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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밀려온다”…남중국해 위협받는 동남아, ‘무기 사재기’ 나섰다 [박수찬의 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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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09-03 06:00:00 수정 : 2023-09-03 10: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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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중국해를 둘러싼 동남아시아 지역이 서서히 달아오르고 있다. 

 

중국이 남중국해 영유권을 강하게 주장하면서 해·공군력을 전개하자 동남아 국가들도 군사력 강화에 적극 나서면서 긴장 수위가 상승하는 모양새다. 

 

전략폭격기와 항공모함 등을 보유한 중국의 막강한 군사력에 동남아 국가들이 정면으로 맞서기는 어렵다. 

 

가루다 실드 연합훈련에 참가한 인도네시아 군인들이 무장한 채 이동하고 있다. 로이터통신

하지만 남중국해를 거침없이 누비는 중국 해·공군을 견제하고 배타적경제수역(EEZ)과 영해 및 영공 등 안보·경제적 이익을 지키려면 군사력 확충이 필수다. 동남아 각국이 무기 구매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한국 방위산업이 동남아에서 새로운 수출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무기 구매 나서는 동남아

 

과거 동남아 국가들은 군비 증강의 필요성이 적었다. 냉전 시절에는 미국과 소련(현 러시아)의 대립 구도 속에서 어느 한쪽을 선택하면 국가의 안전을 보장받았다. 

 

1967년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창립 후 동남아 국가들끼리 서로 무력을 사용할 만큼 역내 갈등이 심각했던 적도 거의 없다.

 

국가간 무력충돌 위험이 낮다보니 군대의 역할은 내전 진압 등 국가 통합 유지에 집중됐고, 첨단 무기를 도입해 전력증강을 해야 할 필요성도 낮았다. 

 

베트남 군인들이 S-125 지대공미사일을 살펴보고 있다. 게티이미지

하지만 2000년대 이후 중국이 남중국해에 군사력 투입을 늘리면서 영유권 분쟁이 격화됐다. 이에 따라 긴장과 갈등 수위도 높아졌다.

 

동남아 각국의 경제력이 성장하면서 강력한 군대의 존재가 그만큼 중요해졌다. 노후 장비를 교체해 국격에 맞는 군대를 육성할 필요성도 군비 증강을 촉진했다.

 

이에 따라 동남아 각국은 무기 구매에 뛰어들고 있다. 방위산업 기술이 높지 않아 자국의 소요를 국내에서 충족하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무기 도입 중 상당수는 해외 업체에서 사들이거나 현지 생산 등의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8월22일(현지시간) 미국 보잉과 F-15EX 전투기 24대 구매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최근에는 록히드마틴과 블랙호크 헬기 24대 도입 계약을 맺었다. 

 

인도네시아는 카타르에서 프랑스산 중고 미라주 2000-5 전투기 12대를 들여오고, 프랑스 닷소의 라팔 전투기 42대를 구매하기로 했다. 프랑스 탈레스에선 그라운드 마스터 400 알파 이동식 장거리 대공레이더 12기도 도입한다. 

 

이외에도 영국 밥콕이 만든 애로우헤드 140 호위함을 토대로 신형 전투함 2척을 건조할 예정이다. 함대공미사일 운용을 위한 수직발사대(VLS)와 현대적인 전투관리시스템 등을 사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네시아 코르벳함이 미 해군 함정에 근접해 항해하고 있다. 미 해군 제공

남중국해 스프라틀리 군도에서 중국과 영유권 갈등을 빚는 필리핀은 인도에서 브라모스 지대함미사일을 구매했다. 최대 사거리가 290㎞에 달하는 브라모스는 남중국해에서 중국 해군의 움직임을 어느 정도 견제할 수 있다.

 

필리핀은 지대함미사일 외에도 잠수함, 전투기, 전투공병전차 등의 도입을 검토중이다. 이와 관련해 스페인 나반티아 조선소는 S-80 잠수함, 스웨덴 사브는 그리펜 전투기를 제안하고 있다.

 

러시아에서 T-90 전차, 킬로급 잠수함 등을 구매했던 베트남은 130㎜ 차륜형 자주포를 자체 개발함과 동시에 미국산 T-6 훈련기를 도입하기로 하는 등 러시아 의존도를 낮춰가며 군비를 증강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중국에서 전차와 강습상륙함을 도입했던 태국은 새 호위함을 확보하는 절차를 진행중이다. 하지만 미국에서 F-35 스텔스 전투기를 도입하려던 시도는 미국 측의 거부로 무산됐다. 

 

말레이시아는 올해 들어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서 FA-50 경공격기 18대를 도입하기로 했다. 이탈리아 레오나르도에선 ATR-72MP 해상초계기 2대, 튀르키예 항공우주산업(TAI)엔 앙카(Anka) 무인공격기 3대를 구매한다.

 

동남아 각국이 전력증강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지만, 중국과 군사적으로 맞대응을 할 수 있는 처지는 아니다.

 

미국 록히드마틴이 제작하는 블랙호크 수송헬기. 동남아에선 필리핀과 인도네시아 등이 도입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한국 국방부가 발간한 ‘2022 국방백서’에 따르면 중국은 항공모함 2척과 잠수함 59척, 전투기 2921대를 보유하고 있다. 이 중에서는 핵추진잠수함과 전략폭격기, 스텔스 전투기 등 첨단 전력이 대거 포함되어 있다. 

 

동남아 국가들이 재래식 전력을 늘려도 중국과의 군사력 격차를 좁히기가 어렵고, 중국군의 물량 공세에 맞서기도 쉽지 않다. 

 

다만 남중국해에서 자국의 이익을 수호하고, 중국 해·공군을 견제하는 차원에서 전력증강을 한다면 무기 소요도 그만큼 줄어들고 재정적으로 부담이 덜하다.

   

이재현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동남아 군비 증강의 이해: 최소한의 군사적 대응 능력 확보 의지’ 보고서에서 “최소한 중국의 군사적 활동에 대해 의미 있는 저항 또는 항의 정도는 할 수 있는 군사력을 갖추려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K방산’ 기회 넓어질까

 

동남아 지역의 군비 증강은 한국 방위산업에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동남아 국가들은 미국이나 유럽 군대가 쓰는 첨단 장비보다는 적절한 수준의 성능과 신뢰성을 지닌 무기를 갖기를 더 원한다.

 

이같은 측면에서 러시아는 동남아 국가들이 주목했던 국가다. 냉전 시절 비동맹주의 노선의 영향이 남아있었고, 러시아산 무기에 대한 인상도 긍정적이었다.

 

러시아도 인도네시아에 Su-30 전투기를 판매하는 등의 활동을 통해 동남아 시장 영향력 확대를 시도했다.

 

인도네시아 육군 기계화부대가 행진을 하고 있다. 게티이미지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러시아산 무기 성능과 후속 군수지원 등에 대한 의문이 커지며 글로벌 시장에서 영향력이 축소됐다. 제3세계 국가들이 러시아산 무기를 사용하는 것을 꺼리는 미국과 유럽의 외교적 움직임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동남아 지역에선 국제적으로 고립된 처지인 미얀마를 제외하면 러시아산 무기를 대량으로 구매할 국가를 찾기가 어렵다. 

 

아프리카와 중동에서 인기가 있는 중국산 무기는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 역내 국가들이 중국과 남중국해 영유권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다는 점에서 동남아 시장 진출에 한계가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성능을 지닌 미국산 무기는 가격이 너무 비싸고, 미국 정부의 수출 승인에 따른 제약도 존재한다.

 

미군과 상호운용성을 갖추고 있고 성능도 좋은 한국 무기는 동남아에서 주목받을 만한 조건을 충분히 갖췄다.

 

레드백 장갑차를 비롯한 일부 장비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무기가 한국군에서 쓰이고 있어서 성능이 검증됐다. 운용 및 정비과정에서 노하우도 쌓였다.

 

무기를 구매하는 국가는 장비와 더불어 한국군이 확보한 운용 관련 경험까지 함께 얻을 수 있다. 

 

이미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필리핀, 태국에 T-50 계열 항공기와 잠수함, 초계함, 호위함, 군용트럭, 장갑차, 총기, 탄약 등의 국산 무기가 수출된 것도 긍정적인 요소다.

 

1990년대부터 필리핀, 캄보디아, 동티모르, 베트남에 한국 해군이 쓰던 고속정과 상륙정, 초계함을 인도해 한국 무기체계의 특성과 군사규격 등을 현지 군인들이 접하는 기회도 제공했다.

 

필리핀 해안경비대 함정이 해안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이같은 상황에서 동남아 지역 방산 수출을 더 확대한다면 창정비(廠整備)와 유지보수 등으로 더 많은 이익을 지속적으로 얻을 토대가 마련된다. 무기 판매국과 구매국 간의 신뢰를 높임으로써 한국의 외교적 입지를 강화할 수도 있다.

 

변수도 존재한다. 동남아 국가들이 국방비 지출을 늘리고 있지만 미국 등 선진국보다는 예산 사정이 빠듯하다.

 

리스크 감소 차원에서 갓 개발을 마친 무기보다는 기술과 신뢰성 측면에서 검증되고 충분한 규모의 양산이 이뤄진 장비를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 혁신적인 선택보다는 리스크를 줄이는 보수적 의사결정이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인도네시아가 KF-21 분담금을 미납하면서도 라팔, 미라지 2000-5, F-15 전투기 구매에 나서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유럽 방산업체는 동남아에서 K방산의 경쟁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유럽 방산업체들이 제작한 무기는 ‘규모의 경제’를 확보했고, 기술적으로도 검증된 장비들이 많다. 미국산 장비를 구매하지는 못하지만, 서방 스타일과 규격에 맞는 무기를 원하는 국가에선 대안이 될 수 있다. 

 

한국이 미국·유럽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려면 장비의 신뢰성과 안정성에 대한 믿음을 심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단순히 판매에만 그치지 않고 철저한 후속군수지원과 교육훈련 등을 제공해 현지 군 당국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현지 수요를 면밀하게 파악, 맞춤형 패키지를 제안해 부가가치를 극대화할 필요도 있다는 지적이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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