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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은 왜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반대하나 [법조 인앤아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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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08-31 20:00:00 수정 : 2023-08-31 19:3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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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 못지않은 형벌… 교정 어려워져”

최근 잇단 흉악 범죄 발생 속
정치권서 도입 주장 거세지자
“사형제 폐지 전제 논의 바람직
두 제도 양립 땐 부작용” 의견
법무부 “사형제도와 양립 가능”

“절대적 종신형은 죽음의 시기만을 변형시킨다는 것 외에 의미가 크지 않다.”(법원행정처)

“무기수도 가석방이 가능해 국민 불안이 가중된다는 지적이 있다.”(법무부)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흉악범죄 대응방안으로 떠오른 ‘가석방 없는 종신형’에 대한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법원이 사실상 반대 의견을 냈다. 사형제를 폐지하지 않은 채 절대적 종신형만을 도입할 경우 기본권 침해 소지가 커지고 교화라는 형법 취지에도 부합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31일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실에 따르면 대법원 법원행정처는 조 의원이 대표 발의한 형법 개정안에 대해 지난 2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검토 의견을 제출했다. 해당 개정안은 가석방 없는 종신형이라 불리는 절대적 종신형 도입을 골자로 한다.

현행 형법은 무기(無期)의 징역이나 금고형을 받은 피고인이라도 20년이 지나면 가석방을 받고 사회에 복귀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가석방 뒤 재범을 저지르는 사례나 최근 잇달아 발생한 흉악범죄가 알려지면서 이들을 영구히 격리해야 목소리가 커졌다.

이에 대해 행정처는 가석방 없는 종신형의 도입은 사형제도의 폐지를 전제로 논의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가석방 없는 종신형이 사형제도의 대체수단으로 고안된 점을 감안하면 두 제도가 양립할 경우 여러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법원은 사형과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함께 운영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형사처벌 규정을 검토해 구체적으로 어떤 범죄를 사형 또는 가석방 없는 무기징역, 가석방 가능한 무기징역으로 처벌할 것인지에 대한 연구가 선행돼야 한다고 했다. 프랑스, 영국, 스위스 등 가석방 없는 종신형이 있는 국가에서는 특정 범죄행위에 대해서만 예외적으로 가석방을 불허하는 특별 규정을 두고 있다.

대법원 전경.연합뉴스

흉악범죄가 많은 미국은 알래스카를 제외한 49개 주에 가석방 없는 종신형 제도가 있다. 행정처는 “미국의 종신형 연구에 관한 상당수의 문헌은 해당 형벌이 지니는 잔혹성과 위헌성에 초점을 맞춰 비판적 논의를 전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법원은 가석방 없는 종신형이 생명을 유지시킨다는 점에서 인도적이라고 볼 수 있다는 점은 인정한다. 다만 수형자를 사회적·심리적으로 황폐화하고 공동체와 영원히 단절시킨다는 점에서는 사형제에 비해 기본권 침해가 덜한 형벌이라고 볼 수만은 없다고 했다. 재사회화와 범죄예방이라는 형벌의 목적에도 부합하지 않다는 게 법원 시각이다.

교정직무를 하는 입장에서도 행정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절대적 종신형을 선고받은 수형자에게 교정을 유도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행정처는 “수형 성적이 좋더라도 이익이 없고, 피해자에 대한 진심 어린 사과나 경제적 보상은 더욱 기대하기 어렵다”며 “현행 교정직무의 수행을 어렵게 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법원행정처는 현행 20년으로 정해진 무기형의 최소 복역 기간을 연장하는 안에 대해서도 “행상(行狀)이 양호하지 않고 뉘우침이 뚜렷하지 않은 피고인은 가석방을 불허하면 충분하므로 굳이 최소 복역 기간을 늘릴 필요성이 크지 않다”고 일축했다.

법무부도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신설하는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상태다. 사형제 존치와 가석방 없는 종신형 도입이 배치된다는 지적에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법관이 죄질에 따라서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양립 불가능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종민 기자 jngm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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