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입한 지 한 달쯤 된 세탁기의 유리문이 미가동 상태일 때 저절로 깨져 산산조각 나는 사고가 발생했다.
23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부산에 거주하는 A씨는 지난 19일 오전 방에서 휴식을 취하던 중 ‘펑’ 하며 유리가 깨지는 소리를 들었다.
A씨는 집안 곳곳을 둘러보며 깨진 물건을 찾았으나 결국 소리가 난 원인을 찾지 못했고, 다른 집에서 난 소리라고 생각했다.
이후 빨래를 하려고 다용도실에 간 A씨는 깜짝 놀랐다. 전원이 꺼져 있던 세탁기의 문 안쪽 강화유리가 산산조각 나 있었기 때문.
A씨는 “작동하지도 않은 세탁기 유리문이 이렇게 산산조각 날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 못 했다”면서 “당시 근처에 누군가 있었다면 다칠 뻔했다”며 황당해했다.
해당 제품은 세탁기 위에 건조기가 일체형으로 붙어있는 LG전자의 ‘워시타워’로, A씨는 해당 제품을 지난 6월 13일 배송받아 불과 한 달 정도밖에 쓰지 않았다고 한다.
LG전자 측은 “아무런 충격이 없는 상태에서 유리가 저절로 깨졌다면 강화유리에서 드물게 발생하는 ‘자파현상’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하며 사고 다음 날인 20일 A씨의 집을 방문해 세탁기를 새 제품으로 교환해주기로 했다.

자파 현상에 대해 회사 관계자는 “지퍼 같은 금속 소재가 유리문을 때리면서 흠집이 발생할 수 있고 이런 흠집에 열이나 충격이 누적되면 간혹 강화유리가 저절로 깨질 수 있다”면서 “오븐의 유리문, 냉장고 선반, 자동차 선루프 등 강화유리를 사용한 여러 타사 제품에서도 이런 자파 사례를 찾을 수 있다”고 전했다.
강화유리는 판유리를 고온으로 가열했다가 빠르게 식히는 과정 등을 통해 강도를 높인 유리다. 제조과정에 불순물이 들어가거나 강화공정에서 유리 내부 응력이 불균일하게 형성되는 경우, 사용 중 생긴 흠집으로 균열이 생기는 경우 등에는 이렇게 저절로 깨지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문제는 강화유리가 냉장고, 세탁기 등 생활가전에 널리 쓰이는데 자파 현상에 대한 안내는 거의 없다는 점이다.
A씨는 “안전과 직결된 문제인 만큼 강화유리가 저절로 깨질 가능성이 있다면 제조사가 소비자들에게 이를 고지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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