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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태화 “콘크리트 유토피아, 어둡지만 130분 몰입할 수 있는 영화” [엄형준의 씬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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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형준 선임기자 ti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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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크리트 유토피아 연출 엄태화 감독, 개봉 앞두고 인터뷰
“아파트, 스위트 홈이어야 하는데 현실은 집값 때문에 괴로워
영화 등장 인물 나쁘게만 보지 말길…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투자금 회수 제 의무… 상업영화로 재미있게 만들려 계속 생각”
이병헌 연기에 감탄… 아파트 바라보는 장면 등 명연기 꼽아

“집이라는 게 가지고 있는 의미는 내가 편하게 쉴 수 있는 곳이어야 하는데 ‘홈,  스위트 홈’인데 그게 아니라 집값이 오르고 내리는 것에 따라, 없는 사람은 가지고 싶고, 가지고 있는 사람은 집값 때문에 괴롭고. 이런 현실이 슬프게 다가와요.”

 

7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콘크리트 유토피아’의 9일 개봉을 앞두고, 영화를 연출한 엄태화 감독을 만났다.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지진으로 모든 게 무너진 디스토피아(암울한 사화) 시대에 하나 남은 서울의 황궁아파트를 상징한다.

 

영화는 ‘재미’를 중심에 놓고 ‘인간성’에 대해 얘기하지만, 동시에 대한민국 국민 대다수에게 ‘꿈’이자 ‘전부’인 아파트에 대한 의미를 묻는다. 한국 아파트의 역사를 보여주는 영화의 첫 장면은 KBS의 아카이브(자료) 프로젝트 다큐멘터리인 ‘모던코리아’ 이태웅 PD의 도움을 얻어 삽입됐다.

 

엄 감독은 ‘순살 아파트’ 등 요즘 아파트에 관련된 여러 소식을 접하며 “착찹하다”라면서 아파트의 의미에 대해 조금 긴 얘기를 늘어놨다.

 

“한국에서 아파트라는 것이 만들어진 과정을 보면 가성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주거형태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한국에 빨리 빨리 문화가 있잖아요. 가성비에 생산성이 붙으면서 만들어진 주거형태인 거 같고, 그러다 보니까 그런 부실공사와 연결이 되는 것도 있고요. 저는 근데 부실공사를 연결해서 (시나리오를) 생각한 건 아니었어요. 아파트라는 정서에 포커싱 한 겁니다.”

 

자신의 집인 아파트에 집착하는 인간군상은 이분법적으로 좋은 사람이거나 나쁜 사람이 아니다.

 

“여기 사는 사람들, 이 영화에 있는 사람들이 나쁘게만 보이지 않았으면 좋겠단 생각이에요. 연민이 들었으면 좋겠단 생각을 가지고 작업했어요. 평범한 사람들의 이기심이 모이면, 저희가 판단하는 선악(이 어떻게 될까). 악에 가까운 선택으로 갈 수도 있지만 이해가 되고… ‘(나라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 보면 좋겠다.”

 

콘크리트 유토피아의 개봉을 앞둔 7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만난 엄태화 감독은 무거운 주제의식에도 영화가 상업적으로 재미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는 웹툰작가 작가 김숭늉의 ‘유쾌한 왕따’ 2부를 원작으로 한다. 웹툰 역시 대지진 후 세계를 그리고, 비슷한 등장인물도 나오지만 영화의 전개 방식이나 결론은 전혀 다르다. 웹툰은 재난 때 아파트 밖에 있다가 돌아온 중학생 아이들을 중심으로, 영화는 이제 막 내 집을 갖게 된 신혼부부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흘러간다.

 

“시나리오 초고를 쓸 때는 (웹툰의) 구조를 가지고 있었는데, 많은 예산이 들어가는 영화를 만들기에는 작은 이야기처럼 느껴졌고, 주인공이 수동적일 수밖에 없었다”면서 “좀 더 능동적인 캐릭터와 이야기가 커 보이게 할 수 있는 방법이 뭐가 있을까 고민했고, 아파트와 가장 잘 붙는 게(어울리는) 이제 막 ‘영끌’을 해서 집을 산 신혼부부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배우 이병헌이 콘크리트 유토피아 촬영 중 카메라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 엄태화 감독은 여러차례 이병헌의 명연기에 감탄했다고 한다.

영화는 신혼부부 민성(박서준)과 명화(박보영), 그리고 주민대표인 영탁(이병헌)을 중심으로 흘러간다.

 

엄 감독은 현장에서 디렉션(연기 지시)을 많이 하지 않는 스타일로 알려져 있다. 

 

“(감독으로서) 첫 번째 디렉션은 좋은 배우를 찾는 것”이라며 “좋은 배우는 말을 안 해도 캐릭터를 (소화하고) 생각한 것과 다르면 (배우에게) 얘기한다”고 했다. 엄 감독은 이병헌과 함께 영화를 찍게 돼 기뻤고, 그가 귤을 먹는 장면과 회상하는 장면 등에서 연기력에 감탄했다고 한다. 이병헌이 폐허와 아파트를 번갈아 바라보는 연기도 ‘영화적인 순간’으로 꼽았다.

 

엄 감독은 ‘콘크리트 유토피아’가 “(여름) 텐트폴(거대 자본을 투입한 흥행이 확실한 상업영화)에 들어갈 줄 몰랐다. (영화에서) 여름 시장이 제일 크다는 것도 이번에 알았다”며 영화 흥행에 대한 기대감과 겸손을 함께 드러냈다.

 

엄 감독은 “물론 영화가 잘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고 손익분기점을 넘겨 이 영화를 투자하신 분들에게 투자금을 회수시켜드려야 하는 게 제 의무이기도 하다”면서 “제가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 뼈를 갈아 넣은 수준이다. (이제) 어떤 결과가 나오든 관객들에게 달렸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인터뷰 말미 엄 감독은 배경이 디스토피아로 어둡지만, 영화엔 상업적으로 손색없는 재미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주제성이 강하게 들어간 건 맞지만, 후반 작업할 때, 상업영화로서 재미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계속 작업을 했다”면서 “배우분들도 예술영화로 생각하고 오신 게(연기한 게) 아니고 상업영화로서 미덕이 있으니까 하신 거라고 생각하고, 투자사도 그런 걸 보셨으니까 큰 예산을 투자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디스토피아 물이 가지고 있는, 주제가 강해질 수밖에 없는 운명이지만, 130분을 몰입을 할 수 있는 재미있는 영화로 보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고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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