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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 난이도였다’ 하지 말고, ‘유명세’는 치르다라고 해야 [우리말 화수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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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07-24 07:00:00 수정 : 2023-11-16 14:4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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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난이도(難易度)’는 어렵고 쉬운 정도, ‘유명세(有名稅)’는 유명해서 치르는 불편이나 부담.
국어는 한민족 제일의 문화유산이며 문화 창조의 원동력입니다. 하지만 하루가 멀다하고 밀려드는 외국어와 국적불명의 신조어, 줄임말 등에 국어가 치이고 있습니다. 특히 국민 누구나 정보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쉬운 우리말을 써야 할 정부와 지자체, 언론 등 공공(성)기관에서 사용하는 ‘공공언어’의 그늘도 짙습니다. 세계일보는 문화체육관광부·㈔국어문화원연합회와 함께 공공분야와 일상생활에서 쉬운 우리말을 되살리고 언어사용 문화를 개선하자는 취지로 ‘우리말 화수분’ 연재를 시작합니다. 보물 같은 우리말이 마르지 않고 끊임없이 생명력을 지니도록 찾아 쓰자는 의미를 담았습니다. <편집자주>

 

예능 프로그램 등에서 자막을 많이 활용하는 방송이나 신문 등 언론 매체에서 아무렇지 않게 잘못 쓰고 있는 표현도 많다. 그런 표현을 접한 시청자와 독자들은 덩달아 자연스럽게 해당 표현을 따라 하기 일쑤다. 이 때문에 방송과 언론 매체에서 정확한 표현을 쓰도록 주의해야 한다. 

 

#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대비하는 6월 모의평가에서 수학의 난이도가 최근 8년 새 가장 높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른바 ‘불수학(풀기 힘든 수학시험)’으로 꼽혔던 지난해 수능보다 어려웠고, 지난 2016년 6월 모의평가 이후 가장 난이도가 높았다.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6월 모의평가가 치러진 지난달 1일 서울 용산구 용산고등학교에서 3학년 학생들이 시험을 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지난달 한 신문에 난 기사 첫머리 내용이다. 기사는 올해 6월 1일 치러진 수능 모의평가를 채점한 결과 수학이 몹시 어려웠던 것으로 나왔다면서 ‘8년 만에 최고 난이도였다’고 강조했다. 이는 안 맞는 말이다. 왜 그럴까. ‘난도(難度)’는 어려운 정도를 뜻한다. ‘난도가 높다’ 아니면 ‘난도가 낮다’ 식으로 쓸 수 있다.

 

‘난이도(難易度)’는 어렵고 쉬운 정도를 의미한다. 그래서 ‘난이도’는 ‘조절하다’, ‘고려하다’ 등의 동사와 어울린다. ‘8년 만에 최고 난이도였다’고 하면 ‘8년 만에 최고로 어려웠고 쉬웠다’는 이상한 말이 되는 셈이다. 이는 ‘8년 만에 최고난도였다’, ‘8년 만에 가장 고난도였다(어려웠다)’라고 쓰는 게 바람직하다. 난이도를 쓰려면 ‘6월 모의평가는 난이도 조절에 실패했다’처럼 써야 한다.  

 

‘난이도‘처럼 매체에서 자주 부적절하게 쓰이는 말 중 하나가 ‘유명세’다. ‘유명세를 탔다’,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유명세를 얻다’, ‘유명세를 활용해∼’ 등 다양하다. 유명세는 한자로 ‘有名稅’이지 ‘有名勢’가 아니다. 유명해서 생기는 기세(영향력)가 아니라, 유명해서 치르는 불편, 부담 등을 세금에 빗댄 것이다. 따라서 유명세는 타거나 얻는 게 아니라 ’치르는’ 게 맞다. 세금 좋아하는 사람은 드문 것처럼 유명해져서 불편하거나 부담스러운 상황에 놓였을 때 유명세를 치른다고 한다. ‘유명세를 치르다’는 어감상 긍정적인 경우보다 부정적인 상황에서 쓰는 게 어울린다는 얘기다. 예를 들어 ‘영화배우 A씨는 무명일 땐 편하게 어디든 돌아다녔으나 인기 스타가 된 후 알아보는 사람이 많아 동네 마트조차 편하게 못가는 등 유명세를 톡톡히 치르고 있다’처럼 말이다.


이강은 선임기자 k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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