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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데타' 가봉 군부, 응게마 장군 임시 지도자로 선출

입력 : 2023-08-31 21:00:00 수정 : 2023-08-31 23:2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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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고 대통령, 영어로 도움요청 영상
국제사회 개입 가능성 희박 관측
한국정부, 특별여행주의보 발령

쿠데타를 일으킨 중부 아프리카 가봉 군부가 지난 30일(현지시간) 브리스 올리기 응게마 장군을 임시 지도자로 임명하며 체제 굳히기에 들어갔다. 가택 연금된 알리벤 봉고온딤바 대통령은 도움을 호소하는 영상을 전했으나 부패 의혹에 휩싸인 그의 복권을 위해 국제사회가 개입할 가능성은 작다는 분석이 나온다.

 

군부 지도자들은 이날 국영방송을 통해 “응게마 장군이 만장일치로 국가를 이끌 ‘과도기 국가기관 재건위원회’ 의장으로 선출됐다”고 밝혔다. 응게마 장군은 봉고 대통령의 친척으로, 아버지 오마르 봉고온딤바 대통령 시절부터 대통령 경호실에서 일해온 인물이라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쿠데타를 일으킨 아프리카 가봉 군인들이 지난 8월 30일(현지시간) 과도 지도자로 임명된 브리스 올리귀 은구마 장군을 헹가래 치고 있다. 군부는 이날 새벽 국영 방송을 통해 알리 봉고 온딤바 대통령의 3연임을 인정할 수 없다며 자신들이 권력을 장악했다고 밝혔다. '가봉24' TV 방송 화면 캡처

봉고 대통령은 이날 고가의 가구와 장식품이 놓인 방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 수 없다”며 “여러분에게 목소리를 높여 달라고 요청한다”고 말하는 탄원 영상을 공개했다.

 

외신들은 그가 가봉 공용어인 프랑스어가 아닌 영어로 도움을 요청한 점에 주목했다. 아프리카에서 세력이 약화한 프랑스가 그에게 적극적인 도움의 손길을 내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보고 지난해 가입한 영연방(Commonwealth)을 겨냥한 메시지라는 분석이다. 식민 통치의 기억으로 가봉 내에 깔린 반프랑스 정서를 의식한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가봉이 2020년 이후 아프리카에서 일어난 군부 쿠데타의 여덟 번째 성공 사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영국 위기관리기업 베리스크메이플크로프트의 아프리카 전문가 마자 보브콘은 “연이은 쿠데타는 국제사회가 (아프리카에서) 민주적 통치체제를 회복할 능력이 없음을 보여준다”며 “이번에도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는 희망이 없다”고 진단했다.

지난 2009년 10월 16일 수도 리브르빌 국회에서 대통령 취임 선서를 하는 봉고 대통령의 모습. AFP연합뉴스

실제로 지난 7월 서아프리카 니제르에서 쿠데타가 일어나 첫 민선 대통령인 모하메드 바줌이 축출되자 서아프리카경제공동체(ECOWAS)가 경제 제재와 함께 군사 개입 카드까지 꺼내 들었으나 바줌 대통령이 여전히 억류 상태인 점은 국제사회의 무력함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더구나 봉고 대통령 일가는 아버지 시절부터 56년간 장기집권하며 각종 부정부패 의혹을 받고 있고, 3연임을 노리던 지난 26일 대선 과정에서도 공정성 시비가 불거져 국제사회가 개입할 명분이 마땅치 않다.

 

주제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31일 “물론 군사 쿠데타가 해결책은 아니지만, 가봉에 부정으로 가득 찬 선거가 있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 달 전 예산 지원을 끊겠다며 니제르 군부를 압박하던 모습과는 온도차가 크다.

 

한국 외교부는 가봉에 특별여행주의보를 발령했다. 외교부는 가봉을 여행할 예정인 국민은 이를 취소·연기하고, 현재 체류 중이라면 긴요한 용무가 아닌 한 안전지역으로 출국할 것을 요청했다. 교민과 대사관 직원 등 현지 체류 중인 44명은 현재 안전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안·홍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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