챔프전 6전무패 ‘기록 제조기’
경기당·PO 평균득점 등 우위
스토리 바탕 하나의 브랜드로
‘황제’ 위협하는 르브론 제임스
포인트가드서 센터까지 ‘만능’
4만 득점·1만 R·1만 AS 눈앞
소속팀 세 곳 모두 정상 이끌어

역사상 가장 농구를 잘하는 선수는 누구일까. 또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GOAT·greatest of all time)는 누구일까.
77년 역사를 자랑하는 미국프로농구(NBA)에서 수많은 스타가 나왔지만 마이클 조던(60)과 르브론 제임스(39)가 GOAT에 대한 질문에 가장 근접해 있는 선수들이다.
조던은 NBA의 상징 같은 인물이다. 1984 NBA 드래프트 1라운드 3순위로 시카고 불스에 입단한 조던은 은퇴와 복귀를 반복하면서 10차례 득점왕과 5차례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에 올랐다. 특히 시카고에서 3년 연속 우승을 두 차례 반복했고, 6차례 챔피언결정전 MVP에 선정된 건 조던만이 가진 기록이다.

1990년대 이후 수많은 NBA 유망주들은 ‘제2의 조던’이라고 불리며 리그에 굵직한 발자국을 남겼지만 누구도 ‘농구황제’에 근접하지 못했다.
조던이 코트를 떠난 이후에야 ‘농구황제’ 아성을 위협하는 선수가 나타났다. ‘킹’ 제임스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고교시절부터 이미 전국구 스타였던 제임스는 2003~2004시즌 화려하게 NBA에 입성했고, 20년이 지난 지금도 리그를 호령하며 조던과 견줄 수 있는 유일한 선수가 됐다.
◆조던의 아성에 도전하는 제임스
제임스는 다재다능하다. 팀 상황에 따라 포인트가드부터 센터까지 농구에 존재하는 모든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을 정도로 활용가치가 높다. NBA 역사에서 2만 득점과 1만 리바운드, 1만 어시스트를 달성한 선수는 제임스를 제외하면 아무도 없을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제임스는 전무후무한 ‘4만 득점-1만 리바운드-1만 어시스트’에 1348점을 남겨두고 있다. 이르면 다음 시즌 제임스는 이 기록을 달성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제임스가 1348점 이하를 넣은 건 코로나19 여파로 45경기만 소화했던 2020~2021시즌이 유일하다.

또 제임스는 4차례 정규시즌 MVP를 차지했고 윌트 체임벌린 이후 처음으로 정규시즌 득점왕과 어시스트왕 타이틀을 갖고 있다. NBA 역사상 최다인 올 퍼스트 팀 13회, 올 NBA 팀 19회에 선정됐다.
제임스는 자신이 속한 팀을 리그 최강팀으로 만들어 놨다. 자신이 뛴 세 팀(클리블랜드·마이애미·로스앤젤레스 레이커스)을 모두 정상에 올려놨고, 자신이 뛴 모든 팀에서 챔프전 MVP까지 차지했다. 또 19시즌을 뛴 제임스가 플레이오프(PO)에 나서지 못한 건 단 3시즌이 전부다. 19시즌 중 제임스는 10차례나 챔피언결정전 무대를 밟았다.

◆기록으로 본 조던과 제임스
그렇다면 조던과 제임스 중 누가 더 뛰어난 기록을 가졌을까. 경기당 평균득점은 조던이 30.1점으로 제임스보다 2.9점 많다. 또 조던은 PO 평균득점이 33.4점으로 제임스의 28.5점보다 앞선다. PO 평균득점이 30점 이상인 선수는 조던이 유일하다.
하지만 슈터인 조던보다 포워드인 제임스의 슛이 수치상으로 더 정교해 보인다. 제임스의 야투 성공률은 50.5%로 조던의 49.7%보다 높다. 3점슛 역시 제임스(34.5%)가 조던(32.7%)보다 앞서는 모양새다. 특히 NBA가 3점슛 거리를 단축했던 시즌을 제외하면 조던의 3점슛 성공률은 25%를 겨우 넘기는 수준이다.

반면 자유투에서는 조던이 월등한 모습이다. 조던은 정규시즌 83.5%의 자유투 성공률을 기록한 반면 제임스는 73.4%로 조던과 10%포인트 이상 차이를 보인다.
제임스는 리바운드와 어시스트에서 조던보다 앞선다. 제임스는 매 경기 조던보다 1.3리바운드 2.0어시스트를 더 많이 적립했다.
단, 우승이 가장 중요한 기준이라면 조던 쪽으로 기운다. 조던은 챔프전 6승무패를 자랑하는 반면 제임스는 4승6패에 불과하다. 여기에 제임스는 ‘슈퍼팀’을 구성하고 나서야 우승했다는 꼬리표가 붙었다. 하지만 조던 역시 스코티 피펜이 없을 때 성적이 ‘역사상 최고의 선수’라고 평가받기엔 부족해 보인다. 조던은 피펜 없이 뛴 5시즌 동안 182승228패에 그쳤고, 우승은커녕 PO에서도 2승9패로 부진했다.
◆제임스는 조던을 못 넘을까
이런 제임스가 조던을 넘지 못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우승 횟수’가 적고 ‘스토리텔링’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조던의 등장은 NBA의 판도를 바꿔 놨다. 빌 러셀이나 체임벌린, 카림 압둘자바 등 빅맨이 있어야 우승할 수 있다는 편견을 깨트린 것도 조던이다.
조던은 6차례 챔프전에 나서 승률 100%를 자랑한다. 특히 3연속 우승 후 은퇴해 피살된 아버지와 추억이 서린 야구에 도전했고, 다시 복귀해 NBA 역사상 최다승 기록을 세우며 3시즌 연속 왕좌에 오르기도 했다. 이런 배경을 가진 조던을 활용한 마케팅으로 나이키는 세계 최고의 스포츠 기업으로 성장했고, 조던은 하나의 브랜드가 됐다.

제임스의 경우 이런 스토리 라인이 약하다. 농구의 포지션을 파괴했다는 상징이 있지만 임팩트가 조던만큼 강렬하지 못하다. 여기에 자신을 비판하는 팬들을 향해 ‘현실세계로 돌아갈 것’이라고 대응하는 등 아쉬운 모습도 노출했다.
여기에 GOAT라는 타이틀을 얻기 위해선 ‘시대의 지배자’라는 강렬함이 필요하지만 제임스는 우승의 문턱에서 6차례나 좌절했다. 하지만 조던 시대에 비해 농구가 발전하면서 유럽 선수들이 강세를 보인다는 점, 또 팀이 늘어났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단지 ‘우승을 못 했다’는 이유로 폄훼하기는 어렵다. 제임스는 챔프전 승률이 4할에 불과하지만 조던은 3시즌 연속 PO에서 1라운드 탈락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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