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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기만 기다리나” 대법원 늑장판결에 92세 강제동원 피해자 김정주 할머니의 ‘울분’ [김기자의 현장+]

입력 : 2023-08-30 08:57:24 수정 : 2023-08-30 08:5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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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합의체 판결 있어 지체될 이유 없어”
김정주 할머니 “또 배신당한 것 같다. 너무나 억울”
29일 서울 서초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대회의실에서 열린 강제동원 소송 대법원 신속 판결 촉구 기자회견.

“대법원에 직무유기 규탄한다”

“일본 눈치보나 즉각 판결하라”

“피해자들이 죽기만을 기다리나 즉각 판결하라”

 

대한제국이 일제에 의해 국권을 상실한 ‘경술국치일’ 113주년인 지난 29일 오후 서울 서초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대회의실에서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인 김정주 할머니와 역사정의와 평화로운 한일관계를 위한 공동행동 회원 등이 ‘강제동원 소송 대법원 신속 판결 촉구 기자회견’을 갖고 대법원에 일본 기업에 대한 현금화 명령 판결을 조속히 할 것을 촉구하며 목소리 높여 외쳤다.

 

현재 대법원에는 일본 강제징용과 관련해 강제동원 피해자와 그 유족들이 제기한 소송 및 일본제철과 미쓰비시중공업의 주식특별현금화 매각명령 재항고 사건 등이 계류 중이다.

 

앞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18년 10월 강제징용 피해자와 유족들이 신일본제철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한 바 있다. 피해자와 유족들은 일본 기업들의 한국자산인 국내 주식을 압류하고 이를 현금화해달라는 소송을 각각 제기했다.

29일 서울 서초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대회의실에서 열린 강제동원 소송 대법원 신속 판결 촉구 기자회견.

이후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며 ‘제3자 변제안’을 발표했으나, 전주·광주·수원·안산·서울북부지법 등에서 제3자 변제 관련 공탁에 대해 불수리 결정을 내렸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시민단체는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수년째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는 사건들의 맥락과 구조는 2018년 전원합의체 판결과 다를 게 없는데, 동일한 역사적 배경에서 발생한 유사 사건에 대해 이렇게까지 판결이 지체되고 있는 이유가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이어 “특별현금화명령 재항고 사건 2건도 계류돼 최종 판결을 남겨두고 있다”며 “법원으로부터 이미 확정된 채권을 사법권을 통해 실현시키기 위한 단순 절차에 불과하며, 쟁점이 될 것조차 없는 사건인데 아직 최종 매듭을 못 짓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법원이 최종 판단을 지체할 어떤 명분이나 이유도 남아있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도 판결을 지연시킨다면 심각한 사법 불신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들은 “헌법 제27조 3항은 ‘모든 국민은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보장하고 있지만, 강제동원 피해자들에게는 딴 나라 얘기”라며 “힘겹게 1심, 2심을 이겨 놓고도 대법원이 제 역할을 방기하는 사이 많은 피해자들이 세상과 등을 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100세 안팎에 있는 피해자들을 보고도 판결을 미루는 것은, 일제 전범기업의 파렴치한 행태에 동조하는 것”이라며 “좌고우면하지 말고 즉각 판결하라”고 강조했다.

29일 서울 서초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대회의실에서 열린 강제동원 소송 대법원 신속 판결 촉구 기자회견.

이날 기자회견에 직접 참석한 후지코시 근로정신대 강제동원 피해자 김정주 할머니는 “저를 도와 주신 변호사분들 그리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며 말문을 열고, “13살에 선생님이 일본에 가면 공부도 할 수 있고, 언니도 만날 수 있다고 해서 일본에 갔는데 언니는 만나볼수도 없었고, 배도 많이 고팠다. 고생만 했다”고 떨리는 목소리로 심정을 밝혔다.

 

김 할머니는 “너무나 억울해서 이 자리에 나왔다. 몇십 년간 일본과 재판을 하면서도 여태 사죄도 못 들어보고, 끝내 이렇게 된 것이 또 배신당한 것 같다”며 “너무 억울해서 이 자리에 나왔다. 윤석열 대통령이 나서서 (배상) 지시라도 내려달라. 대통령이 진실 된 말로 해줬으면 한다”고 했다.


글·사진=김경호 기자 stillcu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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