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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파업에 발 묶인 시민들 울상… “시간 낭비” [사사건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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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09-15 06:00:00 수정 : 2023-09-15 08:0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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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시간을 기다려야 돼요. 이게 무슨 시간 낭비에요.”

 

전국철도노동조합(철도노조) 총파업 첫날인 14일 서울역에서 만난 권모(83)씨는 전광판을 보며 허탈해했다. 전광판에는 오후 1시30분부터 오후 2시 사이 출발이 예정된 열차 6개 중 4개에 빨간 글씨로 ‘중지’라고 적혀있었다.

전국철도노동조합이 파업에 돌입한 지난 14일 서울역 열차운행 안내 전광판에 운행 중지 안내문구가 표시되고 있다. 연합뉴스

권씨는 이날 서울에 있는 한 대학병원에서 진료를 받은 뒤 영덕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오전 11시50분쯤 서울역에 도착했다. 기차표를 예매하려고 하니 역 직원은 “12시38분 기차는 자리가 없고, 12시57분 기차는 파업으로 운영이 중지됐다”는 소식을 전했다. 결국 권씨는 오후 1시50분 기차표를 예매해 꼬박 2시간을 서울역에서 대기했다. 이마저도 평소 다니는 포항행이 아닌 동대구행이다. 권씨는 평소 서울에서 포항으로 KTX를 타고 간 뒤 포항에서 영덕으로 무궁화호를 탔지만, 이날은 표가 없는 탓에 우선 KTX를 타고 동대구로 간 다음 동대구에서 시외버스를 타야 했다. 권씨는 “뉴스를 보고 철도노조가 파업한다는 걸 알고있긴 했지만, 너무 불편하다”며 고개를 내저었다.

 

철도노조 파업이 시작된 이날, 큰 혼란은 없었지만 줄어든 열차 운행으로 인한 승객 불편은 피하지 못했다. 권씨처럼 기차를 기다리는 이들이 많았던 탓에 서울역 의자는 빈자리 하나 없이 가득 차 있었고, 역사 안에 있는 식당과 카페는 문앞에 긴 대기줄이 늘어서 있었다.

전국철도노동조합이 1차 총파업에 돌입한 지난 14일 경기도 의왕시 오봉역에서 열차가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영등포역도 서울역과 상황은 비슷했다. 이날 오후 2시쯤 서울 영등포역의 열차출발 안내창에는 붉은 색 ‘운행 중지’ 표시 문구가 깜박였다. 오후 2시부터 3시30분 사이 새마을호 부산행·광주행 각 1대와 무궁화호 부산행 1대의 운행이 중지됐다.

 

파업 소식을 사전에 듣지 못하고 현장에서 열차표를 구매하려던 시민들은 1∼2시간씩 기다리며 지루함을 드러냈다. 충남 홍성행 열차를 기다리고 있던 송덕근(78)씨도 “열차가 오후 1시43분에 있다고 해서 왔는데 취소되고 2시46분 차로 바뀌었다”며 “노사 분쟁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지만, 불편하긴 하다”고 토로했다.

 

다만 노조의 입장이 이해된다는 반응도 있었다. 병원 방문을 위해 서울을 찾은 김모(70)씨는 “아들이 갑자기 열차가 취소됐다고 알려줘서 표를 반납하고 다시 끊었다”며 “3시간 넘게 기다리고 있는데 노조랑 회사가 소통을 잘해서 국민을 편하게 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북 정읍행 열차를 기다리는 70대 이모씨는 “서울에 사는 남편에게 반찬을 가져다 주러 일주일에 한 번은 기차를 탄다”며 “자주 있는 일도 아니고 다들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인데 기다려야지 별 수 있나”라고 말했다.

전국철도노조가 지난 14일부터 파업을 시작한 가운데, 대전지방본부 소속 노조원들이 이날 오전 대전역 동광장에 모여 총파업 출정식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지하철 지연도 있었다. 서울 지하철 1호선 창동역에서 오후 1시41분 출발하는 지하철은 오후 2시5분이 돼서야 출발했다. 창동역 역사 안에는 지하철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가득했고 전광판에는 ‘전동열차 운행조정 및 열차지연 예상’ 안내가 나왔다. 1호선 이용객인 백모(28)씨는 “볼일이 있어 창동역까지 왔고 원래 집은 개봉역(1호선)인데 지금도 그렇고 집에서 여기까지 올 때도 평소보다 30분 먼저 집에서 나왔는데도 지하철을 한참 기다렸다”며 “평소면 개봉역에서 2정거장 떨어진 구로행 열차는 안 타는데 이날은 하도 열차가 안 와 사람들이 다 그거라도 타더라”고 전했다.

 

철도노조는 △수서행 KTX 도입 △4조 2교대 전면 시행 △성실 교섭 등을 요구하며 이날 오전 9시부터 18일 오전 9시까지 총파업한다. 노조는 이날 낮 12시 지하철 1호선 서울역 3번 출구 앞 세종대로에서 노조 추산 5000명(경찰 추산 3500명) 규모의 집회를 열고 “수서행 KTX는 시민 절대다수의 요구라는 점에서 철도노동자의 총파업은 정당하다. 정부 정책이라며 명분 없는 파업이라고 왜곡하지 말라”고 밝혔다.

전국철도노조 파업 첫날인 지난 14일 대전역에서 열차를 기다리는 한 시민이 전광판을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수서행 KTX 운행은 철도노조의 주요 요구사항이다. 노조는 정부가 ‘철도 쪼개기’로 민영화를 시도하고 지난 1일 SRT 경부선 수서∼부산 간 좌석을 하루 최대 4920석 감축해 ‘열차 대란’을 일으켰다며 “시민 불편을 해소할 유일한 대안은 수서행 KTX”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토교통부가 수서∼부산노선을 감축하며 증편한 KTX의 시·종착을 수서역에서 하면 된다”며 “KTX와 SRT 연결 운행으로 효율을 극대화하고 운임차별을 해소하라”고 요구했다.

 

이날 오전 9시 전국에서 지부별 총파업 출정식을 연 철도노조는 오후에는 서울과 부산·대전·영주·광주송정역 등 전국 5개 거점에 모여 총파업 결의대회를 이어간다.


조희연·박유빈·김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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