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초심 잃지 않는 용기”…김동연, 첫 일정은 ‘간디 묘역’

관련이슈 디지털기획

입력 : 2023-07-03 07:34:53 수정 : 2023-07-03 07:34:36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인도를 넘어 인류의 위대한 영혼’
엄숙한 표정으로 추모공원에 헌화
‘대도천추’…간디에 관한 해박한 지식
“기득권 맞선 정의 공감…스스로 반성”
‘인디아게이트’서 1000여명 시민 환영

“마하트마 간디가 평화 대행진을 합니다. 절대권력에 대항하는 ‘정의의 전쟁’이라는 표현을 씁니다. 스스로 올바르고 정의로워야 가능한 일이죠. 우리 사회에선 아래로부터의 반란, 깨어 있는 시민의 힘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인도 방문길에 오른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첫 일정으로 뉴델리 라즈가트의 간디추모공원을 찾아 헌화했다.

김동연(왼쪽) 경기도지사가 2일 인도 뉴델리 라즈가트의 간디추모공원을 찾아 헌화하고 있다. 경기도 제공

김 지사는 2일 방명록에 ‘14억 인도를 넘어 전 인류의 위대한 영혼’이라고 추모글을 썼다. 다시 영어로 ‘마하트마를 기억하며 원칙에 맞게 공직에 헌신하겠다’는 글을 덧붙였다.

 

이날 김 지사의 행보는 ‘원칙’과 ‘소신’, ‘초심’으로 압축된다. 라즈니쉬 쿠마르 추모공원 총관리자의 안내를 받아 입장한 그는 엄숙한 표정으로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겼다. 멀찍이 지켜보던 수백명의 시민들은 김 지사의 일거수일투족에 주목했다.

 

헌화를 마친 김 지사는 “정치를 시작한 초심을 돌아봤고, 우리 사회의 기득권을 깨기 위한 정치교체와 국민통합에 대해 생각했다”고 했다. 이어 “간디가 1940년 4월 평화 대행진으로 알려진 소금 행진을 하던 중 쓴 글을 보고 공감했다”면서 “저 또한 기득권은 아닌지 반성했다”고 말했다.

김동연(왼쪽) 경기도지사가 2일 인도 뉴델리 라즈가트의 간디추모공원에서 공원 측 관계자와 함께 묘역을 향해 걷고 있다. 뉴델리=오상도 기자

앞서 김 지사는 2019년 아래로부터 깨어 있는 시민의 힘을 나타내는 ‘유쾌한 반란’이란 비영리 법인을 꾸려 기득권 깨기를 주장한 바 있다. 그는 “권력이나 기득권에 대응하는 정의로운 투쟁을 위해 정의를 세우겠다는 비전, 스스로의 떳떳함과 담대한 용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인근 국립간디기념관에선 평소 관심을 기울여온 간디에 관해 해박한 지식을 드러내기도 했다. 대만에서 보낸 대도천추(大道千秋)라는 문구를 보고 “간디의 정신은 영원하리라”는 뜻이라고 기념관 관계자에게 설명했다. 이에 기념관 측은 십자가에 달린 간디의 그림과 제자들과 어우러진 간디의 모습을 불교식으로 표현한 그림을 보여주며 종교를 초월한 신념에 대해 말했다.

 

애초 30분 안팎이던 일정은 김 지사와 기념관 관계자들의 대화가 길어지며 1시간을 훌쩍 넘겼다. 기념관 방문을 마친 직후 김 지사는 링컨과 간디를 비교하며 위대한 정치·사상가들의 삶을 기렸다. 그는 “두 분 모두 통합을 외치고 비전을 제시했지만 암살당했다는 공통점을 지녔다”면서 “간디가 부유한 사업가 집안 출신 변호사로 편안한 삶을 버린 반면 링컨은 노예보다 못한 빈민가 출신에서 위대한 지도자로 성장했다”고 했다.

뉴델리 라즈가트의 국립간디기념관에서 한 시민이 관람하고 있다. 뉴델리=오상도 기자
뉴델리 라즈가트의 국립간디기념관에서 기차 모형을 살펴보고 있는 김동연 경기도 지사. 뉴델리=오상도 기자

그러면서 “앞으로 전개될 여러 상황에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생각한다”며 “스스로 반성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고 덧붙였다.

 

이런 김 지사의 발언은 지난 대선에서 정치에 투신하며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고 정치적 소신과 비전, 용기를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치개혁과 함께 국민통합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간디추모공원은 1948년 1월 극우파 힌두교도 청년에게 암살당한 간디의 유해를 화장한 곳이다. 이후 엘리자베스 2세 전 영국 여왕 등 여러 지도자가 나무를 심어 그의 정신을 기렸다. 휴일에는 하루 1만명 가까운 시민이 찾는 명소다.

김동연 경기도지사의 간디추모공원 방명록.

김 지사는 이날 간디추모공원 방문 뒤 한국·인도 우호공원과 ‘인디아게이트’를 잇따라 찾아 뉴델리 시민과 조우했다. 한국·인도 우호공원에선 경기도 대표단과 함께 헌화하며 한국전쟁 당시 한국에 의료지원부대로 참전한 인도 용사들을 기렸다. 이 공원은 이를 기념해 2021년 3월 인도 내 첫 양국 간 우호공원으로 조성됐다.

 

인근 식당에서 간단히 점심을 마친 김 지사는 오후에는 인디아게이트를 찾았다. 인디아게이트는 세계 제1차대전에서 영국군과 함께 싸우다 전사한 인도 군인을 기리는 기념물로, 주말을 맞아 방문한 1000여명의 시민으로부터 환대받았다.


뉴델리(인도)=오상도 기자 sdoh@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천우희 '미소 천사'
  • 천우희 '미소 천사'
  • 트와이스 지효 '상큼 하트'
  • 한가인 '사랑스러운 인사'
  • 한지민 '우아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