적인 독특한 체계를 유지하며 동아시아 고대 문명의 다양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증거가 된다는 점에서 ‘탁월한 보편적 가치’(OUV)가 인정된다”고 가야고분군의 세계유산 등재 이유를 밝혔다.

 

가야는 한국 초중고교 역사교과서에서 삼국시대를 배울 때 짧게 다뤄진다. 고구려, 백제, 신라와 함께 500년 이상 존속했음에도 삼국에 포함되지 않는다. 중요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옛 문헌에 남은 기록이 적어서다. 그 적은 기록 마저도 단편적이거나 일부에 그쳐 역사적 해석이 분분하다. 

 

가야가 관심받기 시작한 것은 1970년대 고분 발굴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면서부터다. 각기 다른 지역에서 군집을 이루어 형성된 고분군은 가야 정체성과 가야가 꽃피웠던 찬란한 고대 문화를 증명했다.

 

가야고분군을 통해 밝혀진 가야는 어떤 나라였는지 ‘키워드’를 통해 살펴본다. 

 

경남 고성 송학동 고분군. 문화재청 제공

▲연맹국

 

가야는 삼한시대 고대 국가 중 하나인 변한에서 기원해 사라질 때까지 500여년간 통합되지 않고 여러나라의 연합으로 존재했다. 삼국유사 가락국기는 6개의 알에서 태어난 아이들이 6개 나라의 왕이 되어 연맹국을 이뤘다고 전했다. 이에 가야를 금관가야, 대가야, 아라가야, 소가야, 성산가야, 고령가야 6개국 연맹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었으나, 최근엔 독자적인 세력권을 갖춘 여러 작은국가들이 있었다는 주장이 더 설득력을 얻고 있다.

 

경남도 가야고분군 세계유산등재추진단은 2018년 펴낸 가야고분군 연구총서에서 “가야는 12개 이상의 작은 나라들로 이뤄져 있었으며, 고구려·백제·신라 등 삼국과 구분되는 독자적인 역사를 갖고 있다”고 결론지었다.

 

가야가 결속력과 독립성을 동시에 지닌 연맹국이었다는 증거는 가야 고분군 연구를 통해서 밝혀졌다. 이성주 경북대학교 고고인류학과 교수는 ‘가야고분군 형성과정과 경관의 특징’ 연구에서 “가야식 석곽묘의 매장부 평면유형, 봉토 축조방식, 부장된 토기 기종 구성의 동질성은 가야연맹의 결속과 지리적 범위를 알려주며, 지역성을 띠는 묘제와 토기 양식, 대등한 수준의 위세품, 자율적 교섭관계를 보여주는 교역품은 연맹을 구성한 각 정치체가 자율성을 가진 수평적 관계였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가야는 초기 김수로왕이 세운 금관가야가 중심이 되고 후기엔 고령군의 대가야가 주도권을 잡은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최근에는 아라가야가 두 가야에 버금가는 세력이었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대가야는 전성기 시절 호남 동부까지 영향력을 넓혔지만 하나의 통일된 가야국을 이루지는 못했다. 가야는 562년 대가야의 멸망과 함께 신라에 흡수됐다.

 

보물 '합천 옥전 M3호분 출토 고리자루 큰 칼 일괄'. 문화재청 제공

▲철의 왕국

 

가야는 철기로 흥했다. 가야 고분군에서 출토된 무기, 갑옷, 농기구, 장신구 등을 통해 당대 다른 나라에 비해 뛰어난 주조 기술과 세공 기술을 확인할 수 있다. 

 

가야의 철기 관련 기술은 장인을 통해 은밀하게 전수된 것으로 보인다. 김해 퇴래리 소업 유적에서 발견된 철기 장인의 무덤에는 집게와 망치 같은 연장이 같이 묻혀 있었다. 김해박물관은 “장인의 무덤 중 주인이 비교적 높은 신분이었던 것으로 보이는 무덤이 발견됐으며, 이는 가야에서 쇠를 다루는 기술이 매우 중요하게 여겨졌음을 말해준다”고 설명했다.

 

특히 가장 먼저 나라를 세우고 전기 가야의 중심을 잡은 금관가야는 동아시아의 주요 철 생산지로 기원전 2세기 무렵부터 철을 생산했다. ‘삼국지 위서 동이전’에 따르면 가야에서 생산한 철(덩이쇠)는 크기나 모양이 일정해 물건을 사고팔 때 화폐처럼 쓰였고 각종 철기가 낙랑과 대방, 왜(일본)에 수출됐다. 

 

인제대학교 김해발전전략연구원은 ‘가야 철기유물의 과학적 분석을 통한 가야 철기문화 복원에 관한 연구’(2001)에서 전성기 때 가야가 동북아 최대의 철기 제작기술을 보유한 철강산업 강국이었으며 금관가야는 최소 4세기까지 신라보다 세력이 우위에 있었다고 밝혔다. 우수한 철기문화가 알려지면서 가야는 ‘철의 왕국’이라는 별칭을 얻었다.

 

보물 '함안 말이산 45호분 출토 상형도기 일괄'. 문화재청 제공

▲토기 문화

 

가야 고분군에서는 조형미가 뛰어난 토기가 다량 출토됐다. 보통 4세기 이후 유물 중 낙동강을 기준으로 동쪽에서 출토된 것은 신라, 서쪽에서 출토된 것은 가야의 토기로 본다. 가야 토기는 신라 토기와 비슷하면서도 보다 세련되고 부드러운 곡선 모양이 특징이다. 신발이나 오리, 말을 탄 인물 등 독특한 모양을 가진 것이 많고, 그릇은 받침이 높고 다리가 있으며 깊지 않은 형태가 관찰된다.

 

가야 토기는 연맹국 특성과 마찬가지로 통일성이 약하고 지역 마다 다른 특징을 보인다. 굽다리접시, 긴목항아리, 그릇받침, 뚜껑접시 등은 여러 가야의 특징을 잘 보여 주는 대표적인 토기다. 특히 굽다리접시는 금관가야에서는 입이 바깥으로 벌어진 모양, 아라가야에서는 불꽃무늬 구멍으로 장식한 모양, 소가야에서는 세모난 구멍을 낸 모양으로 저마다 개성을 드러낸다.

 

대가야의 토기는 4세기 후반부터 양식이 뚜렷해지기 시작하는데, 이 양식의 토기가 고령 인근부터 순천, 여수 등지에서도 출토되면서 5세기 이후 대가야의 영향력이 이 지역까지 넓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가야 토기는 무역을 통해 일본에 전해져 일본 스에키 토기 발달에 영향을 미쳤다.

 

보물 '합천 옥전 M6호분 출토 금귀걸이'. 문화재청 국가문화유산포털 제공

▲무역강국 

 

가야가 위치해 있던 김해 일대는 낙동강을 통해 내륙과 연결되면서 바닷길과도 이어져 외국과도 교역할 수 있었다. 이때문에 가야는 중국에서 한반도 서해안과 남해안을 거쳐 일본까지 이어지는 국제무역의 중요한 거점 역할을 했다.

 

철기문화가 발달했던 가야는 이러한 지리적 이점을 활용해 낙랑, 중국, 일본은 물론 한반도의 여러 지역과 교류했다. 김해 대성동·양동리 유적에서 나온 중국, 일본의 물건과 로만 글라스 등은 금관가야의 국제 무역 범위를 보여준다. 대가야 지역인 고령 지산동 유적에서는 챙 달린 투구 같은 일본계 금속 제품과 오키나와산 야광 조개로 만든 국자 등 5세기 무렵의 유물이 확인됐다. 합천의 옥전 무덤에서는 서역과 교류했음을 알려주는 유리잔이 나오기도 했다. 또 일본에서도 가야 토기, 덩이쇠 등 가야계 유물이 다양하게 출토되어 가야가 주변 국가들과 활발히 교류한 사실이 증명됐다.

 

활발한 해상교류 덕에 가야에서는 자연스럽게 조선기술도 발달한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배의 규모나 생김새는 고분군에서 출토된 배 모양 토기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김해 봉황동 유적에서는 당시 바닷길을 오가던 배의 일부인 나뭇조각이 발견되기도 했다.

 

국내 학계는 가야고분군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을 환영하면서 앞으로 더욱 체계적인 연구·조사 및 관리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한상 대전대 역사문화학전공 교수는 “한국 역사를 넘어 세계에서도 가야의 위상을 인정받은 것”이라며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생각으로 체계적인 연구·조사를 진행해야 한다. 전 세계 관람객이 와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스토리텔링과 홍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문화재위원회의 세계유산분과위원인 강동진 경성대 교수는 “과거에는 세계유산의 주변에 설정하는 ‘완충 구역’만 보호 대상으로 여겼다면, 최근에는 보호 대상으로 간주하는 범위가 더 넓어지는 경향이 있다”면서 “가야고분군은 일부를 제외하면 대부분 도시화한 지역을 끼고 있는데 세계유산의 ‘탁월한 보편적 가치’(OUV)에 영향을 주는 경관이나 도시 개발 계획 등을 사전에 점검하고 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희원 기자 azahoi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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