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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보행 안정성 높이는 데 기여하고파” [차 한잔 나누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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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준호 기자 sherp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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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학술지에 논문 발표한 이준혁·박일승

이·박, 각각 AI·물리학 복수전공
석·박사 아닌 학부생 논문 이례적
“미래 두렵지만 하나씩 선택해 가”
후속 연구, 초안 마무리 검토 과정

서울대학교 체육교육과를 졸업한 이준혁(25)씨와 박일승(27)씨는 지난달 16일 물리수학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학술지인 ‘카오스, 솔리톤스 앤드 프랙털스(Chaos, Solitons and Fractals)’에 논문을 게재했다. 물리학·수학 석·박사도 아닌 체육교육과 학부생이 쓴 논문이 실린 것은 이례적이다.

 

이들은 ‘주성분으로 상태공간을 재구성해 잡음의 영향을 받지 않고 최대 리아푸노프 지수를 측정하는 방법’이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사람의 보행 안정성을 구하는 도구 중 하나인 리아푸노프 지수(사람이 운동할 때 초기 상태가 운동 결과에 얼마나 민감한지 나타내는 지표)를 노이즈(소음)가 많은 상황에서도 정확하게 측정하는 새로운 알고리즘을 제시했다. 그동안 연구자들은 보행 안정성을 리아푸노프 지수 등을 이용해 계산했지만, 보행 안정성을 계산할 때 따라오는 ‘노이즈’ 문제를 겪어왔다. 가령 천둥소리를 분석하려고 녹음기를 켜면 주변에 차나 사람이 지나가는 소리가 덩달아 입력돼 측정을 방해했던 것이다.

지난 4일 서울대 신체육관에서 만난 박일승(27·왼쪽)씨와 이준혁(25)씨는 개발한 알고리즘이 보행 안정성 연구뿐 아니라 제한된 정보로 전체 데이터를 추정하는 데 활용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남제현 선임기자

지난 4일 서울대 신체육관에서 만난 이들은 “노인이나 뇌성마비, 뇌졸중 환자의 경우 넘어짐이 주요 사망 원인 가운데 하나라는 것을 알았다”며 “이들의 보행이 얼마나 불안정한지 숫자로 계산해 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보행 안정성을 개선하려면 단순히 불안정하다고 말하는 것을 넘어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불안정하다는 점을 밝히고 정량화하는 과정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2020년부터 3년가량 서울대 스포츠공학실에서 인턴으로 일하던 이들은 서로 다른 과목을 복수전공했다. 박씨는 인간의 보행 안정성에 관심이 있었다. 박씨는 사람의 운동 역학을 심층적으로 연구하기 위해 물리학을 복수전공했다.

 

스포츠 데이터를 정형화하고자 했던 이씨는 인공지능을 복수전공했다. 이씨는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는 ‘답지가 있는 종목’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스포츠 데이터 분석 없이 돌아가지 못한다”면서 “반면 축구나 아이스하키와 같은 종목은 상대적으로 데이터 자체가 덜 정형화돼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스포츠 데이터 활용이 부진한 종목에서 데이터를 수집하고 유의미한 정보를 뽑아내기 위해 필요한 것이 인공지능이란 도구라고 판단했다”고 부연했다.

 

이씨와 박씨는 연구에서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로 ‘맨파워’를 꼽았다. 이들의 연구실엔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박사 출신이자 지도 교수인 안주은 서울대 교수(체육교육과)와 전공 석·박사생이 보행 안정성에 관한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체육교육과 학생이라고 하면 체육 선생님이 되는 게 당연하게 여겨지는 사회 분위기에도 이들은 조언과 격려 속에서 체육과 다른 학문의 융합을 꿈꿀 수 있었다.

 

안 교수는 학사와 석사에서 공학을 전공했을 만큼 학문 간 융합에 관심이 있다. 박씨는 “교수님께서 ‘우리 연구실의 가장 좋은 장비는 사람’이라고 말씀하셨는데, 연구실에는 좋은 장비도 있었지만, 교수님을 비롯해 늘 가까이에서 지도해 주신 석·박사 선생님들이 계셨다”고 말하기도 했다.

 

안 교수는 이들의 성과가 대학의 역할이 무엇인지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그는 “대학에서 얻어 가야 할 중요한 두 가지 중 하나는 사람이고 다른 하나는 문제 해결 능력인데, 두 학생은 둘 다 얻은 좋은 사례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사실 학점 잘 주는 과목 듣고 편하게 졸업하는 학생도 많은 반면 이들은 복수전공이라는 어려운 길을 택했다”며 “본인들이 연구를 통해 좋은 결과물을 냈다는 점에서 대학에서 ‘언제, 얼마나 안전하게 졸업하는지’보다 ‘어떻게 졸업하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걸 보여줬다”고 덧붙였다.

 

이씨는 “연구는 여러 어려움을 직면하고 하나씩 해결하는 하나의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어떻게 확신을 두고 자기만의 길을 찾아갔냐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부담스럽다”며 “미래가 막연하고 두려웠지만 당시 닥친 상황에서 좋아하고 잘하는 일, 주변 사람들의 의견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며 내가 할 일을 하나씩 선택해 나갔을 따름”이라고 말했다. 같은 대학 석사 과정에 입학하는 박씨는 “연구를 이어가 최종적으론 사람의 보행 안정성을 높이는 데 실질적으로 기여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들의 후속 연구는 현재 초안이 마무리돼 검토 과정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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