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사들이 숨진 서울 서이초 교사의 49재인 9월4일을 ‘공교육 멈춤의 날’로 추진하는 가운데, 한 초등학교 1학년 담임교사들이 이날 출근 거부를 선언하며 ‘녹음기 없이도 도청을 당해왔다’고 토로했다.
25일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 ‘녹음기가 없어도 도청되고 있었던 교실 근황’이라는 제목의 글이 퍼지고 있다. 해당 글에는 한 초등학교 1학년 담임교사가 부장에게 보낸 메시지가 담겼다.
교사 A씨는 “아까 3시쯤에 1학년 어머님으로부터 제보가 들어왔다. ○○아파트 1학년 학부모님들 중 몇 명이 단체 대화방을 만들고, 아이들게 ‘Find my kids’라는 앱을 깔아 선생님들 수업을 실시간으로 듣고 녹음해 자기들끼리 단체 대화방에 공유하고 아이들 혼난 것에 대해 얘기하고 선생님들 욕을 한다더라. 참 기운 빠지고 너무 화가 나는 이야기였다”고 말했다.
‘Find my kids’(파인드 마이 키즈)는 아이 위치 추적 기능이 탑재된 앱으로, 이 앱을 자녀에게 깔아주면 전화를 안 받을 경우 주변 소리를 들어볼 수 있다.

실제 이 앱을 사용한 한 학부모는 “아이의 주변 소리를 들을 수 있어서 너무 좋다. 가끔 수업 시간이나 학원에서 뭐 하고 있는지 듣고 있다”는 리뷰를 남기기도 했다.
이에 A씨를 비롯한 1학년 교사들은 교권 침해에 대해 교육청에 문의하고 교장·교감에게도 해당 사건을 알렸다. 또 변호사에게도 자문받았다고 한다.
A씨는 “현재는 1학년을 대상으로 했지만 이것이 어느 학년의, 어느 반의, 어느 학생의 학부모님께서도 같이 하고 계실지는 모른다”며 “이에 우리 1학년 담임교사 4명은 ‘9월4일’ 모두 출근을 거부하기로 결의했다”고 선언했다.
그러면서 “모든 학부모님께 공론화하고 아이들의 휴대전화도 모두 검사해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으나 마음만은 그렇지, 두려운 마음도 크다. 혹시 내 녹음 자료를 가진 것은 아닌지, 나중에 내가 타깃이 되면 어쩌나 하는 개인적인 두려움도 크다”고 호소했다.
동시에 “여론에서만 보던 일들이 제 코앞까지 닥치니 너무 무섭고 겁이 난다. 각 학년 담임선생님들에게도 이 내용을 꼭 공유해달라”고 덧붙였다.
이를 접한 누리꾼들은 “그냥 이건 도청 장치 아니냐”, “극성도 진짜 가지가지다”, “저럴 거면 홈스쿨링을 해라”, “저런 데 쓰라고 만든 앱이 아닐 텐데”며 경악을 금치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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