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건설이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대형 건설사업을 수주했다는 낭보가 전해졌다. 현대 측은 그제 사우디 국영석유기업 아람코와 50억달러 규모의 ‘아미랄 프로젝트’ 계약을 체결했다. 이 프로젝트는 아람코가 동부 주바일 지역에서 추진하는 석유화학 플랜트 건설사업이다. 사우디에서 수주한 사업 중 최대 규모이며, 전체 해외공사에서는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등에 이어 역대 7위 수준이다. 경기침체에 허덕이는 한국 경제에 가뭄 속 단비가 내린 셈이다.
대통령실은 “지난해 11월 윤석열 대통령과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가 정상회담에서 경제 협력을 추진키로 합의한 후 이뤄진 정상외교의 성과”라고 했다.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을 자처한 윤 대통령의 경제외교가 결실을 보았다니 반가운 일이다. 윤 대통령은 “두 나라가 공동으로 번영하는 확고한 기반이 될 것”이라며 “정부와 기업은 원팀이 되어 더욱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무함마드 왕세자 방한 때 양국이 체결한 양해각서(MOU)도 26건, 300억달러 규모에 이르는데 차질 없이 추진해 제2의 중동 붐으로 이어지길 바란다.
윤 대통령은 지난 22일부터 2박3일간 베트남을 방문했는데 의미가 작지 않다. 외교·안보, 경제 등을 망라한 17건의 정부 간 협정·양해각서가 체결됐고 기업들도 111건의 MOU를 맺었다. 자원 부국인 베트남으로부터 첨단산업 ‘비타민’인 희토류 등 천연자원 공급망을 확보한 건 주목할 만하다.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은 “우리 주력 산업의 공급망이 더욱 안정화될 것”이라고 했다. 베트남은 지난해 일본을 제치고 한국의 3대 교역 국가로 부상했고 대베트남 무역흑자도 342억달러로 미국(280억달러)보다 많다. 한국이 가장 많이 투자하는 나라이기도 하다.
지금 한국 경제는 중대한 변화의 국면을 맞이했다. 지난 20여년간 한국 수출의 4분의 1가량을 차지했던 중국이 산업 고도화를 본격화하면서 국내 기업의 대중 경쟁력은 약화했다. 지난해 대중 경상수지는 21년 만에 적자를 냈다. 중국을 배제하는 미국 주도의 글로벌 공급망 재편도 가속도가 붙고 있다. 이제 탈중국은 경제를 넘어 국가 생존을 좌우할 시급한 과제다. 제2의 중동 붐과 베트남 특수는 그 유력한 대안일 것이다. 기업은 기업대로 기술 경쟁력과 노하우를 키워 탈중국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 정부는 외교적 지원과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하고 정치권도 역량과 지혜를 보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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